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左)희정 우(右)광재' 동시에 법정에 서다

8일 '측근비리' 연루자 공판 줄줄이 열려

등록 2004.01.08 01:38수정 2004.01.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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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2년 대선 당시 노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8일 오후 서울지법에 출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8일 오후 서울지법에 출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종신 - 8일 저녁 8시20분]

'좌(左)희정 우(右)광재' 동시에 법정에 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좌(左)희정 우(右)광재'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서울지법 522호와 309호 법정에 각각 섰다. 뿐만 아니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문병욱 썬앤문 회장도 각각 법정에 서는 등 8일은 노 대통령 측근비리와 관련된 인물들이 출두하는 날로 기록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광재 전 청와대 상황실장은 문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국감에서의 위증혐의와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는 부인했다.

이날 이 전 실장은 재판을 받기 위해 오후 2시께 서울지법에 출두했으며, 썬앤문그룹의 '농협 대출사기' 사건과 관련, 김성래씨와 정아무개 전 농협 과장에 대한 신문이 끝난 오후 4시께 재판이 시작됐다.

이씨는 "김정민(노 대통령 부산상고 후배로 모 은행 간부)씨의 소개로 2002년 12월 초순 63빌딩 스카이뷰에서 김성래(썬앤문 전 부회장)씨를 15분간 만난 적이 있었다"며 "김씨가 횐색 봉투를 꺼내려고 해 도망치듯이 나왔으며 그 뒤에는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었다"며 김성래씨에게 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이씨는 또 작년 국감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 "내가 증인으로 서지 않으면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갑자기 나가 증인을 섰는데 질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내가 썬앤문 측으로부터 95억 원 수수 및 대출사기에 관여됐다는 질문이 나왔으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어서 부인했다"며 위증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 회장은 "이광재 피고인에게 1억원을 제공한 적이 있는가", "신상우씨에게 2천만원을 준 적이 있는가", "인천공항터미날 주차장에서 3천만원을 건넨 적이 있는가" 등의 검찰 질문에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문씨는 이와 함께 검찰이 '김성래씨가 한나라당에 10억원을 건네준 것을 알았나'라는 질문에 "(김성래씨가) 한나라당에 7억원은 빌려주고 2억원은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홍기훈 N제약 회장에게 1천만원을 제공한 것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알았다"고 진술했다.


또 김성래씨는 "홍기훈씨에게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당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면서 "1천만원을 전달했는데 업무상 제공한 것이지 정치자금법 위반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에 문병욱씨와 이광재씨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광재씨 등의 공판이 진행되기 앞서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안희정씨가 재판을 받았다.

서울지법 형사8부(재판장 심갑보) 심리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안씨의 재판에서 생수회사 오아시스워터 투자금 명목으로 아즈텍창투로부터 차입한 1억9천만원과 관련해 곽아무개 사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곽씨는 "지난 99년 안씨에게 돈을 건넬 때 돈을 안받아도 좋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자금'이란 생각은 못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자금'이라고 처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안씨는 대통령 측근비리와 관련, 불법 정치자금 18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푸른 수의를 입고 재판에 참석했다.


[3신 - 8일 오후 2시10분] 이광재씨

"1억원 영수증 처리 못한 것은 나에게 잘못 있다"


"1억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 못한 것은 나에게 잘못이 있다. 무리를 일으켜 죄송하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로 수백억원을 거둬들인 것을 탓하기보다 내가 1억원을 영수증 처리 못한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성실하게 특검 조사와 재판에 임하겠다."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문병욱씨로부터 지난 2002년 11월 1억원, 김성래씨로부터 같은 해 12월 500만원을 받았으나 국회 국정감사에 썬앤문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나왔다.

8일 오후 1시50분경 서울지법을 찾은 이 전 실장은 "(문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 못한 것은 나에게 잘못이 있다"며 "성실하게 특검 조사와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김성래씨 녹취록에 언급된 `썬앤문 자금 95억 노캠프 유입설'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히 답하고,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서 서울지법 3층 309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날 이 전 실장의 법정 출두를 지켜보기 위해 2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법원에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9일 이 전 실장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으며, 재판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2신 - 8일 낮 12시20분] 강금원씨

"업무상 배임 - 조세포탈 혐의는 모두 인정한다"


지난 99년∼2002년 주주임원에 대한 단기 대여금 형식으로 회사돈 49억원을 빼내서 회계장부상 비용과다 계상 등으로 허위변제 처리하고, 같은 기간 법인세 13억5000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열린 첫 공판에서 강씨는 "고의적으로 불법적인 조세포탈을 한 것이 아니라 절세를 위해 지시했던 것 같다"며 "회계를 잘 모르지만 전부 제 책임인 것 같다"고 업무상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강씨는 검찰의 신문에 대해 담담한 표정으로 혐의사실을 인정하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강씨는 "(나는) 절세를 하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채권자에게 손해를 가한 적이 없다"며 "별도로 비자금 장부를 만들지 않았고 이를 위해 유력 정치인이나 세도가에게 뇌물을 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또 강씨는 "개인 명의로 된 통장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재산이라고는 부산의 3억짜리 집 한채만 있을 뿐 회사와 개인의 것을 구분없이 사용했다"면서 "처음 회사가 큰 회사도 아니었고, (회계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단지) 합법적 처리할 것이 있는 줄 알았다"고 자신의 경영적인 부족함을 인정했다.

강씨는 "회사 경영자로서 모르는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어찌됐든 사회적 물의와 파장을 일으킨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강씨는 변제처리해서 빼낸 회사돈 49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자신의 회사인 시그너스 골프장에 빌려줬으며, 이를 최근 다시 돌려 받아 먼저 변제처리하고 탈세한 세금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허위 변제처리해서 빼낸 49억원의 흐름 경로가 강씨의 주장과 다르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서면으로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또 검찰은 나머지 의혹 부분에 대해 오는 15일에서 20일 정도 수사를 더 해서 마무리되면 추가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검찰은 강금원씨가 민주당에 건넨 20억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자까지 받아서 돌려받았기에 '무상대여'가 아니라 '유상대여'된 자금이기에 혐의에 넣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지난해 12월 29일 측근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강씨에 대해 추가기소한 부분인 안희정씨에게 장수천 빚 변제관련해 19억원을 불법지원한 혐의는 신문에서 나오지 않았다. 또 안희정씨가 지난해 3월∼8월 강금원씨의 조카 명의 계좌를 통해 4차례 입금한 6억원 부분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음 재판에서 안씨와 관련해 '매매형식을 빌린 정치자금 무상대여' 여부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놓고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 강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해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또 앞으로 특검 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1신 - 오전 10시] '측근비리' 연루자 공판 줄줄이 열려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사건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공판이 8일 잇따라 열린다.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가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1차 사법처리를 마무리하면서 사건에 연루된 8명을 구속기소 또는 추가기소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에 사건이 배당돼 8일부터 공판이 진행된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지법 3층 309호 법정에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2명의 재판을 시작으로 오후 2시에는 이광재·문병욱·김성래씨 3명의 재판이 열린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안희정씨(구속)·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불구속)·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불구속)·손영래 전 국세청장(구속)을 기소하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구속)·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문병욱 썬앤문 그룹회장(구속)·김성래 썬앤문 그룹회장(구속)을 추가기소했다.

특히 이날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은 골프장 사기분양 혐의로,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은 서류위조로 대출받은 혐의로 각각 이미 같은 재판부에서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 이들은 한 재판부로부터 동시에 두개의 재판을 받는 진기록을 만든 셈이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지난달부터 각급 법원이 부패사범 전담재판부를 지정하면서 모두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가 맡게 됐다.

이에 대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늘어나고 점차 방대해지고 있는 점에서 사건 심리를 1개의 재판부가 전담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업무과중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는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지난해부터 서울지법은 형사재판의 충실화를 기하기 위해 형사합의부를 종전 3개에서 5개로 늘린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에서도 사건을 적절히 분담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썬앤문그룹의 감세청탁 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불구속기소된 박종일 세무사 등에 대한 심리가 예정돼 있다. 다음날인 13일 오전에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사건과 관련해 서정우 변호사의 첫공판이, 바로 이어 오전 11시부터는 안희정·강금원·선봉술 등에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이미 한차례 재판을 받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구속)의 속행공판이 오는 15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 예정이며,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재판도 이달 말경인 27일 오전 10시에 잡혀있다.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관련 8인의 혐의 내용

지난해 12월 29일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가 밝힌 측근비리 의혹 관련자 8인에 대한 혐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도술 : 불법정치자금 21억4천여만원을 수사한 혐의 등
▲안희정 : 불법 정치자금 18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
▲강금원 : 안희정씨에게 장수천 빚 변제관련해 19억원을 불법지원한 혐의 등 추가기소
▲선봉술 : 최도술씨로부터 5억원, 안희정으로부터 7억9천만원 등 총12억 9천만원을 받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자금세탁법)
▲이광재 : 문병욱씨로부터 지난 2002년 11월 1억원, 김성래씨로부터 같은 해 12월 500만원을 받았으나 국회 국정감사에 썬앤문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
▲김성래 : 문병욱 회장과 함께 홍기훈 N제약회장에게 2억원, 이광재씨에게 500만원, 양경자 한나라당 도봉갑 지구당 위원장에게 1000만원을 준 혐의
▲손영래 : 썬앤문 그룹에 대한 추징세금을 71억원에서 23억원으로 낮추도록 직권을 남용
▲박종일 : 김성래씨로부터 지난 1월 감세청탁 명목과 함께 2억5천만원 로비자금 받은 혐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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