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KBS 공격 비겁하다

왜곡보도는 KBS가 아닌 <동아>가 하고 있다

등록 2003.12.25 12:33수정 2003.12.3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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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KBS <미디어 포커스> 12월13일 방송에서 1971년의 덕소모임 및 동아의 해방 후 복간과정을 다룬 내용이 왜곡보도라며 연일 ‘보복공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왜곡보도는 KBS가 아닌 동아가 저지르고 있다.

24일자 A8(저널리즘)면을 통째로 할애한 ‘경성일보 노조 東亞인쇄 거부 이유 - KBS, 親日로 몰아붙이려 왜곡보도’와 ‘김민환 교수 특별기고’를 보자.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법석을 떨고 있는 전자의 기사를 먼저 보자. <미디어 포커스>에서 김민환 교수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의 인쇄시설을 이용하고자 했으나 그 회사 노조원들이 친일언론 복간엔 협조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러나 총독부 기관지에 근무해왔던 사람들이 1940년 일제가 강제로 폐간시킨 동아일보에 대해 친일을 이유로 인쇄 협조를 거부했다는 것은 도대체 아귀가 맞지 않는다”며 분개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은 또 건국준비위원회(건준)를 좌익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경성일보 노조도 좌파가 장악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좌익이 우익을 공격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외친 선전 구호가 ‘친일세력 청산’이었다”면서 “좌익은 일제에 항거했던 민족주의자들까지 싸잡아 친일세력 청산에 미온적이라며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특별히 취재했는지 알 수 없다. 특별한 왜곡만 있을 뿐이다.

이 기사는 마치 동아가 친일언론이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좌익의 상투적인 공격으로 진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제 폐간’의 의미를 왜곡하는 조선일보 수법을 동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940년의 강제 폐간은 일본 정부의 방침이었으며, 동아와 조선은 이에 순순히 응했고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항일’이나 ‘탄압’ 따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동아는 부인할 수 없는 친일신문이었다.

좌익을 들먹이는 수법은 동아가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 물들어 있음을 반증하는 작태다. 게다가 건준을 좌익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몰지각한 처사다. 건준을 조직한 여운형은, 동아의 사주가 일제를 위해 국방헌금을 바치고 미영(米英)타도와 학도병 지원을 외치며 강연을 하고 다닐 때 끝까지 협력하지 않고 저항한 진정한 민족주의자다.

커밍스에 따르면 여운형은 “기독교 정신과 윌슨식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정치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결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269쪽)


건준은 일제 치하의 애국지사들과 해외에서 귀국한 독립투사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며 여운형이 위원장, 안재홍이 부위원장이었다. 건준과 경성일보 노조를 좌익으로 규정함으로써만이 동아가 친일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냉전시대의 비이성적 사고가 이 기사의 논지다.

다음으로 김민환 교수는 왜 이렇게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것과 같은 특별기고를 하게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김 교수는 “당시 경성일보와 매일신보의 출판노조는 박헌영과 여운형이 이끄는 건준(建準)의 충직한 하부조직이었다. 그들은 좌파적 시각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친일보수반동의 기관지로 몰아붙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디어 포커스>가 이 부분의 언급을 생략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소련의 신탁통치 추진보도를 “그 시대 최고의 특종”이라고 평가했다.


경성일보 노조가 건준의 하부(?)조직이라는 점과 동아가 친일언론이라는 사실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 그런데도 건준과 노조를 좌익으로 규정하여 동아를 친일언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동아와 김 교수가 오히려 당시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던 건준과 노조를 좌익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리고 소련의 탁치 추진설 보도는 최고의 특종이 아니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최악의 오보’였다.

동아는 친일행적과 독재정권에 굴종했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겸손해져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 해도 입을 다물고 조용히 경청해야 옳다. 과거사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는 첩경은 사죄하고 언론의 정도를 걷는 것 외에는 없다. 그렇지 않고 계속 이런 식으로 진실을 감추고 역사를 왜곡하는 한 동아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구사대’를 자처하지 않고서야 어찌 기자가 ‘특별취재팀’의 이름으로 이런 기사를 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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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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