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작품전

등록 2003.11.28 15:11수정 2003.11.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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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직업란에는 화가라 적혀 있다.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그렇다고 그림만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 화가는 아니다. 집에서 빨래하고 설겆이도 하고 아이도 돌보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소위 말하면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 아내의 작품이 수십여 점 모였다. 그렇다고 개인전을 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어서 노심초사 하던 차에 한 백화점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비록 백화점 통로 한 모통이었지만 작품전 전날 아내의 모습은 상기되어 있었다.

자신이 그린 작품들을 다른 이에게 선보이는 즐거움과 남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두려움 속에 아내는 우왕좌왕 하면서 백화점 통로에 그림을 전시했다.

그림을 다 건 아내는 몇 번이나 나에게 물어 보았다. 혹 삐뚤게 걸리지 않았는지, 그림 배치도가 맞는지 등등. 모두 잘 되었다고 답을 하고 난 뒤에야 아내는 집으로 돌아왔다.

작품이 전시되던 날 아침, 일찍 가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보라고
했더니만 떨려서 갈 수 없다며 퇴근 후에 같이 가자고 했다.

퇴근 후 백화점이 파할 때 쯤 아내의 작품이 걸려 있는 곳으로 갔다. 비록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연인들과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야! 색다르다'는 주위의 말을 들은 아내는 자신의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어떤 자신감에 차 있었다.


"여보, 저 소리 들었죠? 내 작품이 색다른 면이 있다잖아요. 나도 활동만 했다면 큰 화가가 되어 있을텐데. 당신 만나 이렇게 부엌데기로 살고 있다오. 그러니 앞으로 나에게 잘 보여야 해요" 하며 웃음을
짓는다.

물론 아내의 말이 농담인 줄은 알지만 나의 마음 한 켠에는 무언가 모를 미안함이 있었다. 난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비록 지금은 백화점 한 모통이에서 작품을 전시하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난 뒤 아내의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멋진 화랑에서 전시회를 갖기로 말이다.


"여보, 이왕 참은 김에 좀 더 기다리구려. 꼭 멋진 전람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겠소. 그래서 꼭 최 화백이란 소리를 듣도록 해줄테오.
사랑하오."

작품전시장 앞에서
작품전시장 앞에서전병윤
아내의 작품1
아내의 작품1전병윤
아내의 작품2
아내의 작품2전병윤
아내의 작품3
아내의 작품3전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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