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비리정치인 수용소인가

최돈웅 등 7명 체포동의안 모두 부결... '동료감싸기' 구태 재연

등록 2003.12.30 17:17수정 2003.12.30 19:11
0
원고료로 응원
환희의 순간? 절망의 순간?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박주천 의원이 초조한 표정(왼쪽)으로 개표를 지켜보다 부결이 확정되자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
환희의 순간? 절망의 순간?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박주천 의원이 초조한 표정(왼쪽)으로 개표를 지켜보다 부결이 확정되자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조보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7명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7명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됐다.연합뉴스 양현택

@ADTOP@
[기사대체 - 오후 6시40분]

법무부가 제출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7건이 모두 부결됐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박재욱, 박주천, 박명환, 최돈웅(이상 한나라당) 의원과 이훈평, 박주선(이상 민주당) 의원, 정대철(열린우리당) 의원 등 7명에 대해 법무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안을 상정한 뒤 모두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의 '비리의원 감싸기' 비난이 거세지면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도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국회는 검찰 수사결과 SK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100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마저 부결시켜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긴급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지하실, 차떼기, 책수표, 불법 대선자금 모금 범죄에 대해 전혀 반성의 빛이 없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 (총투표자수 236명)

박재욱 한나라당 의원: 찬성 67명, 반대 165명, 기권 2명, 무효 2명
박주천 한나라당 의원: 찬성 34명, 반대 197명, 기권 4명, 무효 1명
박명환 한나라당 의원: 찬성 33명, 반대 198명, 기권 4명, 무효 1명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 찬성 99명, 반대 133명, 기권 2명, 무효 2명
이훈평 민주당 의원: 찬성 43명, 반대 186명, 기권 5명, 무효 2명
박주선 민주당 의원: 찬성 43명, 반대 188명, 기권 4명, 무효 1명
정대철 열린우리당 의원: 찬성 71명, 반대 159명, 기권 4명, 무효 2명

체포동의안 대상자 신상 발언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는 최돈웅 의원을 비롯한 7명의 체포동의안이 일괄 상정됐다.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의원들 중 정대철 우리당 의원을 제외한 6명은 모두 본회의에 참석해 자신들의 체포동의안 처리 내용을 지켜봤다.

이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억울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6명 중 범죄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최돈웅 의원을 뺀 나머지 5명의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처리 직전 신상발언을 신청해 "동료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며 부결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알선수재와 뇌물혐의를 받고 있는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나는 그렇게 세상을 함부로 살아오지 않았다"며 "국회의원이 됐다는 원죄는 있지만 실정법은 위반한 사실이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내 인격과 인생 전부를 담보하겠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나는 검찰 폭력의 희생자"라며 "정의는 숨기거나 잠시 가릴 수 있어도 영원히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인 내 신념인데, 오늘 검찰 폭력을 없애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며 부결시킬 것을 호소했다.

고 정몽헌 회장의 국감 증인 신청 무산을 부탁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주천 한나라당 의원도 "2000년 국감 당시 정무위에서 고 정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자 한 일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증인을 채택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을 수 있느냐"며 "검찰의 주장은 죄를 만들기 위한 허구적 주장이고, 마치 임신하지도 않은 처자에게 애를 낳았다고 하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이 외에도 박명환 한나라당 의원은 신상발언에 나서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했다.

이 같은 호소의 결과 탓인지, 체포동의안 7건은 모두 부결 처리됐다. 신상발언 직후 의원들은 국회법에 따라 연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했고, 곧바로 7건 모두를 부결시켰다.

그러나 법무부가 제출한 7건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됨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 100억원 수수'로 정치권 전체에 충격을 가져다 준 최돈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부결시킴에 따라 전형적인 '비리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우리당 "국민에 죄송"... 자민련 "범죄소굴 전락"... 민노당 "부패덩어리 국회 심판"

정동채 열린우리당 홍보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명한 뒤 "한나라당은 지하실 거래, 차떼기, 책떼기에 대해 용서를 비는 태도가 전혀 없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정치권의 도덕성이 완전히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정치부패 척결에 국민이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련은 이례적으로 대변인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책임을 통감하고 당을 해체하라"며 여야 3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유운영 대변인은 "체포동의안 부결은 국회 스스로가 민의의 전당을 범죄소굴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입만 열면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범법행위를 한 동료의원들을 보호하고 옹호함으로써 스스로 반개혁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유 대변인은 "3당이 야합해 1년내내 비리와 부정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어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더니 급기야는 체포동의안까지 부결시킴으로써 스스로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시켰다"며 "3당은 방탄국회를 열어 국민을 기만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국회를 범죄소굴로 전락시킨 책임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당을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국회가 범죄소굴임을 선포했다"며 "부패덩어리 국회를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히 죄질이 무거운 최돈웅 의원과 정대철 의원마저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국회의 존립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며 불법을 용인한 현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의 대변자가 아니며 범죄소굴, 범죄집단임을 선포했다"고 꼬집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국회는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추악한 불법을 저지른 의원들을 감싸안고 어떻게 정치개혁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라고 정치권의 정치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부대변인은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스스로 정화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개혁을 맡길 수 없다"며 "국민의 대변자임을 포기하고 범죄집단으로 전락한 국회는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국민의 응징'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

시민단체들도 체포동의안 부결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체포동의안 처리는 일련의 정치부패 사건을 지나오면서 국회의원들이 제 입으로 외치고 약속해온 정치부패 근절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였다"며 "지금처럼 왜곡된 특권의식과 동료애로 어느 세월에 정치부패를 잠재우고, 정치개혁을 이룰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국장은 "국회가 법을 만들고 수호하는 곳이 아니라 범죄자, 비리연루자의 도피처임을 대외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을 짓밟고 헌정사에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고 실장은 또 "현역의원들의 반부패 의지가 이런 정도라면 현실적으로 정치개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국민들은 각성해서 정치혁명차원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야를 떠나서 단호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곤혹'... 재청구 방안 검토

한편 체포동의안 부결소식이 전해진 뒤 검찰은 "신중하게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7명의 의원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체포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3. 3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