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화국' 이대로 더 이상은 안돼

[현장] 지방분권운동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등록 2003.11.18 23:34수정 2003.11.24 17:13
0
원고료로 응원
'지방분권운동이 나라를 살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은 참가자가 무대위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지방분권운동이 나라를 살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은 참가자가 무대위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약속을 지켜야지유."
"거시기... 골고루 잘 살아야제."
"서울은 배 터져서 죽고 지방은 배 고파 죽는다 아이가."


지방분권국민운동(이하 분권운동)이 1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개최한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더 이상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외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지역주민 1천여명이 참여했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남 나주에서 올라온 이정식(남, 46)씨는 "한때 1500여명의 학생이 다니던 모교의 학생이 현재는 30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나주는 그래도 '시'(市)인데 상황이 이 정도라면 지방소외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김정숙(여, 48)씨는 "우리 아들이 올해 지방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도 취직 자리를 찾고 있다"며 "지방대 나왔다는 이유로 취직이 안되는데 어떻게 지방에 인재가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피켓과 현수막을 펼쳐들고 집회장의 자리를 지켰다. 나주지역 주민들은 사물놀이패를 조직해 집회장의 분위기를 띄웠으며 대구지역 주민들은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파란색 스카프를 두르고 대회에 참석했다.

'지방을 살리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지방을 살리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오마이뉴스 이승훈
대전과 경남 지역 주민들은 '지방분권이 나라를 살립니다',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색 조끼를, 강원지역 주민들은 '3대 특별법 제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띠를 몸에 두르고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을 제정하라', '지방을 살리자', '지방분권 지역균형 발전 이루어 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무대 위에서는 지방분권의 날 선포와 함께 국회를 향해 지방분권 3대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김중석 지방분권운동강원본부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는 살맛나는 지방을 만들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미 프랑스 일본 등은 지방분권을 위한 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지방을 살리지 못하는 국회는 우리의 국회가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노명우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국회는 지방분권 3대 법안을 통과시키느냐, 마느냐로 고민하고 있어 한심스럽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지방분권 만세",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일자리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지방 살리지 못하는 국회는 우리의 국회가 될 수 없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3대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의 행동강령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은 법제정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국회의원에게 항의편지를 보내고,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알려나가자고 마음을 모았다.

한편 이들은 수도권 주민들에게도 "3대 특별법은 수도권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살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는 1천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참가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는 1천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참가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이들은 '수도권 주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나머지 지방의 총체적인 소외를 가져온 수도권의 비대화는 인구과잉,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을 초래해 세계적으로 수치스러운 '매머드 도시화'의 사례가 되고 있다"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들어 입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손학규 경기지사와 홍영기 경기도의회 의장, 그리고 국가균형발전법 정부안에 반발해 대체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 39명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수도권 주민들께 드리는 글'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은 수도권 낙후지역에 대한 지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며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들은 수도권 주민의 이름으로 수도권의 기득권세력만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집회를 마치며 참가자들은 '지방 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 촉구결의문'을 통해 "지난 40년간 불균등성장정책으로 심화되어온 극심한 불균형은 지금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세계화 시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균형발전의 틀을 만들고 새로운 발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