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만 외딴 섬에 살고 있나

[CBS·갓피플 공동설문조사Ⅰ] 교계 현안 목회자-일반교인 입장차 뚜렷

등록 2003.11.14 17:23수정 2003.11.14 23:23
0
원고료로 응원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개신교계 내의 각종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지금까지 일부 교계 지도자와 원로들이 주장했던 사회적 입장이 실제 교계 내의 여론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CBS저널(담당 이진성 PD)과 갓피플이 공동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비판과 목회자 갱신과 같은 문제에 있어 일반 교인들과 기독 네티즌은 비교적 개혁적이거나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는데 반해 목회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파병과 미국에 대한 인식, 기독교 정당 결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목회자와 일반 교인들, 기독네티즌 모두 미국 중심적 사고와 기독교 패권주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국의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교계 내외의 6가지 주요 현안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일반교인 300명, 목회자 200명)와 인터넷 라이브 폴(기독 네티즌 500명)을 함께 실시했다. 일반 교인의 연령 분포는 20-30대가 37%, 40-50대가 55%, 60대 이상이 8%였다.

김홍도 목사 엄격한 사회법 적용 - 기독 네티즌 60%, 교인 32%, 목회자 4% 찬성

오는 18일 최종선고공판이 열리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재판에 대해 60%의 기독 네티즌과 32%의 일반교인들은 “김 목사가 일반인과 똑같이 엄격한 사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의 단 4%만 엄격한 사회법의 적용에 동의하는 것과 견주어 볼 때, 이와 같은 결과는 각각 15배와 8배에 이르는 높은 응답 비율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나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같은 기독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김 목사의 엄정한 사회법 처리 주장에 대해 목회자들보다는 기독네티즌과 일반 교인들이 훨씬 더 높은 지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이하 기지협)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김 목사에 대한 처벌이 교권 침해이자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므로 사회법 처리는 지금이라도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목회자(40%)가 일반 교인(11%)과 기독 네티즌(8%)에 비해 4-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에 대한 최종선고공판이 열립니다. 이 재판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에 대한 최종선고공판이 열립니다. 이 재판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 김태형

한편 김홍도 목사가 소속된 감리교단에서 발표한 성명처럼 “교회 나름의 특수한 논리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 선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각각 기독 네티즌 20%, 일반교인 34% 목회자 41%가 동의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까지 김 목사의 처벌이 교권침해이자 기독교 탄압이라고 규탄해왔던 기지협의 주장이 목회자 위주의 의견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대다수의 교인들은 김 목사가 엄격한 사회법의 적용을 받거나 교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선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사·장로의 임기제·재신임제 도입 - 기독 네티즌 66%, 교인 31%, 목회자 3% 찬성

목사와 장로에게 일정한 임기를 부여하고 임기 후에는 재신임을 묻는 제도 도입에 대한 문항에 대해서도 목회자와 일반 교인, 기독 네티즌의 의견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임기제와 재신임제의 도입에 대해 기독 네티즌은 66%가 찬성하고 23%가 반대한 반면, 목회자는 단 3%만이 찬성하고 66%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교인들은 제도의 도입에 31%가 찬성하고 4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 목사와 장로에게 일정한 임기를 부여하고 임기 후에 재신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목사와 장로에게 일정한 임기를 부여하고 임기 후에 재신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태형

임기제와 재신임제의 도입에 대해 목회자들은 ‘교회가 분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제도의 도입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교회 분란을 경험했던 교회들 중 일부가 이 제도들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독교장로회 측은 교단 차원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연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 언론과 단체의 교회 비판 필요 - 기독 네티즌 75%, 교인 42%, 목회자 4%

목회자들은 외부 언론·단체뿐만 아니라 교계 언론·단체의 교회 비판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독네티즌과 일반 교인들이 앞의 문항들보다 10% 정도 더 높은 지지 의사를 보였음에도 목회자들은 여전히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목회자 대부분은 교회에 대한 비판이 선교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a 교계 언론과 단체의 교회 문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계 언론과 단체의 교회 문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태형

교회 내 이슈에 대한 목회자와 일반 교인간의 이러한 극명한 입장 차이는 최근 교회 개혁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갈등과 대립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초대 교회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법들을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갔지만, 중세 이후에는 사회와 뗄 수 없을 정도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역사가 있다”며, “오늘날과 같이 사회의 모든 요소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된 상황에서, 자신들만이 마치 외딴 섬에서 사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철현 교수는 “교회 개혁을 바라보는 일반교인들과 목회자들의 입장 차이는 종교지도자를 육성하는 교육 과정에서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며, “교회의 사유화 등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는 이라크 파병, 미국의 외교정책, 기독교 정당 창당 등과 같은 교회 외부의 이슈에 관한 조사도 함께 실시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기독네티즌, 일반 교인, 목회자 모두 기독교 패권주의 및 미국 중심적 사고에 대해서 일정 부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관련
기사
- 개신교인 대부분 전투병 파병엔 반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