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서울역에서 경북 구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구미를 거쳐 해평이라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하기 위해서다. 처외조모의 부고를 듣고 그 곳으로 가는 길이다. 신혼 초 인사차 들른 후 6년만의 방문이다. 신행차 들른 초여름 시원한 맥주 한잔을 권하시던 마디 굵은 손길이 불현듯 떠오른다. 처의 외가는 여느 세상과 마찬가지로 멀게 느껴진다. 집을 대표해 혼자 나선 길이 왠지 어색하고 처연하다. 구미에서 기차를 내려 해평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시골 인심을 대변하듯 아낙네들이 세워달라고 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섰다. 시내버스가 많이 없는 지역이라 버스는 이리저리 둘러가서야 목적지에 다다랐다. 큰사진보기 ▲상가 문앞 조화의 행렬.유성호 상가 입구에는 조화가 숙연히 도열해 있다. 문상객이 그리 많이 않은 시간이라 곡소리는 나지 않았다. 입구에서 눈썰미로 장인과 장모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게 싫어 마당에 차려진 빈소에 들어가 문상을 했다. 상주들은 일제히 곡을 시작했다. 목례 후 향을 피우고 제례(祭禮)를 다했다. 상주와 상배를 하고 그들을 올려봤지만 잘 모르는 기색이라 고인의 외손녀 사위라고 밝혔다. 그때서야 알아차리는 눈치다. 큰사진보기 ▲마당에 열기를 전하기 위해 연탄 수십장과 장작을 한꺼번에 때고 있다.유성호 고인의 유해는 집안에 모셔져 있었다. 문상객의 편의를 위해 빈소와 식당은 마당에 차려졌다. 한켠에서는 연탄 수십장을 한꺼번에 태워 마당에 온기를 보태고 있었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경이다. 그리고 또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는 꽃상여. 큰사진보기 ▲오색의 종이꽃으로 치장된 꽃상여.유성호 고인의 몸집만큼 작은 꽃상여지만 세상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색의 종이꽃으로 치장한 꽃상여를 오랜만에 본 터라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순간 엄습하는 죽음이라는 심연의 공포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큰사진보기 ▲아낙들은 길흉사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일에 치인다.유성호 상이 났을 경우 여느 길흉사 때와 마찬가지로 일거리는 아낙네들들 목이다. 남정네들은 이리저리 문상객을 맞으면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술 한잔 마시는 게 일이라면 큰 일이다. 저녁이 되면서 문상객의 발길이 많아졌다. 덩달아 아낙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큰사진보기 ▲밤이 되자 문상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유성호 문상객들은 고인의 운명에 대해 한결같이 조의를 표하고 상주들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슬픈 날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한적한 시골 상갓집 풍경이다. 큰사진보기 ▲꽃 처럼 인간의 생도 언젠가 스러지리라.유성호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문밖을 지키던 조화도 언젠가는 스러지겠지. 우리네 인생이 모두 그런게 아닌가.' 어느 문상 때 보다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외조모의 명복을 빈다. "꽃상여 타고 고이 가소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유성호 (shyoo)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삭발한 이태원 참사 유족의 절규 "국힘에 뒤통수를 맞았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이화영 "검찰 진술세미나, 술 마시며 한번, 술 없이 수십번"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AD AD AD 인기기사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꽃상여 타고 그대 잘가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단독] '윤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부, 또 검찰 직격 '최순실' 소환한 민주당 "대통령 협박하는 명태균, 왜 가만두나"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