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차원으로 네덜란드 홍등가 방문?

[돋보기]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 잇딴 돌출 발언으로 구설수

등록 2003.12.05 18:53수정 2003.12.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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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 중구청사 입구

대구 중구청사 입구 ⓒ 오마이뉴스 이승욱

네덜란드를 연수차 방문했던 대구 정재원 중구청장이 '벤치마킹' 명분으로 '홍등가'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요즘 지역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정 구청장은 최근 관내 윤락가인 속칭 '자갈마당'을 '네덜란드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성계의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구청장은 지난 1일 12월 월례조회시 구청 직원들에게 '훈시'를 하는 가운데, 자신이 연수차 지난 11월 3일부터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을 방문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11월 3일날 제가 유럽 4개국을 방문한 겁니다. 그리고 관광지도 네덜란드가 성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곳입니다. 우리 중구에는 자갈마당이 있으니까 이거를 어떤 식으로 거기서 운영을 하며 우리 중구에 자갈마당을 어떤 식으로 적응시켜야 되겠는가 생각하는 게 자치단체장의 생각입니다."

정 구청장의 훈시는 "그래서 저는 중구에 그게(자갈마당) 있기 때문에 다른 시장, 군수, 구청장 보다는 (네덜란드 홍등가를) 더 유심히 살펴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는 말로 이어졌다.

이날 정 구청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공무원들의 배낭여행과 연수 등과 관련 자신의 연수 경험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정 구청장의 발언의 폭발력은 예상밖이었다.

정 구청장의 네덜란드 홍등가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여성단체는 반발했다. 대구여성회 최이영희 사무국장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가는 연수에서 벤치마킹을 명분으로 홍등가를 샅샅이 뒤질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면서 "당초 연수 프로그램에도 없었던 네덜란드의 홍등가를 찾았던 정확한 이유가 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연수 일정 도중 사업관계 지인과 홍등가 조사

정 구청장의 유럽 4개국 방문은 전국 시장군수협의회 소속 기초단체장들의 연수차원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구청장은 네덜란드를 찾았을 때 당초에 일정에 없던 홍등가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정 구청장은 구청장직에 당선되기 전 사업관계로 알고 지내던 네덜란드 현지인과 가이드를 동행한 채 홍등가를 찾아 '벤치마킹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홍등가 방문의 목적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 중구청측 한 관계자는 "연수 당시 네덜란드 방문시 휴일인 관계로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홍등가를 둘러본 것"이라며 "평소 중구 관내에 있는 자갈마당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 네덜란드를 방문한 선진국의 성산업을 둘러보기 위해 홍등가를 찾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함께 연수를 간 다른 단체장들이 말렸지만 나름의 소신을 세우고 현지 조사를 한 것"이라며 "만약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야 하는 단체장으로서 자신이 직접 방문 사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정 구청장의 네덜란드 홍등가 방문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월례 조례회 당시 언급한 자갈마당과 관련한 부분의 발언이 문제가 됐던 것.

앞서 언급된 월례 조례회 당시 그의 발언을 두고 여성단체와 일부 언론은 '네덜란드는 성문화가 발달된 곳이다'→'중구 관내에 자갈마당이 있어 더 유심히 살펴봤다'→'성문화가 발달된 네덜란드식으로 적응(접목)시켜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동안 자갈마당에서 빚어지고 있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문제와 폐쇄를 주장하고 있는 대구여성회 측은 정 구청장의 이와 같은 취지의 발언에 거듭 반발했다.

대구여성회는 최근 중구청장 앞으로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자갈마당을 성문화가 발달한 선진국 식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과연 성매매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인권유린과 착취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냐"고 따졌다. 또 "성매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포주와 업소를 관리하는 지역 조직 폭력배의 자금으로 흘러간다"며 "이 돈이 지역을 위해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것이 과연 온당한가"라고 비난했다.

중구청장 발언을 보도한 12월 2일자 <영남일보>는 "정 구청장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공창 예찬론을 펼친 사실이 있었다'면서 '자갈마당이 중구에 있고 세수에 도움이 되는 만큼 자갈마당도 발전의 예외가 아니다'고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중구청 측은 지난 4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발언의 본의가 왜곡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중구청 측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자갈마당을 없앨 수 있다면 없애는 것이 구청장님의 생각"이라면서도 "만약 못 없앤다면 현재의 자갈마당에 대한 보건과 환경 등을 개선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식의 공창제 도입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고를 가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 여성회는 이번 정 구청장의 발언과 관련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구청 측은 이번 기회로 자갈마당에 대한 처리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수에 도움돼 대형 나이트 클럽 개업식 참석?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 잇딴 돌출행동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이 최근 들어 잇딴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벤치마킹 차원에서 네덜란드 홍등가를 방문했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는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은 지난 1일 정례조회 발언에 앞서 관내 대형 유흥업소 개업식에 참석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정 구청장은 지난 11월 27일 중구 관내 총 면적 1240평으로 전국 최대 규모인 A나이트클럽 개업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까지 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일자 정 구청장은 지난 1일 정례조회에서 '자갈마당 발언' 외에 나이트클럽 개업식 참석에 대한 자신의 변을 늘어놨다.

정 구청장은 "A나이트클럽을 지역에 유치함으로 인해 구세는 1억6400만원, 시세 6억원 등으로 세수가 8억8000만원에 이른다"면서 "세수 외에 벌금을 부과한 것이 옥외 광고물 관리법 등 위반으로 150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테이프 커팅을 했다는 이유로 뭐하러 가나 오해를 받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일이 그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구청 측도 정 구청장의 발언에 대해 "A나이트클럽은 대구시 어디든 들어서게 돼 있었다"며 "구청장님이 중구의 낙후된 현실을 감안하고 버려진 땅을 활용하기 위해 나이트클럽 유치에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오히려 "나이트클럽 유치로 인해 지역 주민 200여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발생하는 등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 구청장과 중구청의 시각은 역시 반발이 불러일으켰다. 여성단체인 대구여성회 측 관계자는 "유흥업소에서 불법행위로 인해 지불되는 벌금까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유흥업소가 번창하는 것이 지역의 건전한 경제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한 자치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의 생각이 이정도 뿐인지 답답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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