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자연과의 공존 모색해야”

[인터뷰]세계생명문화포럼 참가 에코페미니스트 반다나 시바

등록 2003.12.26 13:54수정 2003.12.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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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성운동은 자연과 환경 등 소외된 분야를 위한 사회운동과 더불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에코페미티스트 반다나 시바.

"여성운동은 자연과 환경 등 소외된 분야를 위한 사회운동과 더불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에코페미티스트 반다나 시바. ⓒ 우먼타임스

경기문화센터, 세계생명문화원이 주최한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3’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수원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아름다운 모심(母心), 힘찬 살림’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테러, 전쟁, 빈곤, 환경재앙으로 얼룩진 21세기를 극복하고 ‘생명·평화·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의장, 미조구치 유조 도쿄대 명예교수, 반다나 시바, 김지하 시인 등 국내외 100여명의 생명사상가, 활동가, 학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 중 핵물리학자였으나 인도 원주민 여성들의 환경운동의 영향을 받아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반다나 시바는 이번 포럼에서 ‘아시아의 생태적 지역문화’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자연과 공존하는 아시아적 지역문화가 세계를 단일문화로 지배하려는 자본에 맞선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문화 기반한 활동 강조

18일 밤 늦게 <우먼타임스>와 만난 세계적인 에코 페미니스트인 반다나 시바는 우리나라 여성운동도 지역문화에 기반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성과 자연은 제2의 존재로 학대와 착취를 당해왔으며 인류역사에서 남성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그 때문에 여성운동이 자연과 환경 등 소외된 사회운동과 더불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경운동에 투신하게 된 경험을 말하면서 “박사학위자인 내게 무학자인 원주민 여성들은 자연과의 공존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쳤다”고 강조해 환경운동의 주체인 지역여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시바는 여성운동에 대해 “서구에서 시작된 개인의 경력과 사회적 지위 향상 위주의 운동과 비서구문화에서 시작한 에코페미니즘 같은 시민사회운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여성운동가들이 서구적 여성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사회종속적인 문제에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WTO, FTA 등 세계화 절대반대

시바는 “나의 경우 미국에서 교육받았지만 몸에 익숙한 인도의 문화가 있다. 한국의 여성운동도 한국의 사회, 정치적 상황에 기반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WTO, FTA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활동가로 소규모 농업의 육성과 지역차원의 환경시민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멕시코 칸쿤에서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에 대해 ‘세계를 일깨운 순교자’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간디만큼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깊은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인터뷰 중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열정적으로 세계화에 반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활약을 강조했다.

특히 “카길, 몬샌토 같은 거대 곡물회사와 벡텔 같은 거대기업, 미국 위주의 군사지배로부터 자국 농업을 보호해야 건강한 먹을거리 확보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여성과 인류를 해방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중동에서 가장 물이 많은 땅인 이라크를 점령하려는 의도라면서 이번 전쟁을 ‘석유전쟁’만이 아닌 ‘물전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다나 시바는 1973년 다국적 기업의 석회석 채굴에 반대해 인도 여성들이 나무를 껴안고 숲을 지킨 인도의 ‘칩코(Chipko)’운동, 1984년 유니온카바나이트사의 보팔 비료공장 폭발사고에 끝까지 대항한 여성들의 활약 등 큰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에코페미니스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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