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문학동인회 '모란촌' 30주년 맞아

모란촌 문학동인회 동인지 30호 발간

등록 2003.12.15 12:22수정 2003.12.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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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낮 12시. 광주광역시 풍암동 영빈관 2층 홀에서는 전라남도 강진에 뿌리를 내린 모란촌문학동인회(회장 한옥근) 연간작품집 <모란촌> 30호 출판기념회가 조촐하게 열렸다.

이 날 모임에는 한옥근(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문학박사·극작가) 회장을 비롯한 20여명의 회원과 범대순 시인, 김수봉 수필가, 강인한 시인, 조영희 시인 등 문단의 축하객과 10여분의 회원가족, 그리고 축하공연을 위해온 향토예술인 3명 등 모두 40여명이 모여 뜻깊은 작은 잔치를 벌였다.


강진과 모란촌 문학동인회

모란촌 문학동인회는 우리나라 서정시의 거성이요 현대시의 개척자인 영랑 김윤식 시인의 고향이자 시의 산실인 강진에서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에 태어났다.

강진은 예로부터 문림예향으로 일컫는 고장이다. 산자수려하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또한 강진은 고려 청자의 산실인 고려청자 도요지, 다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18년 꿈이 서린 다산초당,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로 유명한 영랑 김윤식 시인의 생가, 국보 13호 극락전과 국보 507호 선각국사편광탑비로 유명한 무위사, 8대사 8국사를 배출했으며 위급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결사운동을 전개했던 백련사, 조선시대 전라도 53주와 육진의 육군을 총지휘했던 최고사령부가 있던 병영성 등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남도 문화 답사 1번지'로 유명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그래서인지 강진에서는 일찍부터 문예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향토 문화의 맥을 잇고 영랑 김윤식 시인과 김현구 시인 등 당대의 이름 난 시인의 시혼을 이어 강진문학의 터전을 다시 일구고, 고장 문학발전은 물론 세계문학으로 발전시켜보자고 나선 것이 모란촌 문학동인회 태동의 근간이다.

1973년 3월 1일. 전라남도 강진읍에 자리잡은 푸른길 식당 안. 강진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던 열세 사람이 모였다.

차부진, 김창식, 김재려, 박양배, 주전이, 양성운, 정문석, 김병균, 정복상, 김정수, 임상호, 김노정, 오정원. 이렇게 13명이 모여 '강진문원'이라는 이름으로 향토문학단체를 결성하였으니 그 게 바로 강진문학사를 새로 쓴 역사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때부터 가난한 시골 문학인들. 매월 회비를 모으고 원고를 모아 딱 1년 후인 1974년 3월 1일 창간호를 강진 남성프린트사에서 프린트 판으로 펴내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30년 동안 꾸준히 해마다 한 권씩의 동인지를 발간하여 우리나라 문단사상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렇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군 소재지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문학적인 맥을 이어온 것은 대단한 자부심이 아닌가 싶어 항상 긍지를 갖고 글을 써 오기 올해로 31년. 창립 30주년 기념호인 모란촌 30호가 발간된 것이다.


모란촌문학동인회 동인지 30호 표지 사진
모란촌문학동인회 동인지 30호 표지 사진장생주
그동안 모란촌 문학동인회에 참가했던 회원 문인들은 50여분이 넘는다. 그러나 지금은 등록된 회원은 31명. 회원들의 면면이 한국문단에서도 이름 난 회원들도 많다.

회원들을 잠깐 소개하자면 시 전문 문예지로 등단한 주전이, 강정삼, 김재석, 김선태, 김미순, 김한성, 이수희, 차경희, 송광수, 백형규, 박주익, 김해등 시인. 신문사 신춘문예로 등단한 윤영권 등의 시인. 문예지와 기타 월간지로 등단한 박양배, 장생주, 김선식, 김현임, 조강국, 장여옥 등의 수필가.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옥애 동화작가. 소설로 등단한 김정태, 조수웅, 송하운 소설가.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극작가 한옥근, 그리고 각종 일간지, 교육전문지, 지역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김용복, 윤정남, 송영우, 김명희, 김수영, 강현옥 등 거의 모든 회원들이 등단 문을 거쳐 문단에 데뷔, 작품집을 내고 문학상을 받고,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간되었던 <모란촌> 동인지들
지금까지 발간되었던 <모란촌> 동인지들장생주

모란촌 창립 30주년 기념호 30호 내용

모란촌 30호는 나름대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동인지 표지화부터 달라졌다. 그동안 표지화를 그려주던 서양화가요 전임 회장이던 완향 김영렬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화가이며 수필가인 조강국 회원의 스텐실 그림이 신선미를 더해 주고 있다.

또한 이번 기념호에는 사진으로 본 모란촌 문학동인회 제하의 30년 동안의 중요행사 사진들이 하나의 역사의 기록물로 볼만하다. 그리고 한옥근 회장의 발간사에 이어 윤동환 강진군수, 김남수 강진군의회 의장, 박종상 강진문화원장의 축사를 곁들여 지역문학인들의 사기진작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책이 나올 무렵 작고한 완향 김영렬 화가의 추모특집엔 고인의 대표적인 그림 5점이 선보이고 있으며 고인을 그리는 추모사가 애절하다.

또한 특집으로는 30년을 조명하는 '안에서 본 모란촌 30년 밖에서 본 모란촌 30년', 그리고 창간호부터 지난 29호까지의 차례 모음과 작가별 작품목록을 정리함으로써 강진지역의 문학 활동사를 정리해둔 게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수록된 작품은 김선식 수필가의 <갖바치 선생>, 장생주의 <이웃사촌…>을 비롯한 10분의 수필 작품과 김옥애 동화작가의 동화 <좀 늦더라도>, 강현옥의 동화 <해탈이의 일기>, 김정태 장편 연재 소설 <또 다른 양지>(5회), 김해등의 꽁트 <로또 참외>, 조수웅의 꽁트 <카니발적 쑤시지>, 그리고 주전이의 시 <강변에서> 등 12분의 주옥 같은 시가 실려 있으며, 평론으로 한옥근 극작가의 <광주. 전남문단의 어제와 오늘> 논문이 곁들여져 있어 작품의 질로 보아서도 별로 손색없는 문학지가 아닌가 싶다.

모란촌문학동인회 동인지 30호 출판기념회 이모저모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한옥근 회장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한옥근 회장장생주
낮 12시. 식장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한옥근 회장의 인사가 있었다. 모란촌 30년. 참으로 감회가 깊단다. 그동안 90대로부터 10대에 걸쳐 다양한 회원들은 지역문화창달을 위해 애써 왔으며 젊은 회원들은 언제나 고향의 원로 대 문인이나 향토 사학자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했던 지난날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어 광주에 살고 계시는 한국의 대 원로 시인 범대순 전남대 교수님의 애정 어린 축하의 말씀과, 외가가 강진이라며 은근히 부러워하며 축하의 말을 잊지 않는 김수봉 수필가. 그리고 강인한 시인의 축하 말은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축사를 하고 있는 범대순 시인
축사를 하고 있는 범대순 시인장생주
이어 전 회장인 김용복(영동농장 회장·영동장학회 회장·건국대학교 총동창회장)님께 감사패를 증정하고 김용복 회장의 답사를 들을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언제 들어도 감격스러운 이야기였다. 월사금이 없어 중학 2학년 1학기 때 학교에서 쫓겨나 가방에 중학교 교과서 몇 권 달랑 담고 무작정 부산으로 떠났던 소년이 중동 사막에 배추밭을 일구어 성공의 씨앗을 심기 시작, 온갖 피어린 집념과 고생 끝에 이제는 60만평의 농장에서 해마다 만 2천여 섬의 쌀을 생산하고 몇 십억 장학금으로 수많은 장학생을 배출해냈다는 입지전적인 자수성가의 성공담은 한 편의 드라마요 설교가 아니던가.

기념패를 받고 있는 김용복 회원
기념패를 받고 있는 김용복 회원장생주
이어 축하회는 축하 시루떡을 자름으로써 테이프를 끊었다. 그리고 2부는 더 볼만했다. 남도대학교 재학생으로 각종 대회에서 입상 경력이 많다는 김은하양의 가야금 병창은 곱게 차려입은 한복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김선식 회원의 판소리 한 마당. 프로 급인 그의 열창이 역시 소리는 우리 것이로구나 싶어 가슴이 확 뚫렸다.

그리고 강진이 고향이요 현재 전남 나주 다시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차명오 선생의 대금 연주는 우리의 간장을 끊었다 이었다. 정말 기가 막하는 한판 연주였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 어딘 듯 힘차게 솟구치다가도 다시 뇌성벽력 같이 떨어지다가도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지고 잠잠해지고 우리의 숨소리까지도 들리는가 싶은 그 고요함. 정녕 대금연주가 이렇듯 심금을 울리는구나 싶었다.

뒷풀이공연으로 김은하양의 가야금 병창 모습
뒷풀이공연으로 김은하양의 가야금 병창 모습장생주
이렇듯 전라남도 강진군의 대표적인 문학동인 모임인 모란촌 문학동인회 자축행사는 회원들의 노래 한마당으로 그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마도 영랑 김윤식 선생의 북장구 소리와 창 소리를 들어 본 문인들이라면 아! 역시 그 선배에 그 후배들이구나 싶었으련만…. 그 북장구. 그 창을 들으셨던 분들은 모두 떠나셨으니…. 이제 우리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명오 국악인의 대금연주
차명오 국악인의 대금연주장생주

모란촌 문학동인 활동에 대한 소감 한 마디

끝으로 30호를 발간한 회원들의 소감을 들어본다.

주전이: "창립회원이 나와 박양배 선생님뿐이라니…. 어쨌든 나는 영랑전기를 모란촌에 연재했다가 책도 냈었고 시인도 되었으니 감개무량하다. 앞으로는 회원들이 더 좋은 작품을 쓰기를 바란다."

박양배: "창간호부터 나의 문학을 위한 유일무이한 모임으로 30년을 한결같이 참여해왔다. 그러나 동인간에 얽힌 뜨겁고 끈끈한 정은 해가 갈수록 식어만 가는 듯해 안타깝다. 창간 당시의 순수한 마음을 되새겨 보았으면 싶다."

한옥근: "고향의 의미와 생존의 확인을 찾는 모임으로 대단한 정열과 의지로 순항해왔다. 이제 지난날을 반성해 보고 멀고 먼 피항의 목적지를 향해 새로운 다짐을 가져야겠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써야겠으며 기금확보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김용복: 내고향 남도답사 1번지. 여러 가지 자랑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모란촌 문학동인회다. 특히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쉼 없이 맥을 이어왔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김선식회원의 판소리 한 마당
김선식회원의 판소리 한 마당장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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