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국선 변호인' 제도 바뀐다

전국법원장 회의, 내년부터 '국선전담 변호인제' 도입

등록 2003.12.08 16:56수정 2003.12.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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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종영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훈시를 하고 있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훈시를 하고 있다 ⓒ 신종철

내년부터 다른 형사사건의 수임을 금지하고 국선변호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국선전담 변호인제도가 도입된다.또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원칙적으로 7년 이상의 경력법관이 임명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5일 본관 4층 대회회의실에서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 대법관 12명을 비롯해 전국 법원장 25명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법원장회의'를 열어 형사재판 운영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오직 국선변호만을 전담하게 될 전담변호사들은 변호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나 사법연수원의 추천을 받게 되며, 무죄를 주장하거나 복잡한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서울본원 2명, 서울 관내지역 5명 등 7명과 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법원 각 1명씩 등 모두 13명의 전담 변호사를 두고 내년부터 시범 실시할 방침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방안은 국선변호인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변호사들의 시간제약과 관심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변론이 이뤄지지 못한 채 "선처를 바랍니다"라는 '앵무새 국선변호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대법원은 올해부터 지법 본원에서 실시된 형사공판 주2회 원칙을 내년부터 지원까지 전면 확대키로 하는 한편 형사법관을 부장판사 위주로 임명하되 원칙적으로 7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판사를 임명하는 등 형사재판의 심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또 적정한 양형을 도모하기 위해 1심 합의부의 법원 사무관이나 예비판사 등을 양형조사관으로 임명하는 '양형 조사관제도'를 시범실시하고 향후 심리학, 양형 등 전문가에 의한 양형 조사제도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약식명령으로 기소됐다 정식재판에 넘어온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신설, 양형의 형평과 전문성을 기하고, 실형 후 재범시 5년간 집행유예 선고를 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규정이 오히려 재판부가 실형선고를 주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라 법개정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키로 했다.

이날 최종영 대법원장은 훈시에서 “형사재판부의 대폭 증설과 공판기일 주 2회 개정으로 재판을 수사기록 중심에서 법정심리 중심으로 변모시켜 공판중심의 형사재판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또한 민사재판은 종전 관행에서 탈피, 충실하고 효율적인 심리를 통한 ‘재판다운 재판’으로 변모했다”고 자평했다.


최 대법원장은 그러면서도 "신속·공정한 재판은 사법부의 사명이자 존재이유이므로 충실한 심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해달라”며 “민사사건의 화해·조정, 보전처분 남용방지 노력과 함께 형사재판에서도 불구속재판·국선변호·공판중심주의를 확대, 적정한 양형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3일 발표된 법관인사혁신방안과 관련, “법관들 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해해달라”고 주문한 뒤 “사법행정사무가 크게 변화했지만 법원공무원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와 개선이 없다보니 법원공무원의 보완점도 있어 법원공무원제도 전반의 개선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최 대법원장은 밝혔다.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은 ‘행정에 관한 지시사항’을 통해 “일부 법관의 경우 인정에 이끌려 법관의 변호사 면담지침에 어긋나는 변호사의 판사실 출입을 적극 제지하지 못하는 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관이 아무리 재판을 잘해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오해를 받으면 법관은 물론 사법부 전체의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 만큼 법관윤리강령과 변호사면담지침이 잘 지켜지도록 법관들에게 환기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손 처장은 또 “법원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이 시행되고 법원 업무처리의 투명성을 위해 각종 제도를 개선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독권을 행사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덧붙였다.

조무제 선임대법관도 ‘재판사무에 관한 자체점검사항’을 통해 “인신구속제도의 운영에 있어 기소전 보석제도를 적극 활용해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실천하도록 해야 하지만 불구속 재판의 확대가 자칫 범죄의 방임이나 형벌권의 약화라는 오해를 주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조 대법관은 특히 “최근 국민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주가조작, 공적자금 유용 등 각종 경제범죄나 뇌물 등 부정부패사범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런 범죄의 형을 정할 때 이들 범죄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나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신뢰와 설득력을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는 ▲법관 및 법원공무원을 포함한 법원인사제도 개선방안 ▲새로운 형사재판 추진상황 검토 ▲형사항소심의 적정한 양형 실현방안 ▲새로운 형사재판의 확산 및 정착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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