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후폭풍이 몰아친다

한국인 근로자의 죽음을 접하며

등록 2003.12.02 10:50수정 2003.12.02 10:48
0
원고료로 응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일본 외교관이 피살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도 이라크 추가 파병논의를 지속하던 차였기에 역시 테러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특전사 1500명을 포함한 2개여단급 30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온 뒤 이틀만의 일이다.

더구나 사상자는 모두 송전탑 건설공사에 나섰던 민간인인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의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라크 전쟁 이후 2명 사망, 2명 중상이라는 최초의 한국인 피해로 기록되고 스페인과 일본에 이어 연합국 가담국이 차례로 테러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각국 파병 전책의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파병 반대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당국도 논의를 재고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

이라크는 한국과 건설공사를 통해 오랜 유대를 맺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1980년대 누렸던 중동 특수 시절에 건설 공사를 진행하며 양국가가 가졌던 우의와 현장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통한 민간 외교의 두터운 신뢰는 은연 중에 남아 있다.

한때 중동지역에서 건설 현장을 누볐던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을 접하니 착찹한 심정이 더하다. 전쟁만 아니었던들 좋은 관계가 지속되었을 것을 국제 정세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이러한 불상사를 당한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또한 이번 일로 이라크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과 그들의 역대응이 걱정스럽다.

그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야드 경기장에서 한국과 이라크가 축구 예선전을 펼치던 날, 경기가 끝나고 나올 때 현지 아랍인들이 엄지를 올리며 한국응원단을 향해 “꼬레! 꼬레!”를 외치며 한국팀의 '아쉬운 패배'를 격려했던 일이 생각난다.

스포츠를 통해 건설현장의 땀방울을 높이 기억해주는 그들이 고마웠다. 지난 주말 대독일전 청소년 축구가 열리던 아부다비에서 두바이 교민 500명과 함께 붉은 악마의 "대-한민~국" 응원에 합류한 아랍인들도 같은 맥락의 우정을 보여준 셈이다.


회상컨데 현장에서 일했던 이슬람 근로자 그들에게는 순박한 구석이 있었고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살라 마리꿈~”이라는 인사말을 배워가며 서로가 합심하여 밤낮없이 일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간 중동 근로자의 피땀으로 일군 유대의 공든탑은 무너지고 오히려 조각난 중동국가들의 틈새에서 미국을 돕다 전쟁의 후폭풍(後暴風)을 맞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이라크 전쟁은 이제 국제 테러전으로 다변화되어 새로운 양상의 전쟁으로 발전하는 듯하다.('이라크의 항전' 기사 참조) 이번 사건을 맞아 향후 더 이상의 한국 민간인이 불상사를 당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은 물론 정부 당국의 주도 면밀한 검토하에 '파병 숙의(熟議)'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특히 과격세력이라고는 하나 이번 사건은 보이지 않게 이라크 국민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테러 전사들이 확고한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저지른 모의라는 사실에 정부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테러의 기저(基底)에는 범 이슬람권의 종교정신이 깊이 깔려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라스베가스의 부활을 꿈 꾸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