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이하 광고는 받지 않는다"

조선닷컴, '명품 전략' 선언..."2004년 뉴스도 유료화 하겠다"

등록 2003.12.12 16:35수정 2003.12.13 15:13
0
원고료로 응원
"조선닷컴은 고급 명품을 취급하는 일류백화점이다. '명품다운 뉴스'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같은 곳이 되길 원한다."

"앞으로 한국의 4대매체를 꼽는다면 '조중동+조선닷컴'이 되도록 하겠다. …내년은 조선닷컴의 유료화 원년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의 인터넷판 조선닷컴의 생존 전략이다. 조선일보와 디지틀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미디어설명회를 열어 조선닷컴 인터넷뉴스의 편집방향, 취재·기사작성 과정, 네티즌 독자정보, 광고전략 등에 대해 공개했다.

국내 인터넷미디어 설명회로는 처음 열린 이날 행사에는 기업체 홍보담당자들과 인터넷뉴스 관계자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조선일보측은 "독자적인 인터넷미디어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본지의 경제과학부 설명회 못지 않은 관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조선닷컴 콘텐츠를 총괄하는 송희영 조선일보 국장대우는 "인터넷매체의 영향력이 언젠가 신문과 TV방송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내년은 조선닷컴의 유료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공개해 언론계 관심을 끌었다.

송 국장대우는 또 조선닷컴의 향후 전략으로 '고급화,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유료화 역시 이같은 차원으로 실시된다고 밝혔다. 조선닷컴의 '일등 명품' 전략은 "500만원 이하의 광고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송 국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언론사는 언론사대로 특화된 양질의 뉴스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방문자 수 등 인터넷미디어의 양적 경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며 "언론사가 '이효리 허리살이 1인치 늘었다'는 기사로 엄청난 방문자 수를 올리는 포털사이트와 같은 방식으로 가서야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포털사이트의 약진을 의식한 조선닷컴의 차별화 전략은 황순현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의 표현에서도 잘 나타난다.

황 기자는 포털사이트와 뉴스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유통상과 제조업체, 대형할인점과 일류백화점"으로 각각 비유했다. 이어 그는 "조선닷컴은 고급 명품을 취급하는 일류백화점이다. 명품다운 뉴스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같은 곳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조선닷컴은 이날 최근의 성장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등 8개 계열매체의 콘텐츠를 통합한 조선닷컴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메트릭스 자료를 인용, "주요 언론사 사이트 중 전체 방문자뿐 아니라 뉴스부문 방문자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사이트 개편 이후 꾸준히 페이지뷰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닷컴은 "종이신문보다 유연하다"면서 조선일보와의 차별을 거듭 강조했다. 최준석 인터넷뉴스부장은 조선닷컴 편집방향으로 △틈새 지향 △금기깨기 △속보성 △심층보도 등을 들고 "본지가 재벌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조선닷컴은 노동계 보도를 과감하게 싣고 있다"고 비교했다. 최 부장은 "험한 말도 쓴다, 점잖은 매체라는 관행은 없다, 취재에 성역은 없다"면서 전여옥·이명랑씨 칼럼 등을 '금기깨기' 사례로 들었다.

한편, 조선일보는 현재 양방향TV나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등 뉴미디어 서비스 시장진출에 대해 진지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a 김찬 디지틀조선 사장이 조선닷컴 미디어설명회 개최 취지를 밝히고 있다.

김찬 디지틀조선 사장이 조선닷컴 미디어설명회 개최 취지를 밝히고 있다. ⓒ 조선일보 제공

'조선닷컴', 조선일보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가

이날 참석자들은 조선일보와 조선닷컴의 관계를 포함해 편집방향, 댓글의 부정적인 영향, 광고단가, 방문자 수, 유료화 계획 등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던졌다. 기업체 홍보 담당자들의 경우 조선닷컴이 운영 중인 '소비자 고발 코너'의 문제점과 역기능을 놓고 언론사로서의 책임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답변자로는 송희영 조선일보 국장대우, 김봉현 디지틀조선 경영기획실장, 최준석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장, 황순현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디지틀조선 조선닷컴 편집부장 겸임), 임정욱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디지틀조선 인터넷기획부장 겸임) 등이 나섰다.

다음은 미디어설명회 참석자들의 주요 질문에 대한 조선닷컴의 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조선일보의 기사와 취재에 의존한다면 조선닷컴만의 독립적인 편집방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가.
"조선닷컴은 조선일보가 취재와 기사 편집을 하고 디지틀조선일보가 인터넷미디어 운영과 기획 등을 맡는 합작품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미디어간 융합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럴수록 조선닷컴의 장점인 온-오프라인간 융합능력이 더 살아날 것으로 본다."

- 조선닷컴 취재·편집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기자들이 각자 아이템을 취재한 뒤 기사를 작성하면 1차로 인터넷뉴스부장이 데스크를 한다. 그 뒤 편집기자와 기사의 밸류(크기), 위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배치를 한다. 그러나 속보나 긴급 사안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기자가 데스크에 바로 연락해서 출고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전화로 부르기도 한다."

- 특종의 경우 기자들이 종이신문에 싣는 것을 더 선호하지 않는가.
“영향력이 큰 매체에 특종이 실리길 원하는 게 기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KBS 서동구 사장 내정 파문’ 당시 인터넷뉴스부가 특종을 했는데 어디에 쓸 지 고민했다. 그때는 인터넷뉴스부가 생긴지 얼마 안돼서 신문에 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 앞으로는 특종기사를 조선닷컴에 먼저 낼 것이다. 조선닷컴이 크려면 네티즌들이 주목할 만한 이슈와 특종 기사가 있어야 한다.”

- 뉴욕타임스의 공익편집인(Public Editor) 제도를 도입할 생각은 없는가?
"조선닷컴은 공익편집인 도입보다 어떻게 하면 인터넷신문을 잘 만들 것인지에 우선 주력할 예정이다. 조선닷컴의 실수를 줄여나가는 부분은 계속 보완할 것이다."

- 독자의견 중 익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가능성에 대한 대처 방안은.
"독자들의 반응이 편향되기도 한다. 그러나 목소리가 크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10여년 넘게 기자를 하면서 기사 보는 훈련을 받은 데스크진이 관찰하고 있다. 또 훈련된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의도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방어가 가능하다고 본다."

-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댓글 노출이 바람직한가.
"댓글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댓글을 통한 토론문화를 올바르게 이끄는 데 신문사와 여론주도층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 '욕설도 하나의 여론'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닷컴은 기술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과격한 욕설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내용이 심한 경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뒤, 경고를 2번 받으면 해당 아이디의 글쓰기 권한을 삭제하고 있다. 똑같은 주제의 기사라고 하더라도 조선닷컴의 댓글은 다른 인터넷언론보다 댓글의 숫자와 질이 다르다."

- 조선닷컴이 '1등신문'을 자랑하지만 미디어다음이나 네이버 등과 비교할 때 포털사이트의 방문자 수에 뒤지는 것 아닌가.
“포털사이트들이 뉴스 도매상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 공급자인 언론사의 뉴스를 제공받아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뉴스도매상을 지향하는 포털사이트와 조선닷컴의 '고객'은 완전히 다르다. 10대 중심의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와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닷컴)의 뉴스 전달방식은 다르다. 각자의 시장과 고객이 있다. 우리는 포털사이트와 경쟁하기보다 나름대로 생존하려는 전략으로 갈 것이다."

- 조선닷컴의 방문자 수는 조선일보만의 수치인가, 8개 매체를 합한 결과인가. 8개 매체를 합한 것이라면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오마이뉴스 등과의 우위 비교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스포츠조선 도메인이 조선닷컴 도메인으로 통합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통합 이전에도 조선닷컴은 하루 90∼95만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상당한 독자를 거느린 일본판의 경우 조사업체인 '메트릭스'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조선 수치를 빼고도 본지 통계만으로도 하루 방문자 수가 100만은 넘는다고 본다."

- 조선닷컴에 광고를 실으려면 얼마가 드는가.
“조선닷컴은 프리미엄 배너와 박스 배너 외에 다른 광고가 없다. 여러 개의 소형광고를 띄우지 않는다. 고객(광고주)들의 '차별화' 요청을 실현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저단가 소액광고를 아예 없앴다. 따라서 대출광고나 성인용 광고 등을 막고 조선닷컴 품질을 높이기 위해 월 500만원 미만은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버리길 잘했다'는 게 내부 평가이다. 현재 한 화면에 2개 이상의 배너광고를 띄우지 않고 있는데 우량 장기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명품' 조선닷컴의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 조선닷컴은 흑자를 언제 이룰 것으로 보는가.
"현재 기준으로 보면 내년 상반기부터 흑자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소비자고발 코너’에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않은 소비자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소비자고발 코너'가 생각하지 못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단체에 고발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는 평도 있다. 또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했을 때 원색적으로 고발하는 경우가 있다. 때론 기업 담당자들이 해당 글을 빼달라는 요청을 하곤 하는데 그럴 수 없다. 욕설이나 명백한 거짓, 명예훼손이 아니면 지울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자사 입장이나 반론을 적극적으로 펴는 것이다. ”

- 더욱이 해당 고발의 진실성이나 기업의 책임 유무가 밝혀지기 전에 조선닷컴 초기 화면에 뜨면 독자들은 사실로 오해할 수 있다. 공정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사 사이트로서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하지만 소비자 권리를 우선시 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라고 본다. 물론 기업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스템을 찾는 노력도 기울이겠다."

- 인터넷신문 조선닷컴의 취약점은.
"속보성은 빠르기도 하지만 종이신문처럼 결과물이 남아 있지 않고 빨리 넘겨져 독자의 뇌리에 남기 힘들다. 그래서 임팩트(영향)가 종이신문보다 적을 수 있다. 온라인이 공간에 제약이 없다고 하는데 초기 화면은 한정돼 있고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또 조선일보가 제공하는 기사를 싣다 보니 속보로 띄워도 주요 뉴스가 저녁에 올라가는 취약점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미디어를 운영해보니 장비와 인력 등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는 '노동집약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다 종이신문과 달리 광고수입이 적다. 현재 유료화 등 수익창출 방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 양방향TV나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등 뉴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방향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래서 DMB나 양방향서비스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관련 규제로 비디오 서비스 시장진출이 가능할지 논란도 있지만 미디어융합 시대의 주요 콘텐츠로 영상물로 생각하고 있어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 조선닷컴은 유료화 계획이 있는가.
“오는 2004년을 유료화 원년으로 삼아 점진적으로 유료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 유료화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세부적인 유료화 방식은 연구 중이다. 내년에 유료화를 단행한다는 일정은 잡았는데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 등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본다."

- 유료화에 따른 독자들의 저항이 예상되는데 대책은.
“인터넷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적지 않은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책은 단순하다. 양질의 기사, 다른 매체에서 찾을 수 없는 역동적인 기사를 적극 발굴하는 게 유료화 대비책이다. 독자들은 돈보다 품질 좋은 기사, 정보를 찾을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3.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