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 방문, 민주당 '썰렁' 우리당 '화목'

조순형 대표 쓴소리에 '당혹', 김원기 의장 환대에 '웃음'

등록 2003.12.09 13:12수정 2003.12.09 16:05
0
원고료로 응원
민주당을 방문한 고건 총리가 조순형 대표, 김영환, 김경재 의원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을 방문한 고건 총리가 조순형 대표, 김영환, 김경재 의원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윤상

고건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여의도를 찾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차례로 방문했으나 양당의 접대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을 찾은 고 총리는 대표접견실에서 조 대표와 김경재, 김영환,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등과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으나 폭포처럼 쏟아지는 조 대표의 '쓴소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우리당에서는 이호웅 공동의장 비서실장이 직접 당사 밖으로 나와 고 총리를 맞이했으며, 김원기 상임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는 시종일관 웃으며 편안한 모습으로 대했다.

9일 오전 10시께 민주당을 찾은 고 총리는 곧바로 대표접견실로 들어갔으나 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잠시 기다려야 했다. 약 1분 뒤 조 대표가 접견실로 나와 악수를 나눴고, 잠시 뒤 상임중앙위 회의를 마친 김영환, 김경재, 추미애 의원과 강운태 총장도 함께 배석했다.

조 대표와 고 총리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 대표의 '쓴소리'로 이어졌다. 고 총리는 대화 초반 "국정현안이 산적한데 국회를 정상화시키는데 앞장서 주셔서 감사하다"고 추켜세우며 인사말을 했지만, 곧바로 조 대표의 맹공이 시작됐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은 민주당이 공천해서 당선시킨 만큼 사안별로 국정에 전적으로 협력하려고 한다"면서도 "제가 당대표로서 좀 쓴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국정쇄신 4개항 얘기를 했는데 노 대통령이 전혀 반응이 없더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후 조 대표는 국정쇄신과 청와대 개편, 측근비리특검법 거부권 행사, 재신임 국민투표, 장관 총선징발론 등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불만을 조목조목 짚어갔다.

조 대표는 우선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이 국정쇄신"이라며 "노 대통령이 지난번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의하면서 국민투표가 처리되고 나면 대대적인 국정쇄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보도되는 것을 보면 소폭으로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조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이번에 정말 내각을 전폭적으로 쇄신하시길 바란다"며 "특히 지금 청와대 보좌진을 보면 국정경험이 전혀 없이 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가신과 측근들로만 돼 있는데,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중용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청와대 개편을 강하게 요구했다.

측근비리 거부권 행사와 재신임 국민투표의 처리에 관해서도 조 대표는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조 대표는 고 총리에게 "(재신임 국민투표는) 헌재에서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난 것인데 대통령이 오기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으며 "(거부권 행사는) 재의결 안 되리라는 것을 (내심) 바라고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조 대표는 또 총선 장관징발론에 대해 "장관 자리가 총선출마자 경력양성소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 총리는 "오늘 오찬때 나도 전하겠지만 4당 대표회담에서 그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해 달라"고 답변했지만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조 대표와 함께 배석한 민주당 상임중앙위원들도 고 총리를 몰아붙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영환, 추미애 의원은 고 총리에게 "정부가 대화에 나서서 부안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공세를 취했다.

김경재 의원과 추미애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설에 대해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김경재 의원은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가면 한나라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추미애 의원은 "그건 (대통령이) 바라는 소원이잖아요, 다수당..."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고 총리는 민주당에서 이처럼 박대를 받았지만, 우리당에서는 영접을 받았다. 우리당이 입주해 있는 국민일보 빌딩에 고 총리가 도착하자 이호웅 의원이 직접 1층까지 내려와 정문에서부터 따뜻하게 맞았다.

김원기 상임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는 고 총리의 도착 전부터 당의장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민주당 조 대표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 총리와 김 상임의장, 김 대표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얘기를 나눴다. 김 상임의장은 고 총리에게 "오늘 (우리당을) 안 찾아 왔으면 좀 덜 협조하려고 했다"는 농담을 건넸고, 김 대표는 "얼굴이 화장한 것처럼 화사하게 보인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 총리도 "어제 국회 예결위가 끝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고는 "앞으로 자주 찾아와야 되겠다"며 친근감을 표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