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끼에 인생을 걸어라

만능 기술자의 인생철학, 전자무선사 윤영환씨

등록 2003.11.12 10:01수정 2003.11.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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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인생에 있어서 공부가 전부는 아닙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제 인생 철학이죠.”


무조건 공부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한 분야를 선택하라고 당당히 말하는 맥슨전자(주)의 전자무선사 윤영환(52)씨. 그가 이렇게 말하기까지는 그만한 확신과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기술자, 과학자에만 관심이 많아서 그것이 되는 게 꿈이었죠. 중학교 시절부터 기계분야로 진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친구가 광식 라디오를 만드는 것을 보고는 그것에 호기심이 생겨 고등학교를 전자통신과로 진학했어요.”

어린 시절 공부에 취미가 없었기에 부엌 아궁이에 책가방이 12번도 더 들어갔다고 웃음짓는 그에겐 기계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방앗간에 있는 발동기를 보고 리어카에다 발동기를 달면 사람도 타고, 농기구도 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경운기의 원리로 경운기가 등장하기 전부터 앞서가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일찍이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겠다고 생각한 그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 70년부터 무선통신(콜사인 HL3ACM)을 접했다. 충청남북도 모두 합해봐야 무선통신 하는 인구가 3∼4명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취미이자 직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아마추어 무선연맹 대전지부에 소속된 동그라미네트, 재난구조대, 까치네트 등 여기저기서 무선 전무가인 그를 찾는 이가 많다.

무선교신이 어느 지역까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속리산 정상까지 왕복 2번을 오간 적도 있고 지리산 천왕봉에서 4박 5일 머문 적도 있다. 지난 83년에는 직접 만든 제작품으로 무선통신으로는 최초로 지리산에서 서울까지 400㎞ 통신에 성공해 일본 잡지에까지 소개된 적도 있다. 충청체신청, 아마추어 무선연맹, 구청 등에서 표창장도 다수 수상했다.


윤씨는 현재 전자무선사를 운영하며 통신기기장비 판매, 제작, 수리를 담당하고 있다. 고장난 기기들은 그의 손만 거치면 거짓말처럼 새것이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통신기계나 방송기계를 제작해서 앰프 음향시설을 대여했어요. 국가 주요행사의 방송임대도 다 했었죠. 그리고 고교졸업 후 가게를 개업해서 지금까지 운영 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에 100% 만족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것도 그렇거니와 취미생활과 생업이 딱 맞아 떨어졌으니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에만 가면 사무실에 가는 순간이 기다려 질 정도.

고교를 졸업하고 가게를 내면서 50대 중반이 되면 그만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 나이가 되기까지 불과 수년을 남겨둔 지금에서는 마음이 변했다.

“2∼3년은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명예 퇴직한 친구들을 보면 쉽게 아프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합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사업을 하겠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렇게 즐거운 삶을 사는 그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 기술을 배우려고 그의 가게를 찾는 젊은이가 줄어 이제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지금 아이들에게는 꿈을 물어봐도 별 다른 게 없거든요. 저는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합니다.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가면 되거든요. 하루 빨리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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