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용어 폐기 시기상조

[주장] '조중동'은 '조중동'이다

등록 2003.12.07 09:47수정 2003.12.07 12:32
0
원고료로 응원
'조중동'에서 <중앙일보>를 빼자는 논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자보>에서 설문조사를 한다며 질문지를 보내왔는데 대답을 하지 못하고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언론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분리 대응의 필요성을 생각해왔다. 조중동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해왔으며, 인터뷰나 글 등을 통해서도 중앙의 차별성을 간간이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공론화가 됐을 때는 운동의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를 수반하기도 한다.

논의의 발단은 10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언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최민희 사무총장이 제기한 것이다. 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전문기자가 옮긴 최 총장의 발언이다.

"조·중·동이라는 말은 신문사들의 보도와 논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단어다. 대북 관계·대통령 등에 대한 중앙·조선·동아의 보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한 묶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 단어를 폐기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중앙 10월 23일자 '김택환의 미디어 세상')

이 토론회에서 나는 사회를 보았는데 최 총장이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최 총장이 이 문제를 발제문에 넣었던 것은 아니고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민언련 사무총장이 공개석상에서 제안한 것이니 논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우리끼리는 종종 그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는 했으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제안하기에는 내부적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내가 보기로는 차이를 인정하자는 취지를 강조한다는 게 발언이 조금 '오버'한 듯 하다.

'조중동'이라는 용어를 폐기해야 하는가? 아니라고 본다. 조선 중앙 동아는 공통점도 있고 차별성도 있다. 그 중 중앙이 세 신문 중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 신문만을 비교대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얘기지 절대적 평가일 수는 없다.


세 신문에 국한한 차별성을 근거로 하여 중앙을 빼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용어 사용의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대상에서도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이 문제로 고민하는 까닭은 운동의 효율성 때문이다. 세 신문의 위력이 너무나 파괴적이어서 몰아서 대응하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문제가 덜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중앙을 빼면 어떻겠느냐는 전술적 고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세 신문을 놓고 고민하고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현상인 것이다.


중앙이 조선과 갖는 차별성이라는 것은 노골적이냐 아니냐의 차원이다. 조선은 목표가 설정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철해나가는 경향이 있다. 허위, 왜곡, 편파, 거짓, 날조, 과장, 축소, 누락 등 저널리즘 원칙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짓을 과감하게 자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지적하고 항의를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조선일보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특별히 안티조선운동을 조직한 것이다.

반면에 중앙은 그렇게 노골적이지는 않다. 저널리즘의 최소한의 양식은 지키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참 벗어나 있다. 따라서 차별성을 인정하고 평가는 정당하게 하되 운동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던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의 발언도 차별성을 인정하자는 것이었지 운동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이 조선과 차별성을 갖는 분야는 대표적으로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보도다. 햇볕정책을 지지해 왔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국가보안법의 개정 필요성도 인정해왔다. 또 미국의 일방주의 강성외교에 대해서는 꽤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금 보면 일관성도 없고 종전의 입장이 폐기된듯한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보조를 맞춰 퍼주기담론을 확대해왔으며, 미국의 전쟁수행정책을 지지하며 파병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았을 때 '조중동'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중앙이 스스로 '조중동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그 동안 사용해온 '조중동'에서 '중'을 빼준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은 인정하고 정당하게 평가해주되 지적할 것은 변함없이 따끔하게 지적을 해주는 것이 정상이다.

수구신문으로 함께 매도당하고 싶지않으면 스스로 더욱 더 차별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중앙일보의 몫이다. 우리가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AD

AD

AD

인기기사

  1. 1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