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는 1일 오전 함승희 의원(전 대표비서실장)을 대동하고 6일째 단식중인 최병렬 대표를 방문했다.
예상보다 조금 늦은 방문이었지만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걱정하는 마음이 눈길 한 번, 말 한마디에 그대로 배어났다. 최 대표는 특히 함 의원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와 최 대표는 나란히 38년생(65세) 동갑이면서 서울법대 동기생이다. 사석에선 서로 반말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이들은 친구이면서도 그동안 만남을 주저해오다, 지난 10월 재신임 국면을 맞아 연이어 비밀회동을 하는 등 의기투합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최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 거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단식을 그만하고 재의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이) 아무 까닭없이 재의를 요청할 리 없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총무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최 대표는 특히 국회 파행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것을 감안 "국회 정상화보다 더 중요한 일이 대통령 정신 차리는 것"이라며 "(12월) 임시국회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음은 최병렬 대표와 박상천 전 대표, 함승희 의원과의 대화 요지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하 최) "어디 갔었어?"
박상천 민주당 전 대표 (이하 박) "부산에 다녀왔다. 집사람하고…. (자리에 앉아서) 노 대통령이 특검법 재의를 비밀투표로 하는 것을 노리고 거부한 것인데, 그래도 국회의원이 그렇게 소신을 바꿀까.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최 "노 대통령이 보통 머리를 쓰는 사람이 아닌데, 집어던져 돌아올 일을 하겠어."
박 "시간 벌려고 그런 것이 아닌가?"
최 "시간이 얼마나 한다고…. 아무 까닭없이 재의를 요청할리가 없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함승희 의원 (이하 함) "대표께서 단식을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달성됐다."
최 "의지가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눈 앞이 깜깜하다'고 할 정도의 비리를 제대로 밝히는 것이 야당의 당연한 의무 아닌가."
함 "그렇죠."
박 "그래도 이번이 예산 국회여서 여론조사를 보고왔는데 80%가 국회 파행에 반대하더라. 물론 거부권행사한 특검법은 재의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 65%이고, 국회 거부는 80%가 반대다. 이제 (단식을) 그만하고, 재의결해야 한다."
최 "당연히 그 정도 비난 여론은 각오하고 한 것이다. 대통령이 철회해야 한다."
박 "철회야 하겠어?"
함 "헌법상 부당한 거부권 행사한 것을 재의결해야 한다. 정치력을 발휘해 재의결해야 한다."
최 "국회가 예산도 있고… 국회 세웠을 때 어떤 반향 있을지 알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대로 (나라를) 끌고가면 나라가 주저앉는다."
함 "그런 주장도 있다."
최 "국회 정상화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대통령이 정신차리는 것이다. 대통령의 정상화다."
함 "대통령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지난 번 시정연설 때 하셨죠. 이 정도 했으면,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특히 측근비리 조사를 거부한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부터 민생을 생각해야 한다. 연말이고, (국회 회기도) 얼마 안 남았다."
최 "임시국회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예산안 협상도 해야 하고…."
박 "예산안 협상이 다 끝났다고 하지?"
함 "이틀만 더 하면 된다고 한다."
박 "회복기로 생각해야지. 슬슬 (단식을) 풀어야지."
최 "총무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와 줘서 고맙다."
박 "당연히 와야지. 이·취임식도 있고, 신임 대표가 먼저 가고 나서 와야 할 것 같아서….(이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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