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야채가게> 표지거름
대졸학력을 소유한 이영석씨가 야채장사를 한다고 나섰을 때, 그를 둘러싼 주위의 시선들은 그에게 조롱과 멸시를 던졌다. “대학까지 졸업한 녀석이 할 짓이 없어서 야채장사냐”는 핀잔까지 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야채장수라는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와도 헤어져야 했다.
한국사회에서 3D업종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꽤 오래 전부터 한국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불법체류자들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고려해볼 때, 한국사회에는 분명히 직업의 귀천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을 깨고 조그마한 18평의 야채가게에서 대한민국 평당 최고 매출을 올리는 신화를 만들어낸 ‘한 남자’가 바로 이씨다. ‘젊음 이곳에… 자연의 모든 것’ 야채가게의 창업자인 그는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와 끈기로 작은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의 성공은 단순히 많은 이익을 창출했다는 데서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 통념에 도전해 직업의 귀천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고, 정직하고 진실된 자세로 일하면 반드시 사회가 그 사실을 인정해 준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김영한이 쓴 <총각네 야채가게>는 이씨의 도전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무일푼 오징어 행상에서 출발하여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손님을 맞는 야채가게의 창업자가 된 이씨의 전쟁은, 청년 실업자가 넘치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직업관과 성공 철학을 들려준다.
용기와 배짱으로 끈질기게 승부하라
이씨의 야채가게는 트럭 행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자리를 잡는 것부터가 고난의 시작이었다. 노점상들끼리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새로 장사를 시작하려는 이씨를 견제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씨의 야채와 과일을 거리에 내팽개쳤을 뿐만 아니라 때리기까지 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그를 다른 곳으로 쫓아내는 것이었다.
더 이상 노점상이 생겨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구청 단속 공무원들과의 합의 속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니까 노점상들은 그들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 받는 대신에 다른 노점상이 생겨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의 다음날도 이씨는 같은 장소를 고집했다. 단속 공무원들은 이 씨에게 20만 원의 벌금을 물게도 해보았지만, 이씨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노점상들뿐만 아니라 구청직원들에게도 암묵적인 인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작은 승리였다.
과일과 야채, 생선을 고르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는 이씨.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성공의 열쇠는 ‘맛’과 '질'이었다.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무던히도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상자를 뜯어보면 상한 과일들이 상자 밑에서 무더기로 나왔고, 야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생선은 겉으로 보아서는 식별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뒤따랐다.
‘좋은 과일과 야채, 생선을 고르는 눈’을 단련시키는 일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무조건 맛을 보기로 했다.
그래서 과도를 들고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청과시장을 누볐다. 장사와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이골이 난 도매상인들에게 멋대로(!) 맛을 보는 청년은 눈엣가시였다. 맛을 보고도 과일의 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는 청년을 상인들이 그냥 나둘 리가 없다. 당연히 따가운 눈초리와 손찌검까지도 견뎌야 했다. 그렇게 3년. 이제 도매상인들 중 아무도 이씨의 ‘맛보기’에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 | '백만장자 야채가게 사장님'의 비밀 1 | | | 좋은 야채, 과일, 생선 고르는 법 | | | | 1) 좋은 야채 고르는 법
무를 고를 때는 가로로 잘라봐서는 안 된다. 어느 부위에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를 가를 때는 세로로 잘라야 한다.
마늘은 쪽이 굵을수록 좋지만, 마늘에 매달린 두 대가 얼마나 잘 건조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두 대가 잘 건조되어 있을수록 썩지도 않고 오래 가기 때문이다.
배추는 끝이 오므라져 있으면 좋지 않다. 해바라기처럼 끝이 벌어져야 하고 손으로 들어봤을 때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도 안 된다. 잎이 흐느적거리는 건 물을 많이 먹은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속을 갈라 보았을 때, 배추 뿌리 부분에서 올라온 쫑이 짧아야 한다.
2) 좋은 과일 고르는 법
수박의 껍질 부분이 색깔이 연하고 거칠면 토양이 좋지 못한 지역에서 올라온 것이다. 특히 수박도 왁스처리를 많이 하기 때문에 표면이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수박을 갈랐을 때는 가운데 과육을 맛보지 말고 껍질과 가까운 부분을 맛보아 전체적인 맛의 평균을 내야 한다. 과육의 색깔은 선분홍색이 제일 좋다.
토마토는 꼭지가 마르지 않은 걸로 사되 손에 쥐어서 단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익지 않는다. 바나나는 끝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게 좋은 것이고, 참외는 색깔이 짙어야 좋다.
3) 좋은 생선 고르는 법
고등어를 고를 때는 배를 손으로 만져봐서 단단한 게 좋다. 특히 배에 반점이 있는 건 좋지 않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자반고등어의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하려면 무늬를 살피면 되는데 줄무늬가 있는 것은 수입산이다.
대구를 고를 때는 눈알이 튀어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눈알이 함몰되어 있는 건 싱싱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손으로 만져봐서 끈적끈적한 흰 액체가 묻어나야 좋은 것이다.
멸치는 손으로 만져봐서 딱딱하고 잘 마른 게 좋다. 그리고 먹었을 때 짠맛이 나면 안 된다. 특히 멸치는 몸에서 노란빛을 띠는 게 맛이 좋다. / 김영한 | | | | |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비밀이 있다
이문세가 젤 좋아하는 채소 – 당근
요리에 빠질 수 없죠 – 양파
오메 징하게 맵네 – 청량고추
나도 붉은 악마 – 홍고추
멸치랑 같이 볶아주세요 – 꽈리고추
비타민 덩어리 – 파프리카
콩밥(?)만 먹은 사람 성인병 걱정 없네 – 강낭콩
호박이라고 다 못생긴 게 아니죠 – 애호박
저 거머리 없어요 – 미나리
실 가는데 바늘 가고 실파 가는데 맛 가고 – 실파
파 가게에서 제일 대빵 – 대파
어머, 쪽 팔려 – 쪽파
삼겹살이랑 제일 친한 친구 – 깻잎
쌈싸기의 지존, 훠이 길을 비켜라 – 상추
어린이 영양간식, 어머니 다이어트식 – 옥수수
흥미를 유발시키는 이 문구들은 총각네 야채가게의 아이디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문구에도 정성을 기울임으로 인해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서비스 정신의 기본일 것이다. 이씨는 손님들에게 재미를 줘야만 그 수가 모여, 효과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원리를 깨달았다. 그후 바나나를 팔 때는 원숭이를 이용하는, 기발하고 획기적인 발상으로까지 이씨의 판매 방법은 확대되었다.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가 있는 과일가게를 상상해 보시라. 원숭이는 연신 바나나를 먹고 있고, 판매원은 옆에서 이런 말을 곁들인다. “원숭이도 맛 없는 바나나는 절대 먹지 않습니다. 원숭이가 골라준 바나나입니다” 이거야말로 최상의 광고효과인 셈이다. 더구나 원숭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어서 과일가게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씨는 트럭행상을 할 당시에는 단골을 확보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항상 일정한 시각에 정해놓은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A아파트는 10~11시, B아파트는 11시~12시. 트럭 행상임에도 불구하고 오고 가던 손님들의 관심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씨에게 단골이 생겨났고, 어떤 날에는 손님이 미리 나와 트럭 행상을 기다리는 일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반상회를 이용한 가게 홍보, 가게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해외연수, 소풍과 바자회 등의 행사와 날씨까지 고려한 품목 선택 전략, 손님들의 사적인 취향까지 기억해두는 판매 전략, 두말없이 과일을 교체해주는 애프터 서비스 정신, 몸이 아픈 할머니 손님에게 과일을 무상으로 제공했던 고객 관리 전략 등, 이 씨가 벤처 야채가게의 창업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이 책 한권에 가득하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풍조는 가라
쉽게 읽히는 문장과 설명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비밀이 있음을 알려준다. 끈기와 열정, 그리고 경험의 축적으로 습득된 노하우. 언뜻 들어서는 쉬운 일 같지만 현실에서 그 뜻을 이루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이씨처럼 ‘직업의 귀천’과 싸워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결국 이씨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사회의 통념을 상대로 KO승을 거두었다. 그의 성공이 고마운 이유(!)는 거기 있다. 직업의 귀천 따위를 따지고, 학력과 학위를 내세우는 풍조가 이 땅에서 사라지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이씨가 나와야 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삭발을 하는 그의 의지가 계속 승승장부해서 이 땅의 풍조를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총각네 야채가게
김영한.이영석 지음,
거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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