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복을 다 가져라"

큰아이의 장장 사흘에 걸친 생일 이야기

등록 2004.01.03 14:33수정 2004.01.0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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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부와 동생 근영, 그리고 저 근혁입니다.
고모부와 동생 근영, 그리고 저 근혁입니다.유성호
우리 가족은 늘 소박함을 꿈꿉니다. 경제적 풍요함은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우리 가족은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새해를 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구정을 쇠는 터라 짧은 신정 휴일에는 온 가족이 모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신정에도 만날 이유가 생겼습니다. 저의 생일이 1월 2일이라서 하루 앞당겨 신정날 생일 잔치를 벌이기 때문입니다.

1일 저녁 옥수동에 사시는 할머니와 양재동 고모, 이번에 수능을 치른 혜진이 누나가 가장 먼저 집에 도착했습니다. 뒤이어 바둑 때문에 신정날에도 사무실에 출근(?)하신 고모부가 오셨고 꼬리를 물고 큰 엄마와 누나들, 사촌동생이 들이 닥쳤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 사촌누나 희정, 수정과 네살짜리 사촌동생 준서, 그리고 준서와 동갑인 친동생 근영, 그리고 다섯 살된 나 근혁. 이렇게 모이면 집안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올해 역시 우리 집안은 복작거리면서 시작했습니다.

"내가 먼저 끌거야"
"내가 먼저 끌거야"유성호
생일 케잌에 불을 붙였습니다. 서로 불을 끄고 싶어서 생일축가가 끝나기도 전에 입을 모으고 촛불 앞에 대기중입니다. 준서의 반칙(?)으로 주인공인 제가 불을 끄지 못해 노래를 두 번 불러야 했습니다. 언제나 있는 일입니다.

오늘 저녁은 아무도 일찍 자라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모여서 할머니에게 접대 고스톱을 치고 있습니다. 저의 아빠는 금연에 따른 금단증상 때문이라며 초저녁부터 잠을 자고 있습니다.


어른들과 누나들은 새벽녘에 근처 찜질방으로 우르르 몰려갔습니다.고스톱으로 상한 무릎을 풀기 위한 것이라나요? 우리 집안은 참 고스톱을 좋아합니다. 저도 크면 배우고 싶습니다.

날이 밝자 찜질을 마치고 엄마와 할머니, 큰엄마, 누나들이 돌아왔습니다. 1월 2일이 진짜 생일이라서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또 복작거리는 하루를 열었습니다. 집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느즈막히 큰집 식구들이 돌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노래방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노래방에 갔습니다유성호
집안은 어느새 적막해졌습니다. 아빠는 엄마에게 우리를 데리고 바깥 바람 좀 쐬고 오라며 등을 밀었습니다. 우리는 근처 엄마의 후배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저녁 늦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빠의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만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집 근처 새로 생긴 꼼장어 집에 들러 소금구이·고추장구이 꼼장어를 맛나게 먹고 오랜만에 노래방에 갔습니다.

저는 동생과 함께 곰 세마리, 파란 하늘 등 애창곡을 불렀고 아빠는 '위하여'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위하여는 안치환 아저씨 노래인데 공연을 많이 봐서 저도 한소절 정도는 따라 부를 정도입니다.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는 노래로 홀로 분위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동생이 노래합니다. 생일이 3일째 이어집니다.
엄마와 동생이 노래합니다. 생일이 3일째 이어집니다.유성호
노래방에서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자니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3일이 됐습니다. 1일부터 시작된 저의 생일잔치가 사흘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복을 받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아빠가 말했습니다. "근혁이 생일을 장장 삼일간 하네. 세상 모든 복을 네가 다 받아라!" 빨리 다음 생일 왔으면 합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할머니, 고모, 고모부, 누나, 동생들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만 다섯살이 된 큰아이의 생일을 녀석의 시각으로 바라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만 다섯살이 된 큰아이의 생일을 녀석의 시각으로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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