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뒷골목에서 경찰에 포위당해 항복의 표시로 두손을 들고 있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사회부 이승훈 기자입니다. 첫 번째 취중진담을 통해 의경 여러분들에게 편지 한 장을 띄우게 됐습니다. 시위나 집회 취재를 나가면 항상 모습을 볼 수 있는 여러분들이지만 그동안 대화 나눌 기회는 없었기에 이렇게 나마 취재하면서 들었던 느낌들을 한번 나누어 볼까 합니다.
기자로 이런저런 시위현장을 쫓아다닌지도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집회 취재를 하다보면 아무리 평화적인 집회라 해도 늘상 시위대와 경찰들간 사소한 충돌과 말싸움들이 오가는 목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들의 죽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요즈음엔 집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요. 지난 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와 9일 전국노동자대회의 격렬한 충돌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충돌이 일어나는 시위현장에서 대치중인 노동자들과 경찰들의 경계에 서서 양측의 치고받는 육박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장 먼저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노동자의 아들들인 의경들과 아버지나 삼촌 뻘되는 노동자들이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피흘리는 싸움을 벌이고, 이중 몇몇은 심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는 눈앞의 현실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의경 여러분들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잔인한 폭력을 볼 때면 솔직히 말해 때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까 병역 의무 때문에 젊은 시절 짧지 않은 기간동안 경찰로 복무를 해야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흥분한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어가 날아오는 돌멩이와 각목세례를 피해가며 진압작전을 수행해야하는 여러분들의 처지는 왜 무시하느냐, 시위대의 폭력에 의경들도 많이 다친다, 정해진 룰을 넘어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며 불법시위를 하는 시위대들의 폭력은 왜 문제 삼지 않느냐는 항의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잔인한 폭력'이라고 문제를 삼은 부분은 경찰로서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정상적인 공권력 집행이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집회현장에서 의경 여러분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저항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 노동자를 둘러싸고 방패 날과 곤봉으로 집단으로 구타하는 모습, 부상 때문에 일어설 힘조차 없는 노동자를 또 다시 가격하는 모습, 집회와 관계없는 시민들에게도, 심지어 여성들에게도 서슴없는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그중 일부는 집회장 일선에서 지휘하는 소대장들의 제지 명령에도 너무 흥분해서 듣지 못했는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