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 아이들은 치열한 자기 내면의 대화를 시도한다신종균
"백진아, 또 가자."
아침을 든든히 먹은 덕분에 가볍게 명선봉을 넘어 토끼봉을 오릅니다.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화개재로 내려서면서, 내친 김에 삼도봉을 타오릅니다. 반야봉 밑을 지나면서 아이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봅니다. 원래 뱀사골산장에서 점심을 해 먹을 계획이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그냥 지나온 것이 자꾸 걸립니다. 12시 30분입니다.
"얘들아, 밥 먹자."
노루목에서 배낭을 풀었습니다. 행동식입니다. 고이 간직해온 비장의 먹거리들을 나눕니다. 비를 맞으며 먹다보니 턱이 흔들리고 손이 떨려서 음식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뿔싸! 모두가 덜덜 떨고 있습니다. 황급히 출발을 서두르는데, 한 무리의 산행객들이 우리들을 향해 환호를 연발합니다.
"어디서 왔니?" "백두대간 종주라고?" "야, 참 대단하구나!" "여러분! 우리 모두 학생들을 위하여 박수를 칩시다." "짝짝짝……."
게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찻물을 나누어주지 않습니까! 갑자기 몸이 더워짐을 느낍니다. 그래, 바로 이 맛입니다. 이 맛 때문에 세상은 늘 따뜻합니다.
마르지 않는 샘 임걸령에 도착하여, 부모님께 드릴 지리산 생수를 퍼 담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옵니다. 멧돼지들이 뛰어 논다는 돼지평전을 돼지처럼 걸어갑니다. 하산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이 아이들을 들뜨게 합니다. 또 다시 침묵에 빠져들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성삼재로 내려서는데, 어제는 찔끔 눈물까지 짜던 한호가 종일 내 뒤를 바짝 따라붙는 것이 아닙니까? 한호야! 너 산삼 캐 먹었니?
오후 3시 50분. 빗방울과 땀방울을 뒤집어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로 성삼재는 마냥 시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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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성삼재]침묵의 산행, 그 고행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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