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사무소가 있는 모델 하우스 정문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떴다방'의 분양권 웃돈 전매 광고판. 사진을 찍기 전에는 광고판 위쪽 오른편 모서리에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 명함이 끼워져 있었다.
그런데 모델 하우스의 정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문 옆에 버젓이 세워져 있는 광고판 하나를 발견했다. 광고판의 위치상, 또 모양상 당연히 저절로 눈이 간 것인데,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이른바 '떴다방'이라는 부동산중개업자, 전문 투기꾼이 영업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광고판이었다. 자신이 골고루 확보한 여러 개 집을 평형 별로 동수와 층수를 기재한 다음 'P 200만원', 'P 300만원', 'P 500만원' 등으로 금액을 구분하여 게시해 놓고 있는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눈을 몇 번 끔벅이고 난 다음에서야 영문 알파벳 'P'가 프리미엄을 표시하는 것임을 겨우 알아차렸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전문 투기꾼에 의한 아파트 분양권 웃돈 전매의 실상을 내가 지금 분양사무소의 정문 앞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아파트 투기가 없을 수 없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그것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이렇게 공공연하게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 광고판의 한쪽 모서리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명함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화려하게 칼라로 인쇄된 그 명함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이름과 대표 이름이 명확하게 찍혀져 있었다. 우리 고장에 적을 두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아니었다.
나는 그 명함을 빼들고 모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서 소리를 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럴 수 있는 거야? 분양사무소 정문 앞에 투기꾼의 프리미엄 전매 광고판이 버젓이 서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누구든지 고발을 할 수 있으면 하라는 거야, 뭐야?"
나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 건설회사 직원들의 묵인과 방조가 너무도 분명한 일이었지만 단순히 그것으로만 그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왕왕거렸다.
안면이 있는 직원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내 손에서 명함을 빼앗아 품에 넣었다.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도리질을 했다. 그러며 그는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명함을 돌려줄 수 없다는 참으로 묘한 말을 했다.
나는 이미 그 명함에 찍힌 상호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이름을 외운 상태였다. 그까짓 명함이야 수많은 사람에게 뿌려지니 구하자면 쉽게 구할 수도 있을 터라 분양사무소 직원과의 실랑이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다. 차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 가지고 와서 그 광고판을 촬영했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서 국민은행 직원과 볼일을 보면서 바로 옆에 있는 분양사무소 직원들과 설왕설래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직원 한 사람은 분양권 프리미엄 전매가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그게 불법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법만 가지고 이 세상을 사느냐고 내가 물었다. 법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느냐, 당신은 법으로 금지된 것만 아니라면 양심도 도덕도 중요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사느냐고 말하면서도, 별 시답지도 않은 그런 소리를 하는 내가 스스로 우습게만 느껴졌다.
또 한 명의 직원이 더욱 우스운 말을 했다.
"분양권 프리미엄 전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 아파트가 인기가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건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지요."
"나는 머리가 나빠서 도저히 그 말을 이해 못하겠는데, 듣고 보니까 포복절도에다가 요절복통을 할 말이라는 것은 얼른 알겠네요."
그때 아내가 내 옆구리를 집적거렸다.
"그런 씨도 안 먹히는 얘기 뭐 하러 해요. 투기꾼 혼자 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만 알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