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과 이효리, 그리고 한나라당

[取중眞담] "영입인사 1호는 이효리야!" 발언에 담긴 속사정

등록 2003.12.18 14:57수정 2003.12.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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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효리 영입' 깜짝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영입인사 1호는 이효리야. (영입하면) 간판으로 내세울 거야."

지난 15일 오후 5시. 한나라당 당사 7층 대표실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병렬 대표가 기자들로부터 외부인사 영입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효리 영입'이라는 발언으로 응수하자 좌중에 폭소가 터진 것. 최 대표의 이효리 영입 발언은 허주 김윤환 전 의원의 빈소에서도 계속됐다.

최 대표 "이효리는 한나라당 전국구 1번이야"

같은 날 밤 8시께. 최 대표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 문상을 마친 후 식당에서 기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한 기자가 "5시 기자간담회 때 했던 이효리 영입 얘기는 농담으로 하신 거죠"라고 진의를 캐려고 하자, 최 대표가 크게 웃으며 "그걸 말이라고 하나, 요즘 언론은 너무 각박한 것 같아"라고 대꾸했다. 이어 최 대표는 "이효리는 한나라당 전국구 1번이야, 한나라당 출입기자들 중에 이걸 모르는 사람 있나"라며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그런데 잠시 후 최 대표가 "이효리가 몇살이지?"라고 물었고, 한 기자가 "24살이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 대표가 "(그럼) 이효리는 피선거권이 없어 안되겠다"며 '현실'을 인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의 최대 야당인 기민당에는 19세의 여성 전국구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정치풍토를 만들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상 이효리씨에게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없다.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만 2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5월 10일생인 이씨는 내년 총선을 기준으로 만 24세여서 최 대표의 '전국구 1번 제안'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강금실-추미애' 투톱시대에 한나라당 간판 여성정치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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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엔터테이너로 청장년층에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이효리. ⓒ 이효리 팬클럽

그렇다면 최 대표는 왜 '이효리 영입' 발언을 터뜨렸을까. 물론 최 대표가 이씨의 나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실제로' 영입하고 싶어한 속내가 솔직하게 드러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깜짝발언은 최근 개혁공천 구상 등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한나라당의 이미지 쇄신 등과 연결된 상징적 발언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가수 이효리씨는 올 한해동안 '이효리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방송계와 가요계를 장악한 대중스타다. 충북 청원에서 태어난 이씨는 서울 서문여고 시절 그룹 '핑클'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씨의 인기는 솔로 데뷔 이후에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공주 이미지'를 풍겼던 그는 이제 노래와 춤, 연기, 외모, 말솜씨 등을 뽐내는 '만능 엔터터이너'로 변신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남성적인 털털함과 여성적인 섹시함이 잘 조화돼 '야누스적인 매력'을 발산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이씨의 인기는 청소년에만 국한되지 않고 청장년층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최 대표의 구미를 당겼는지 모른다. 최 대표 역시 지난 15일 허주의 빈소에서 "이효리는 젊은 20·30대를 뛰어넘어 40대에까지도 고른 인기를 누리는 전문분야의 성공한 여성"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또한 강금실 법무장관(일명 '강효리')과 추미애 의원(일명 '추다르크')이 '여성정치인 전국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최 대표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나라당의 약점 중 하나는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여성정치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박근혜 의원이 있긴 하지만 '강금실-추미애' 투톱시대가 열리면서 빛이 바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최 대표가 박 의원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앉히려고 했지만, 이재오 비대위원장 등 비대위 핵심멤버들이 반대하고 나서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최 대표 취임 이후 공동대변인에 임명됐다가 최근 사무부총장에 오른 김영선 의원도 주목대상이다. 강 장관의 서울대 법대 6년 후배인 김 의원은 최근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도 창의적이며 인간미 넘치는 장금이를 닮고 싶다"고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 나선 것.

최 대표가 허주의 빈소에 갔던 날 합석한 박관용 국회의장도 '이효리 전국구 1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사자한테 물어야지 왜 나한테 물어"라면서 "요즘 김영선도 열심히 한다고 하던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직은 약하다"는 당 안팎의 평가다.

'제2의 이효리' 찾기 성공할까

한편 최 대표의 이효리 영입 깜짝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딴나라당이 이제 색나라당으로 변신하려는 모양"이라며 "앞으로 양복 벗고 배꼽티 입고 어깨끈에 금배지 달고 등원할 예정"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효리 신드롬의 양면성을 최 대표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의 냉소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에게 '제2의 이효리'의 등장은 절실하다. 최 대표 스스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평소보다 10% 이상 빠졌다"고 인정한 것처럼,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둔 한나라당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외부인사 50% 이상 공천심사위 참여와 10% 당원-90% 국민으로 선거인단 구성, 전국구 전원 교체 등 개혁공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도 바로 '제2의 이효리'를 찾기 위한 조치인지 모른다.

그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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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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