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서열제도 내년부터 폐지한다

법관인사제도혁신방안 발표...지역법관제, 법조일원화 및 국민참여 확대 등

등록 2003.12.03 18:34수정 2003.12.0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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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청에 따라 대법원은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와 전국판사회의 등에서 집약된 의견을 바탕으로 △법관 서열제도 폐지와 근무평정제도 개선 △지역법관제도 실시 △법조일원화 및 국민참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법관인사제도혁신방안'을 확정하고 12월 3일 발표했다.

법관인사제도혁신방안 뭘 담았나?- 법관 서열제도 폐지

이번 혁신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법부의 대표적인 관행이자 폐단으로 지적되며 사법개혁의 우선 대상으로 지목돼 온 임관성적 위주의 법관 서열제도를 내년부터 폐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임관 후 10년까지는 임관성적을 고려하되 10년 이후부터는 법관의 근무평정결과를 기준으로 인사를 할 예정이다.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위해 임관성적과 근무평정을 혼합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법관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평가를 위해 법관의 업무처리내용 등 평가의 자료와 근거를 충실히 하고, 평가방식은 법원장 단독평정 방식을 유지하되 지원장이나 부장판사 등의 의견서를 반드시 첨부토록 했다.

또한 그 동안 비공개로 유지해 법관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근무평정결과도 희망자 본인에 한해 일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서열제도 폐지로 법관 서열명부도 폐지되고, 법관명부는 연수원기수와 성명순으로 작성되며 법원 내 의전도 기수와 연령순에 따르도록 했다. 다만 사무 분담은 법관의 적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되 나이를 보충적 기준으로 적용키로 했다.


이와 관련, 석호철 인사관리실장은 "임관성적을 기준으로 법관 서열이 고정불변인 채로 공개적·반복적으로 전 영역에 적용돼 법관의 근무의욕과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일부 법관들은 서열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법관들의 형평과 화합에 장애가 됐다"며 서열제도 폐지로 폐단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역법관제도 시행


대법원은 또 법관의 80%가 서울 근무를 원해 전보인사에 따른 잦은 인사이동과 재판부 변경으로 재판의 충실화에 장애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부터 대전·대구·부산·광주의 4개 고등법원 단위로 원칙적으로 해당 고법 권역 내에서만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법관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역법관의 확충을 위해 초임지와 근무법원의 결정, 해외연수법관의 선발 등에 지역법관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며, 신규 법관 임용시에도 성적 외에 지역법관 희망여부를 고려할 방침이다.

석호철 인사관리실장은 "다만 지역법관 희망자가 아직 부족한 현실을 감안, 신규 임용은 전국적인 배치를 유지하면서 점차 확충해 200명까지 늘려나간다면 15년 후에는 지역법관제도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일원화와 국민참여 확대

대법원은 이와 함께 법조일원화를 위해 5년 이상의 변호사 등 경력자를 대상으로 임용심사가 진행중이라며 법관 임용에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법관으로서의 적격 여부를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혹 고령의 변호사가 시·군법원 판사로 안주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석호철 인사관리실장은 "재판부를 통해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 변협 등에 인품과 청렴성, 징계 여부 등 자료를 요청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임용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축했다.

특히 열린 법원을 지향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법관 임용에 국민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내년 법관 및 예비판사 임용부터 법관임용심사위원회 위원 중 절반을 법관 이외의 덕망 있는 외부인사로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법관만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앞으로 법관인사위원회에도 외부인사를 참여시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참여 인원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석 인사관리실장을 덧붙였다.

법원장인사 개선

이외에도 과거 법원장인사 또한 서열에 의해 차례로 승진하던 관행에서 탈피 법관의 희망과 적성, 법원의 규모와 업무성격 등을 고려해 행정적임자를 선발해 법원 행정의 능률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법원행정의 관료적 요소를 완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다만 경륜과 행정경험까지 갖춘 중진법관들의 원숙한 재판 능력을 재판에 활용하기 위해 2년 임기제로 근무한 뒤 다시 재판에 복귀하도록 할 예정이다.

단일호봉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단일호봉제 법안이 통과되면 종전 직급제도가 완전히 폐지되고 모든 법관은 대법관과 판사로만 구분되며 법원장과 고법부장도 직급개념에서 보직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이와 관련, 석 인사관리실장은 "단일호봉제는 고법부장과 지법부장간의 처우의 차이를 해소해 중견법관의 사직을 방지하고, 법원장과 부장판사간, 고법부장과 지법부장간의 순환 보직의 기틀을 마련해 중견법관의 충실하고 수준 높은 재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순환보직은 이론상만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밖에 신규 법관 및 예비판사 임용심사 강화를 위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면접을 강화하며, 신청자에 대한 연수원 평가가 실질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혁신 방안은 고정된 서열의 기계적·반복적 적용에 따른 관료화 여지, 현상 안주, 근무의욕 저하 등 폐단을 시정해 인사에 대한 불안 등 재판 외적 요소로 재판의 독립성이 흔들리거나 중견법관의 조기사직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풍부한 경험과 식견, 인격을 겸비한 법관에 의한 충실하고 수준 높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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