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거짓말 중이 하나가 있다고 한다. 직장인이 “이 놈의 회사 당장 때려 치워야지”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농담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이 그만큼 서글프다는 뜻이리라. 더구나 요즘처럼 취직하기도 힘들고, 운좋게 자리를 잡아도 아슬아슬하기만한 현실에서는 말이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사장인 이영석씨도 한때 직장인이었다.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하고 기획사에서 이벤트 기획 등의 일을 했다는 이 사장은 그러나,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결정적인 이유인즉슨 자신이 밤새워 작성한 기획안을 상사가 가로챘다는 것. 부하의 공을 상사가 가로채는 경우란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하는 일이 아니던가. 이 사장은 그런 사소한(?) 이유로 사표를 내던진 것부터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대리만족의 희열을 안겨줬을지도 모른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방송,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이 시대 직장인들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대리만족의 희열을 안겨준 이영석 사장의 이야기다. 글쓴이 박영한씨는 대기업 등에서 30년 가까이 마케팅을 해온 전문가로 글쓴이의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평당 매출이 가장 높은 가게로 성장한 어느 야채가게의 ‘마케팅 노하우’인 셈이다.
마케팅 노하우라고 해서 귀가 솔깃해질 필요는 없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단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콜롬부스의 달걀’같은 말일지라도 이 사장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마케팅 전문가에 의해 한번 걸러진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꿈과 열정을 가장 큰 재산으로 일한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정직한 일을 찾아 야채가게를 시작했다는 이영석 사장은 지금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일구어낸 유명인사가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삭발로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는 부분에서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언제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 나라고 특별한 사람이 못되란 법이 있나'라며 호기있게 이 책을 덮는 나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선 사표를 던져야 한다. 평소 밉던(자신의 공을 늘상 가로채던) 상사의 책상에 보란 듯이 사표를 던지고 내 꿈을 찾아 유유히 직장문을 나서야 한다. 하지만, 한다면 1분도 채 안걸릴 이 행동을 막아서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곧 깨닫게 된다.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시든 야채 같은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꾸만 이 사장이 사표를 던지고 나올 때의 자세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진다. “이 놈의 회사 당장 때려 치워야지”라는 거짓말을 매일 하며 사는 직장인들에게는 바로 그때가 인생을 결판내는 가장 중요한 시점일 것 같아서이다.
총각네 야채가게
김영한.이영석 지음,
거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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