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도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잭 캔필드 외 <행복한 여행자>

등록 2003.11.15 11:06수정 2003.11.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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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
<행복한 여행자>이레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은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이다. 밀도 높은 농축액으로 꼭꼭 눌러 담은 여행의 순간 순간들은 손 안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이 일상의 순간들보다 몇천 배 길고 눈부시다. 여행은 지는 해 잡으려는 몸짓이고, 그 햇살의 온도를 오래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일상은 언제나 새벽처럼 신선하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서 삶의 변화를 추구한다. 여행의 목적이 어떠하든지 간에 삶의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며 그 탈출을 통한 변화의 시도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배우고 돌아온다.


이 책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 중 하나인 <여행자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Chicken Soup for the Traveler's Soul)>를 번역해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다.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특성이 그러하듯이 여행에 관한 단편적인 수필들을 모아 놓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잭 캔필드를 비롯한 이 책의 편집자들은 책의 서문에서 여행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확실하다고 믿어 왔던 마음 속의 가장 깊은 신념들을 시험하는 수많은 도전들과 대면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

우리는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많은 경이로움을 맛보는 법을 배우며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 우정을 맺고, 사랑에 빠지고, 여행길에서 스치며 만났던 사람들의 친절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 세상을 진정 다르게 만드는 방법들을 발견한다."

이 책에 수록된 수필들은 바로 이러한 여행의 의미를 밝히는 내용들이다. 여행을 통해 얻은 좋은 경험들, 그 경험들을 통해 느끼게 된 생각들, 그리고 보다 발전적인 삶을 지향하는 수많은 여행자들의 모습이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내팽개치고 18개월 간의 세계 일주를 감행한 한 부부는 로마와 베니스 거리, 스페인에서 도둑 맞을 뻔한 경험, 브라질 접경 지역의 이과수 폭포의 아름다움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돌아온다.

그 여행 후 비록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는 "우린 여행을 할 뻔했었어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큰 만족을 얻는다. 여행을 할 뻔한 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이미 풍부한 삶을 얻었기에 이처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늘 이처럼 행복한 여행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앞둔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슬픔과 공존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세상을 떠날 이나 세상에 남는 이 모두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진 여행일 것이다.

점점 눈이 멀게 되는 병을 앓는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아들의 소원은 진짜 용암과 화산을 보는 것이다. 아들 케빈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하와이의 활화산을 보러 가는 부자의 모습은 가슴 아프지만 감명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우리의 여행이 케빈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 아이의 병이 결국 시력을 완전히 빼앗아가 버릴지라도. 그 때도 내 아들은 여전히 그저 온통 검은 색이 아닌 빨강과 노랑과 오렌지가 소용돌이치는 색깔들을 볼 것이다."

도보 여행을 하는 한 사람은 항상 길 위에 있다. 그들은 길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달리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영혼의 울림을 듣기 위해 도보 여행을 선택한다. 그게 아무리 길지라도 그들에게 있어 길이란 영혼의 안식을 주는 공간이다.

닭장 안의 닭처럼 살지 않기 위하여, 혹은 일상에서의 일탈을 위해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들은 이미 인생에 있어 다른 골목길 하나를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수필가는 시인들의 말을 빌려 우리의 인생과 여행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삶은 속도를 내지 않아도 이미 너무 짧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곧장 나아가는 좁은 길들보다 우리 인생에서 돌아가는 길들과 장애물들에 의해 규정지어진다."

우리 인생을 규정짓는 '돌아가는 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여행일 것이다. 비록 그게 일상적인 당신 삶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그 일탈이 우리 삶에서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사소한 여행일지라도 온 마음을 기울여 여행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작은 가게, 지하철의 소란함을 그저 스쳐 가는 대상들로만 생각한다면 그 여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은 것에서부터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든다면,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과 돌아가기도 하는 작은 갈래 길들이 그렇게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행복한 여행자

잭 캔필드 외 지음, 황주리 옮김,
이레,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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