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징수분리, 시청자 부담만 늘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성명 발표...355개 시민단체 이슈화

등록 2003.11.20 15:39수정 2003.11.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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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KBS의 갈등으로 촉발된 TV수신료 분리징수 문제가 사회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355개의 각계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대표 박경린 외·연대회의)가 한나라당이 제출한 TV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20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제출한 TV 수신료 분리징수(안)은 시청료 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공영방송 재원의 근간을 뒤흔들어 오히려 KBS가 광고방송 경쟁에 몰입하게 만들 우려가 높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연대회의는 수신료를 분리 징수할 경우 "고액의 비효율적 징수비용까지 추가로 들어가고 징수율도 떨어져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시청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대회의는 한나라당에 수신료 분리 징수 개정안을 철회하고 공영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 주권 강화 차원에서 공영방송 재원구조 개선 방안을 재논의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합리적인 수신료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지난 10월 24일 한나라당은 1) KBS를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납부하게 하는 수신료 강제납부의 부당성 2) 시청자의 권리강화와 KBS의 공영성강화를 내세우며 '수신료 분리 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유선방송을 통해 KBS를 수신하는 시청자들은 유료방송시청료와 수신료를 함께 냄으로써 '이중부담'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수신료 분리 징수안 제출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수신료는 공영방송 유지를 위해 분담하는 준조세


우리는 한나라당이 KBS를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수신료분리징수안을 제출한 충정을 이해하면서도 다음 몇가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수신료'는 KBS를 시청한 대가로 내는 '시청료'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징수되는 준조세적 성격의 '특별분담금'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공영방송이 공적 재원마련구조로서의 수신료 제도를 근간으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방송공익성과 시청자주권실현이라는 공적 역할을 가장 잘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은 각 국의 예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현재 공영방송제도는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이들 공영방송 대부분이 수신료를 주요재원으로 하고 있다.

지난 99년 헌법재판소도 수신료를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하고 수신료 징수 근거 규정인 ' 한국방송공사법' 제35조(현행 방송법 제 64조)`에 대해 '합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수신료는 KBS뿐만 아니라 EBS를 비롯하여 각종 국책방송을 운영하는데 쓰이고 있다. KBS1-2 TV, 위성방송 KBS KOREA, KBS1-2 라디오, 1-2 FM 등 기본 채널은 물론 '사랑의 소리 방송', '사회교육방송', '국제방송' 등도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며 EBS도 수신료 일부를 재원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선방송가입자가 유선을 통해 지상파를 수신할 때 '수신료 이중부담'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유료방송시청료에는 지상파를 수신하는 수신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선방송시청료와 수신료는 별개이며 수신료가 있기 때문에 유선방송가입자들에게 유선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수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 부담은 시청자에게 전가된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마련에 대한 정책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신료 통합 고지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법제화 한 것으로 수신료 통합고지 이후 수신료 징수율이 크게 높아져 1981년 이후 2500원으로 수신료를 묶어 둘 수 있었던 현실적 근거가 되었다.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게 되면 수신료 징수에 고액의 비효율적 비용을 들여야 함은 물론 수신료 징수율이 떨어지게 되므로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편 지난 94년 국회는 KBS1의 광고폐지를 전제로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통과시켰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수신료 징수율이 떨어지면 KBS는 재원마련을 위해 제1채널도 불가피하게 광고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광고를 하게 되면 제1채널 역시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게 되고 애초 한나라당이 수신료 분리 징수안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시청자 권익과 공영방송의 공익성 확보'와는 180도 다른 자가당착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다른 한편 이번 수신료 분리 징수안의 입법취지는 방송법 제64조와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같은 법안내에서 조문의 취지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강제납부의 불합리시정'과 '시청자들의 방송선택권 존중을 통한 시청자 권리강화'를 그 취지로 내세웠다.

그러나 방송법 64조는 텔레비전 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대해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방송법 66조는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할 자가 그 납부 기간내에 이를 납부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수신료의 100분의 5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금으로 징수한다"고 해 사실상 '강제납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강제납부의 불합리성'을 입법취지로 내세우고 있어 두 조문이 충돌한다.

앞서 지적한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한나라당의 방송법개정안은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수신료 분리 징수안만 담은 이번 개정안을 철회하고 공영방송의 공익성 강화와 시청자주권 강화의 차원에서 어떻게 공영방송 재원마련 구조를 개선해야하는가를 진지하게 재논의해주길 기대한다.

2003년 11월 20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박경린, 송보경, 이인식, 이학영, 최열
공동운영위원장 박원순(상임), 김상희,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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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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