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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구두를 직접 닦아 신는 것은 초 단위까지 시간을 쪼개어 써야 할 만큼 바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조금 '한가로운 행위'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의 짬과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가롭고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신문지를 깔고 '물광'을 먹이며 다가올 한 주도, 닦을수록 깨끗해지는 이 구두처럼 깔끔하고, 맑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아 공들여 구두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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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닦기 전 모습 ⓒ 이양훈
텔레비전을 보면서 작업을 하려면 일단 밖에서 먼지를 털어와야 한다. 그리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솔에 구두약을 뭍혀 신발에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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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돕고 있는 아이들 ⓒ 이양훈
이때쯤되면 아버지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몰려온다. 면장갑을 끼고 구두솔을 하나씩 잡은 다음 열심히 구두약을 바른다. 큰 놈은 그나마 그동안 해 본 경험이 있어 '능숙'하지만 작은 녀석은 어설프기만 하다.
구두약이 신문지를 벗어나 여기저기로 떨어진다. 그것 치울 일이 걱정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아이들과 이 아침을 같이 보내는 이 순간이 그저 뿌듯할 뿐이다. 내복바람으로 나와 있는 놈이 산하(오른쪽), 왼쪽이 둘째 세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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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해진 구두 ⓒ 이양훈
마침내 '물광'까지 먹어 깨끗해진 신발. 오른쪽은 집사람의 것이다. 이왕 하는 김에 서비스로 같이 해 준 것인데 집사람은 "얼굴까지 다 비친다!"며 굉장히 좋아한다.
이 깨끗해진 신발로 인해 다가올 일주일이 두렵지 않다. 어서 빨리 산뜻해진 이 구두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휴일 아침에 한가롭게 직접 닦은 한 켤레의 구두가 가족에게는 행복을, 나에게는 웬지모를 자신감을 주면서 신발장에 조용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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