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오마이뉴스 남소연
중앙일보는 정말 '조중동'이라는 한묶음 호칭이 불편한가?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어느 정도로 다른가? 최근 일각에서 '조중동' 용어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후반부이다.
- 신문협회장으로서 신문의 위기를 여러번 언급한 적이 있다. 본질적인 면에서 한국 종이신문의 위기는 어디서 기인했다고 보는가?
"뉴미디어의 등장과 젊은 독자의 이탈 등으로 이미 세계의 종이신문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신문의 위기는 독자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상실한 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 방송이 신문을 공격하는 문제도 있고, 신문과 신문이 이념을 갖고 서로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지방신문의 위기도 한국신문 위기의 심각한 축이 아닌가 싶다."
- 세계적으로 종이신문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신문산업, 특히 종이신문 산업의 전체적인 몫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영을 잘하고 신문을 잘 만드는 회사도 반드시 내려가느냐는 두 번째 문제이지만, 종이신문 자체가 비중이 줄어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문이 미디어로서의 권위나 영향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간은 예상외로 길지 않을까 본다."
- 그것은 저널리즘 차원의 문제이고, 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종이신문의 살길은 무엇인가.
"신문을 주축으로 하는 언론기업은 '원소스 멀티유즈'가 방안이 될 것이다. 신문이 정보를 수집해서 어떻게 가공해서 쓰느냐, 즉 인터넷에도 내고 또 다른 정보와 합쳐서 방송의 형태로도 할 수 있고...그같은 방향에서 활로를 열심히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종이에다 담아서 내는 신문산업은 파이(시장)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
- 위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시원치 않아 보인다. 그건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웃음) 단위 회사로나 업계 전체로나 연구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얘기가 있다. 80년대 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언론기업의 최고경영자인 머독이 '10년 후 신문이 엄청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봤는데 들어맞지 않았다. 또 빌게이츠도 90년대 하반기에 '신문이 10년 안에 사라진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맞지 않았다. 미래를 예견하는 조사업체인 포레스트 리서치의 회장도 IT가 최고 피크에 올라 있고 신문이 가장 불행했던 2000년초에 '2030년에 종이신문이 1/3로 줄어들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렇게까지 되겠는가 싶다."
- 그래도 큰 틀에서 '흐름'은 맞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수치의 차이는 컸다."
- 지역신문의 고사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방안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신문협회장으로서 어떤 입장인가.
"지난 3월 신문협회장이 되고 나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 하나가 지방신문사를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 하는 방안이다. 신문협회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연구사업을 통해 중지를 모아나가는 게 있는데, 내년부터는 신문협회 행사로 '신문주간'을 다시 살리려고 한다. 지방신문 활성화와 연계해서 신문주간 행사를 해마다 돌아가면서 지방에서 열고 대대적인 신문교육활용(NIE)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세계신문협회장으로서 외국 사례를 보면서 지방신문 문제에 착안하게 됐다.
영국은 신문 타이틀(제호)이 600개나 된다. 우리는 인구가 4500만명이고 영국은 6500만명인데 우리는 신문 제호가 100개이다. 그러니까 더 생길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인구 3000명만 있어도 신문 1개가 생존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붕어빵식 신문제작'으로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나 지방의 조그만 신문이나 1면이 모두 똑같다.
지난 9월에 핀란드에 갔다 왔는데 450만명이 사는 나라가 100개 신문을 발행해 우리와 같았다. 그런데 신문들이 다 이익을 남기고 있다. 신문왕국인 노르웨이도 작은 신문들이 사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서 인터넷도 잘되고 종이신문도 건재하더라. 신문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거기 가서 보면 의문이 든다. 그래서 우리가 왜 못하느냐 하는 점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종이신문이 사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지방신문을 육성하는데, 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언론이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 지원받는 것은 언론자유와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3000명, 3만명, 10만명 이런 중소도시에서 신문이 살아남는 이유 중 하나가 훌륭한 기자와 언론이 지역사회로 돌아가서 신문을 만드는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훌륭한 언론인들이 다 수도권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도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