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섬에서 신이 내린 소프라노를 만나다

갑신년의 새 아침을 '천상의 아리아'와 함께

등록 2004.01.02 13:34수정 2004.01.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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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하-. 아-하-. 아-하-"
"저게 인간의 목소리야? 꾀꼬리 소리지."
"아니야! 신이 내려 준 목소리지."

a 콘서트 팸플릿에서

콘서트 팸플릿에서 ⓒ 김강임

2003년 12월 31일 밤 10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작은 몸에서 솟아나는 신의 목소리로 감동의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신이 내린 섬에서 신이 내린 소프라노의 선율은 어둠을 뚫고 하늘을 수놓았다. 2003년 계미년의 마지막 밤을 '천상의 아리아' 조수미와 함께 보내기 위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갑자기 술렁대기 시작했다.


조수미 콘서트와 함께 한해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가 복잡미묘하기만 했다. 그것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3500 객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삽시간에 자리를 채웠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특히 이날 밤은 모든 사람들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따라서 계미년의 마지막 밤이 무르익어 갈수록 환상의 섬에서 흐르는 신이 내린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실어 주는 듯했다.

드디어 2003년 12월 31일 23시 59분 55초. 계미년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자.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5, 4, 3, 2, 1. 객석에 모인 관중들과 조수미가 함께 외치는 시간 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향해 떠나고 있었다.

조수미의 열렬한 팬인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야의 순간을 맞이했다. 1초의 시간이 아쉬운 순간. 힘들고 가슴 아픈 순간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날려 보내고, 희망을 담은 새해를 열어가자고 다짐하면서 서로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드디어 영원히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계미년의 한해는 갑신년의 새 아침을 열어 주었다. 폭죽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천상의 아시아'의 목소리에 넋을 잃었다.


'Song of Italy'와 'Vilja song', 선구자, 'I love you so', '챔피언' 등으로 제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수미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제야 조수미를 두고 사람들이 '신이 내린 소프라노'라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예요. 노래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로 갑신년의 화두를 열었던 조수미는 빨간 드레스와 하얀색, 보라색 드레스를 번갈아 갈아 입고 신이 내린 섬에서 신이 내린 소프라노로 관객들에게 새 아침을 열어 주었다.


또한 조수미는 "세계 여행을 많이 해 보았지만, 제주만큼 아름답고 환상적인 섬이 없다"고 말해 제주도의 풍광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조수미 콘서트는 2003년 12월 31일 22시부터 2004년 1월 1일 0시 20분까지 열려, 계미년과 갑신년의 시간 여행을 넘나 들었다.

이날 열린 조수미 콘서트는 최선용 지휘와 제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함께 무대를 열어갔다. 조수미는 제주시립합창단과 서귀포시립합창단과 함께, 영혼을 지배하는 목소리로 관중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와의 만남. 2003년의 마지막 밤을 그녀와 함께 한 사람들은 조수미의 호흡을 느끼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밝고 투명한 목소리는 3500명의 관중들에게 희망찬 갑신년의 새아침을 열어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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