황당무계한 특검, 받아들여선 안돼

[고태진 칼럼] 또다시 검찰을 정치권에 휘둘리게 할 것인가

등록 2003.11.14 12:29수정 2003.11.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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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공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특검강행이 과연 옳은 것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이 특검법에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에 대한 국민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노 대통령이 특검을 깨끗이 수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유창선 논설위원의 칼럼을 지난 11일자에 실은 바 있습니다. 이번엔 반대입장의 고태진 논설위원의 칼럼을 추가로 싣습니다....편집자 주


대통령이 특검법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가 없으니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히자는 것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장이다.

단순히 그 주장만 떼어놓고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비리를 수사하려는 특검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단순함은 재벌을 협박해 100억원을 뜯어낸 한나라당을 '조폭 집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단순함과 다를 것이 없다.

그동안 있었던 몇 번의 특검은 나름대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번의 특검은 여러가지 면에서 황당무계할 정도이다. 무엇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의 수사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런 특검이 단순히 국회에서 통과되었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선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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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이번 특검은 현재 검찰로부터 엄중한 수사를 받고 있고 또 받아야 할 수사 대상자가 추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도가 적지아니 불순하다. 입만 열면 특검을 통해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너나 잘해!"라는 말일 것이다.

둘째로 현재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이 불신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은 그들만의 생각일 뿐이다. 국민 다수 여론은 검찰이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정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수사가 끝난 뒤에 구체적 내용을 들어 특검을 추진하면 될 것이다. 수사 중인 사안을 검찰로부터 뺏어오는 것은 검찰로서도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셋째로 한나라당이 바라는 바가 과연 진상의 규명인지 진상을 가리기 위한 물 흐리기에 불과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 안에서 한나라당 대선 자금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한다. 검찰에서 능력 있으면 한번 밝혀 보라는 태도이다.


대선 때의 사람들이 지금도 이회창씨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다 있다. 그런데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강변한다. 명색이 대표라는 사람이 그리 무책임한 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한나라당은 검찰의 수사에 협조를 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다. 말로만 '반성'이고 '진상 규명'이다.

최돈웅 의원이 SK 돈 한푼도 안 받았다며 부인하다가 검찰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들이대자 그제서야 받았다며 시인했던 것에서 앞으로의 한나라당의 태도를 짐작해 볼 수가 있겠다. 한마디로 자신의 비리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버티면서 특검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과 여론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자고로 뭘 몰라야 용감할 수가 있다고 했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했다. 그간 검찰이 바로 서지 못하도록 흔들어댄 것은 정치권이었다. 과거에는 청와대나 집권 여당이 검찰을 간섭하고 흔들어 대었지만, 이제는 거대 야당이 검찰을 흔들어 대는 격이다. 아니 아예 국회 소속의 검찰을 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오만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나중에 다시 바꾸기는 했지만 애초에 특검 후보를 전과 달리 변협을 제치고 국회의장이 추천토록 하려고 했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러하다.

SK돈 100억원 수수 비리로 말로는 '석고대죄' 한다던 한나라당이 그 엄청난 금액의 비리 앞에 '눈앞이 캄캄'하기는 커녕 오히려 눈을 부라리며 대통령에게 석고대죄를 시키겠다며 설치고 있다. 행자부 장관으로 모자라 자신의 특검 법안을 반대한다며 이제는 법무부 장관까지 해임시키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도무지 반성할 줄을 모르고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결론적으로 이번 특검안은 자당의 비리를 감추려는 다수 야당의 횡포이며, 검찰에 대한 흔들기로밖에 의미가 읽혀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공격 때문에 좋은게 좋다며 특검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민들에게 재심의를 받아보아야 한다.

특검에 의한 몇개월간의 수사로 정치권의 비리를 근절시킬 수는 없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인 상시적이고 꾸준한 검찰의 수사와 처벌이다. SK 손길승 회장도 과거와 같이 대충 넘어갈 줄 알았는데 검찰이 그리 바뀌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가 그간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받아 온 검찰이 바로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한 정치자금이라는 미명으로 뿌리깊게 박힌 정치권의 돈 비리를 발본색원할 기회이기도 하다. 검찰로 하여금 거대 야당이든 대통령이든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비록 검찰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더욱 엄정하게 수사하여 대통령이 곤경에 처할지라도, 검찰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지킨 것만으로도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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