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드물기는 하지만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 중에는 시인보다 더 시인답고, 소설가보다 빼어난 문장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다.
그야말로 '전설적인 문학기자' 한국일보 김훈과 지금은 <문예중앙> 주간으로 재직중인 중앙일보 이경철, 1997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정식 등단한 국민일보의 정철훈, 여기에 건조한 기사 문체에 훈훈하고 촉촉한 핏기를 배어들게 만든 세계일보 조용호 정도가 위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라 할만하다.
바로 그들 중 하나인 조용호(42) 기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문학적 소외지'로 인식되어온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그 땅에서 문학적 일가(一家)를 이뤄낸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맘껏 호흡하고 돌아와 문학기행집을 출간했다.
이름하여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마음산책).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따온 제목의 책은 조용호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와 애수 어린 문장의 맛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자신이 몸담은 매체에서 10년 이상 문학담당을 장기독식(?)한 이력에다, 1998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해 지지난해 소설집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상재한 '기자 겸 소설가'라는 명함에 걸맞게 조용호는 우리 독자들에게는 그닥 익숙하지 않은 남미와 아프리카의 작가들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그들 삶과 문학의 향기를 남미의 현기증 나는 햇살, 혹은 아프리카 초원을 물들이는 붉은 황혼과 같은 문장으로 전한다.
전세계 최대의 불법 마약조직인 메델린카르텔이 전횡을 일삼는 콜롬비아에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절망과 고독을 읽어내고, 너무나 쓸쓸해서 차라리 허무한 웃음이 쏟아지는 페루의 해변에서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빈곤과 범죄로 얼룩진 케냐의 뒷골목에서 메자 므왕기의 <바퀴벌레의 춤>을 읽고는 "그래도 세상과 인간 속에 희망은 있다"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조용호의 '떠돎'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전하는 글솜씨는 더 말해 무엇하리.
조용호는 현재 휴직 후 장편소설 집필을 위해 칩거중이다. 곁에 없기에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노스탤지어를 불러오는 그의 글과 노래가 더욱 그립다. 오늘밤엔 "호르헤 보르헤스의 시적 정열이 만들어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포도주 맛은 어떻던가요"라며 은근슬쩍 술자리로 불러내 볼까?
10년의 '베트남 사랑'이 선물한 소설들
- 방현석 작품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