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교수들, 또다시 삭발

재학생 전원 유급 초읽기... 학생·교수 무기한 철야농성

등록 2003.12.16 19:55수정 2003.12.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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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교수들이 또 다시 삭발을 했다. 40여일째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의 제자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교육부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a 동덕여대생 등 500여명이 16일 오후 2시30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관선이사 파견을 강력히 촉구했다

동덕여대생 등 500여명이 16일 오후 2시30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관선이사 파견을 강력히 촉구했다 ⓒ 서상일

교육부가 통보한 수업복귀 데드라인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동덕여대 재학생 6549명에 대한 집단유급이 가시권에 들어갔다.

지난달 4일부터 총학생회의 전면 수업거부와 건물 폐쇄로 학사운영이 마비되고 있는 동덕여대는 내년 2월 중순까지 6주 4일간의 잔여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전원 유급을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 학내 6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 송석구씨 즉각 퇴진 △ 관선이사 파견 △ 비리재단 처단 △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에서 이날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전국교수노조 등 7개 교수단체들도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무사안일 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교육부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촉구했다.

동덕여대 학생과 교수, 직원, 졸업동문, 학부모 등 500여명이 참가한 이날 교보문고 앞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학생들의 집단 유급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관선이사를 파견하여 학교 정상화에 적극 나서라"고 교육부를 압박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도 교육부에 항의하는 교수들의 삭발시위가 이어져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삭발식에는 교양교직학부 김경애 교수 등 7명이 참여했다.


a 교수들의 삭발시위를 지켜보며 한 학생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의 삭발시위를 지켜보며 한 학생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 서상일

이들은 삭발 결의문을 통해 "교수들이 또 다시 삭발식을 단행하는 것은 학교를 정상화시키고 올바른 교육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자는 모든 구성원들의 의지의 표명이며, 한편으론 구성원들의 의지를 외면하는 교육부에 대한 엄준한 꾸짖음의 몸짓"이라고 밝혔다.

김경애 교수는 "사립학교법은 얼마든지 전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도 법령 타령만 하고 있다"고 교육부를 겨냥한 뒤 "수업 손실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학생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삭발 배경을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대한 참여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더욱이 교육부는 아직도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스로 비리재단을 고발조치 하고도 관선이사 파견과 재단 퇴진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고 있다"고 교육부를 비난했다.

교수노조 황상익(서울대 교수) 위원장은 "동덕민주화 투쟁에는 전국의 교수 100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공익적인 인사들로 관선이사를 파견하여 구성원들이 슬기롭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른 고발조치로 사법 대상에 있는 사람이 재단에 존재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하고 "동덕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관선이사 파견은 정치적인 타협 대상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육부의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하며 교수들이 삭발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의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하며 교수들이 삭발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서상일

한편, 교육부와 동덕여대 재단은 '교육부 추천 2명을 포함한 임시이사 5명 파견'이라는 교육부의 중재안을 학내 단체들이 받아들여 학생들이 즉각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송석구 신임 총장은 15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대학운영위원회와 인사개혁위원회, 총장선출연구위원회 등을 구성할 것을 학내 6단체에 제안한다"는 내용의 민주화 일정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협 등 학내 단체들은 이같은 제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석구 신임 총장의 퇴진이 전제되지 않는 어떠한 타협안도 수용불가라는 태도다.

신동하 교수협의회 회장은 "이사진 구성은 송석구씨를 퇴진시킨 다음 교육부와 대화를 통해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며 "더욱이 송석구씨는 동덕여대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로서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지금 교육부는 송석구씨를 적절히 내세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송석구씨는 퇴진 대상이지 절대로 중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교육부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잔다르크 동덕도 이날 "송석구씨가 내놓은 제안은 이미 진정 동덕민주화를 바라는 이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는 것들이며, 그러한 제도와 장치들에 본인의 자리는 없음을 알기 바란다"는 내용의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송 신임 총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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