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거쳐 대구...두 이라크인의 외침

"총과 칼보다 학교와 병원을"

등록 2003.12.05 11:26수정 2003.12.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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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진 맨 오른쪽부터 아말 후세인 알완(13)양, 살람 알 주보리(22)기자, 한상진씨.

사진 맨 오른쪽부터 아말 후세인 알완(13)양, 살람 알 주보리(22)기자, 한상진씨.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라크에서 숨진 한국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우리 이라크인도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이지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입국한 이라크인 살람 알 주보리(22) 기자와 아말 후세인(13)양이 4일 대구를 방문했다.

주보리 기자 등은 전날(3일)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참배한데 이어 4일 오후 대구YMCA·이라크파병반대대구경북시민행동·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등 대구지역 5개 단체의 초청으로 대구를 찾았다.

이들은 저녁 7시 대구YMCA 강당에서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라크 현지 상황'과 '한국군 파병문제' 등에 관해 강연회를 가졌다.

"미군들 국경 넘어 탈영 지켜본 목격자 많다"
'민주주의 이라크'에서의 언론인 꿈꾸는 살람 알 주보리씨

4일 대구 강연회를 마친 후 살람 알 주보리(Salaam AL Jobourie. 22) 기자는 대구지역 기자들과 별도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이라크인 특유의 낙천적이고 유머스런 말들로 자중의 웃음을 선사했다.

주보리 기자는 특히 이라크 현지에서 자신의 취재결과를 토대로 미군들의 탈영이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미국은 (미군의 탈영이) 단지 헛소문이라고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일부 미군들이 이라크인 복장을 사서 이라크와 터키, 그리고 시리아 국경을 넘는 모습들을 목격한 사람들을 취재 도중 많이 만났다. 미군들의 탈출에는 그들을 동정한 이라크인들의 자발적인 도움과 (탈영 미군들에게) 돈을 받고 탈출을 도움을 준 경우도 있다."

주보리 기자는 이라크 바그다드 출생으로 전쟁 전까지 바그다드대학 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었다. 그는 전쟁 이후 젊은 친구들과 독립언론을 만들기 위해 <알 무아자하>를 창간했다.

하지만 재정고에 시달려 영자판과 아랍어판이 동시에 발간되는 주간지 <이라크투데이>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그 수익으로 <알 무아자하>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국에 온 이유를 "언론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한국민들을 만나서 이라크 현지의 실상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보리 기자는 한국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국은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로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국가의 정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반대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민들이 직접 나서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는 정책을 막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독립된 정부가 세워지는 바란다는 그는 "민주화된 이라크에서 진실만을 말하는 언론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터뷰 말미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국인들의 진실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자신의 인터넷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길 거듭 부탁했다. 평화를 바라는 주보리 기자의 메시지에 화답할 분들은 다음의 주소로 편지를 띄우면 된다.

살람 알 주보리 : salaamaljobourie@yahoo.com

"숨진 한국인과 가족들에게 미안...미군은 점령군"

a 살람 알 주보리 기자

살람 알 주보리 기자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들은 최근 이라크에서 이동 중 피격돼 사망한 한국 노동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하지만 어떤 명분에서든 '군복을 입은 한국군'의 파병은 결코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주보리 기자는 강연에서 "이라크인과 이라크의 문화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이라크인 자신들"이라며 "따라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한국정부가 군대를 파견하고 한국 병사들이 죽게 된다면 한국민들과 그 가족들은 분노할 것이고 (결국) 이라크와 한국간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보리 기자는 미군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이라크 현지에서 취재했던 생생한 현장을 예로 들었다.

"이라크 나시리아 지방에서 인근 발전소 폭발 테러로 미군 160여명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라크 민간인 일가족들이 타고 가던 차량에 대해 미군이 무차별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일가족은 그대로 몰살됐다."


사건 발생 후 현장을 둘러봤다는 주보리 기자는 "처음 미군은 이라크를 해방시키위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이라크를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파병을 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은 큰 강대국이지만 마치 옛 소련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이라고 미국에 의존적인 한국의 파병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보리 기자에 이어 이라크 판 '안네의 일기' 주인공을 알려진 아말 후세인 양도 대구시민들에 한국군 파병반대를 호소했다.

"이라크 괴롭히는 것은 외국 군대...총과 칼보다 학교와 병원을"

a 아말 후세인 알완 양

아말 후세인 알완 양 ⓒ 오마이뉴스 이승욱

후세인 양은 "현재 이라크인들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미군들 때문"이라며 "이라크를 괴롭히는 것은 외국 군대이며 그것은 테러그룹보다 더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세인 양은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의 참혹했던 탄압에 대해서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증언하면서도,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지금은 이라크인들 스스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세인 정권은 잔인한 정권이었다. 정권을 비난하면 큰 처벌을 받아야 했다. 우리 삼촌의 친구는 사담 후세인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혀가 잘려나가야 했다. 결국 병원에 가지 못한채 숨졌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라크를 자유롭게 해줬다면 이제는 이라크인들 스스로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도록 해줘야 한다."

후세인 양은 "이라크인들은 지금 군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을 원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에 오는 한국인 모두를 환영하지만, 군대만은 원하지 않는다"고 파병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라크를 도와주는 길은 군대와 총과 칼이 아닌 학교와 병원을 더 지어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인 노동자들, 이라크인 저항그룹 아닌 외부그룹에 의해 살해됐을 것"

이날 강연에서 주보리씨와 후세인양은 최근 테러를 당한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이라크 저항세력이 아닌 외부 테러집단에 의해 공격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후세인 양은 "(한국인들의 피격은) 이라크인들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이라크인들은 친절한 무슬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보리 씨도 "미군과 저항해 싸우고 있는 그룹은 이라크 외부에서 이라크로 들어온 외부테러그룹과 이라크인의 해방을 위해 싸우는 저항그룹으로 구분된다"며 "외부테러그룹은 이라크인까지 죽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한국방문을 성사시킨 한상진 함께가는사람들 평화팀장은 "현지 사정을 고려했을 때 한국인 노동자들의 죽음이 외부테러그룹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이 60% 정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보리씨 등은 4일 대구에서 1박을 한 후 5일 다음 방문장소인 제주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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