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허허벌판을 걷던 날김규환
비포장 길이라지만 왕복 2차선은 너끈해 보이는 길을 20여 분 달렸다. 이제 오늘의 최대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묘치재'다.
해발 200m도 안 되는 높이지만 하도 급경사여서 장대비가 쏟아지거나 눈이 조금만 와도 미끄러져 올라 설 수 없는 곳이었다. 늘 이 곳을 통과하지 못해 우리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불상사를 일으켰던 마의 구간이다.
한약재로 유명한 옛 동복현청으로 향하는 길과 김삿갓 김병연이 전국을 유랑하다 말년을 지내고 조용히 죽음을 맞았던 절경이 이어지는 화순적벽(당시는 이서적벽. 이 일대를 다산 정양용도 아버지가 화순에 임지를 두었을 때 유랑하였다)과 물염적벽으로 가는 고개 위 삼거리다.
"부웅… 부웅…."
"부웅…."
앞으로 가지 못하고 그 많은 사람을 태운 버스는 힘없이 낭떠러지 쪽으로 미끄러지기를 반복한다. 대자연의 힘과 실랑이를 벌이던 버스는 끝내 그 자리를 오르지 못했다. 체인을 끼울 수도 없는 11시로 치닫고 있는 야심한 시각 운전수 아저씨는,
"승객 여러분, 안되겠습니다. 모두 내려서 차 좀 밀어 주싯쇼."
많지 않은 눈이었으나 오자마자 눌러 붙어 꽁꽁 얼어붙으니 하릴 없는 노릇이었다. 다들 내려서 맨손으로 차를 위쪽으로 올렸다. 시도를 거듭하다 30여 분 다시 차를 위로 올려 방향을 바꾸느라 20여 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