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과 함께 책을 들었죠”

지금껏 5000여 권 읽은 충남고 2학년 이국령군

등록 2003.12.11 09:26수정 2003.12.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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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남고 이국령군.

충남고 이국령군. ⓒ 권윤영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이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지난 10월 19일에 열렸던 ‘대통령상타기 제12회 전국 고전읽기 독후감 대회’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은 대전 충남고 재학생 이국령(2학년)군. 그는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겸손함으로 말문을 열었다.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 교육부 등이 후원한 이 대회는 행사당일 발표된 출제 작품 ‘메밀 꽃 무렵’을 90분간 읽고 90분간 감상문을 쓰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예선 통과자 400여명 학생들이 실력을 겨뤘으니 이군의 수상이 순전히 운 때문만은 아니다. 이군은 지난 여름, 글쓰기 지도를 맡고 있는 정상균 교사의 권유로 응시, 뜻하기 않게 좋은 성적으로 거두었다.

그러나 이미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경력을 갖고 있었던 이군은 자타가 인정하는 글 솜씨의 소유자이다. 각종 대회나 글과 관련한 행사에서도 빠짐없이 참석했던 이군이다. 학교에서는 이번 전국 고전읽기 독후감 대회에서 그가 쓴 독후감 내용을 복사해 1~2학년에게 읽어보라며 나눠주기도 했단다.

“상을 받고 지난 한 달 동안 '한턱 쏘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라고 이군은 싫지않은 표정으로 볼멘소리를 한다.

“책을 좋아하거든요. 글쓰기가 취미였죠. 많이 읽다보니 글을 쓰게 되고, 글을 쓰게 되니 읽게 되더라고요.”


이군은 300쪽 분량의 책을 하루에 20여권이나 읽을 정도로 방대한 독서량과 속독 능력을 자랑한다. 한 권 정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학교 공부하느라 바쁜 고등학생이라도 하루에 2~3권은 반드시 읽는 편이다.

이군의 독서애호가 기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닌데 그 사연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부모님이 맞벌이라서 어렸을 때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장난감은 안사주시고 책을 사주셨거든요. 심심해도 놀게 없으니까 사면에 둘러 쌓여있는 책을 선택했죠.”

컴퓨터 게임이 유행이던 시절, 또래친구들이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에도 그는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주지 않아 할 수가 없었다. 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그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며 아픈 기억(?)을 소개했다.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국령군이 지금껏 읽은 책만도 무려 5000여권에 달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서를 즐기는 그는 고전으로 꼽히는 것은 다 읽었다고 자신한다. 이렇다 보니 교과서나 언어영역 문제집에 실린 문학작품들도 한번씩은 읽어 본 것들이라고.

학교 방송반에서 작가 겸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군은 언어영역을 가장 잘하지만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가 아닌 수학이고, 장래희망은 작가가 아닌 변호사다.

“어렸을 때 주변에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이 봤어요.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크면 변호사가 되어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당당히 장래희망을 밝히는 이군은 어린 시절부터 읽어 온 책들을 통해 글재주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마음을 배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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