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1년, 변한 게 없다"

[현장] 여중생 범대위, 29일 촛불시위 1주기 행사 개최 예정

등록 2003.11.27 12:00수정 2003.11.27 20:38
0
원고료로 응원
2002년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미군측의 무죄평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지난해 겨울 수만명의 시민들이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다른 한 손으로는 '책임자처벌, 불평등한 소파개정, 조지 부시 공개사과'를 외쳤다. 그리고 만 1년이 지났다.

관련
기사
- 1주년 앞두고 촛불시위 기념비 ' 철거 위기 '

11월 26일 저녁 7시, 광화문에는 어김없이 촛불이 밝혀졌다. 366번째 자주평화 촛불시위.

'미선이를 살려내라. 효순이를 살려내라. 소파협정 개정하라. 살인미군 처벌하라. 조지 부시 사과하라'

a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평결 후 시작된 자주평화 촛불시위가 1년을 맞이했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평결 후 시작된 자주평화 촛불시위가 1년을 맞이했다. ⓒ 박신용철

촛불을 치켜든 20여명의 시민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와 '아침이슬'을 불렀고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과 해외까지 들불처럼 번졌던 자주평화촛불시위의 모습은 이날에도 변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2002년 11월 26일 자발적으로 시작된 촛불시위는 미선이와 효순이를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적게는 5명에서부터 수천명이 모일 때도 있었지만 미선이와 효순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촛불을 한번도 꺼드린 적이 없습니다. 11월 29일 오후 6시 광화문에서는 여중생 추모 1주기 행사를 갖습니다.

내년 3월경에 3천명을 이라크에 파병한다고 하고 현재 파병된 서희·제마부대 700명 총 3천700여명이 파병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안전보장을 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는 미선이 효순이와 같은 이라크 어린이들이 오만한 미국에 의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파병반대 기치를 들고 미선이, 효순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였습니다."

자주평화 촛불시위에 시민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강은미(한국청년단체협의회)씨의 목소리가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웠다.


광화문 자주평화촛불시위 단골손님인 열살박이 한얼이도 아빠 손을 잡고 참석했다. 한얼이는 길가에 마련된 테이블 옆에 서서 시위에 참여하러 온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주고 있었다. 한얼이에게 날씨도 추운데 어떻게 나왔냐고 묻자 "미선이 효순이 누나 추모하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러 나왔다"고 답했다.

"오늘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귀국했는데 현지에 다녀왔으면 이라크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비전투병도 파병 못할 것입니다.서희제마부대도 귀국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파병을 안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파병도 안하고 주한미군도 철수하니 말입니다."


a 자주평화 촛불시위 단골손님인 신한얼(10)군

자주평화 촛불시위 단골손님인 신한얼(10)군 ⓒ 박신용철

366번째 자주평화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율동도 선보인 한얼이는 "29일 추모집회 때 친구들과 함께 많이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노무현정권 규탄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촛불시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는 하창희(40·자동차운전학원노조 사무처장)씨는 "이 자리에 항상 오고 싶었다"며 "이 땅의 평화, 사람답게 살기 위한 생각을 나누는 촛불시위가 여중생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프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시 한번 듣고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힘차게 살겠다"며 촛불 시위에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날 처음 촛불시위에 참석했다는 용화여고 A양은 "부끄럽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맛 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학교에도 1명의 선생님이 파면돼 많은 집회가 열렸지만 1년 넘게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것에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문경(회사원)씨는 "1년이 지났어도 변한 게 없다"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승리할 것이고 효순이, 미선이도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일(단국대)씨는 "한 명, 한 명의 정성과 노력이 촛불시위를 이어가는 힘"이라며 "29일 1주기 때 광화문을 가득 메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효순이와 미선이를 죽인 미국과 노무현 정권에 힘있는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단국대)씨는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자리를 지켜준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바뀐 게 없어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며 "광화문에서 기쁜 소리를 외치며 촛불을 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 학내분규가 계속되고 있는 용화여고 학생들도 참석했다.

학내분규가 계속되고 있는 용화여고 학생들도 참석했다. ⓒ 박신용철

만 1년째 자주평화 촛불집회를 시작할 때 20명이었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50여명으로 늘었고 참가자 발언이 이어지는 중간에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노래가 울려 퍼졌다. 길을 가던 외국인 부부도 촛불을 들고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광화문 자주평화 촛불집회는 광화문 할아버지 이관복(여중생범대위 상임고문)씨의 반미 특강으로 저물어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청주에서 살았는데 미군이 9월 8일 인천에 상륙했어요. 청주에는 20일이 넘어서 들어왔는데, '일본놈들이 쫒겨나가고 미국놈들 들어와서 해방인 줄 알았더니 그놈이 그놈이더라'라는 어느 노래처럼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 우리를 해방시켜준 나라가 아니에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4. 4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