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모르면 오늘을 잘 살 수 없다"

잊혀진 혹은 잃어버린 역사찾아 나선 소설가 정찬주

등록 2004.01.08 11:48수정 2004.01.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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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왕>을 출간한 소설가 정찬주.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백제의 성왕과 왕인을 새롭게 부활시켰다.
<대백제왕>을 출간한 소설가 정찬주.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백제의 성왕과 왕인을 새롭게 부활시켰다.오마이뉴스 강성관
우리에게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의 작가로 잘 알려진 정찬주씨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백제의 성왕과 일본에 유학을 전했다고만 알려진 왕인을 주제로 역사의 진실을 찾아나섰다.

지난해 12월 소설가 정찬주씨는 일본에 의해 감춰져왔던 역사의 복원을 위해 다리 품을 팔아쓴 역사소설 <大백제왕>을 출간했다.


"오늘의 내 모습은 어제의 결과에서 온 것이다, 역사를 모르거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오늘을 잘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정찬주씨는 앞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않은 역사를 발굴해 "민족의 정기를 찾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大백제왕> 통해 "일본 호류지 '구세관음상'은 성왕" 주장

소설가 정찬주씨는 <산은 산 물은 물>이외에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그린 <만행>, <돈황가는 길> 등 불교소설에 천착해 왔다. 그는 <大백제왕>을 시작으로 불교 소설에서 역사소설로 외연 확대를 시도했다.

그는 몇 해 동안 일본 현지 조사를 거쳐 출간한 역사소설 <大백제왕>에서 일본 호류지(法隆寺) 몽전(夢殿)에는 있는 비불이 백제 성왕의 등신불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호류사는 절 전체가 일본 불교의 성지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여기에 있는 비불이란 '구세관음상'으로 일본인들은 일본 불교를 널리 알린 쇼토쿠태자의 상으로 믿고 있다.


정찬주의 소설 <大백제왕>의 주인공 '나'는 구세관음상이 백제 성왕(聖王)의 등신불이라고 주장하며 백제예술의 극치로 평가받고 있는 '백제금동대향로' 역시 성왕의 아들 위덕왕(威德王)이 비참하게 죽은 아버지 성왕을 기리기 위한 것임을 주장한다.

이는 일본 불교학자들이 주장하는 인도-중국-일본으로 거쳐서 불교을 받아들였다는 '삼국불교사'를 뒤엎는 것이다.


'나'는 그 근거로 호류지 학승이었던 소요(1350∼?)가 쇼토쿠태자에 관한 모든 기록을 정리, 비판하면서 편찬한 <성예초>에 "위덕왕이 부왕의 형상을 연모하여 만든 존상이 곧 구세관음상이다, 또한 이것은 상궁태자의 전신이다"고 기록한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성예초가 잡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쇼토쿠태자 연구에 있어 권위있는 일본학자를 만나, 성예초가 쇼토쿠태자에 대한 믿을만한 연구서라는 답을 듣지만 비불이 성왕의 등신불이라는 것은 끝내 듣지 못한다.

이와 함께 주인공 '나'는 일본에 유학을 전파했다는 것으로만 알려진 왕인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린다. 왕인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단 한 줄도 거론되지 않는 인물이다.

"역사소설로 민족정기 찾고 싶다"

정찬주가 자신의 첫 역사소설로 출간한 <대백제왕>.
정찬주가 자신의 첫 역사소설로 출간한 <대백제왕>.자료사진
왕인에 대한 기록은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기록돼 있다. 여기에 왕인은 왜의 오진대왕의 태자인 면도치랑자의 스승이 되고, 왕의 요청에 따라 군신들에게 경(經)과 사(史)를 가르친 학자로만 기록돼 있다.

소설에서 정찬주씨는 왕인은 단순히 유학을 가르치던 백면서생의 학자가 아니며, 왜의 땅에서 번성한 강력한 씨족의 수장이었으며 그의 씨족들이 일본에서 번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왕인은 '와니'로 불리워졌으며 만다라산 정상에 있는 '와니대총산고분'을 왕인의 고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정찬주씨는 "왕인은 우리 역사서에 단 한 줄도 거론되지 않고 일본의 역사서의 기록도 미비하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수수께끼같은 백제사에 대한 역사소설을 또 쓰고 싶다"고 바랬다.

그는 "우리나라에 이에 관한 기록이 아예없기 때문에 일본으로 갈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나마 일본에라도 기록이 있어서 다행이었다"면서 "수수께끼 같은 역사의 진실이 있는데 우리 사학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大백제왕>을 시작으로 그는 역사소설에 전념할 생각이다. 현재 그는 중국 불교 4대명산인 구화산을 불국으로 만든 김지장(지장스님)에 대한 일대기를 다룬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와함께 동편제와 서편제를 통해 '우리의 소리'에 대한 역사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우리의 한(限)을 소재로 소리의 흐름을 쫓기보다는 당시 정치·사회상황에 맞게 어떻게 소리가 흥하고 쇠했는지 소설화 할 것"이라고 작품 구상을 밝혔다.

정찬주가 전하는 고구마 줄기와 뱀 이야기
"고구마 잎이 무성해서 뽑았더니 알맹이는 없더라"

ⓒ오마이뉴스 강성관
소설가 정찬주씨는 전남 화순 이양면에 있는 쌍봉사 맞은 편에 이불재(耳佛齋)라는 암자에서 자연을 벗삼아 300평의 텃밭에 고구마며 채소 등을 가꾸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달에 3주 동안은 전화선을 아예 뽑아두고 지낸다. '작품활동에 정진하기 위해서' 라기보다는 "침묵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면서 "사람이 입을 닫으면 자연이 입을 연다"면서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가 거처하고 있는 이불재에 대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리면서 귀의하고 싶은 곳"이라고 뜻풀이를 해주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자연의 언저리에 있는 것 같은데 자연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며 새해 소망을 밝히고는 "앞으로는 방에 호미를 걸어두고 살 작정이다"면서 "더 치열하게 살기위해서 여기에 머무른 만큼 호미를 보면서 무엇인가를 일구는데 마음을 다 잡을 참이다"고 말했다.

"침묵을 위해 귀산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깨닫는 것이 의미있는 것이고, 내가 남들에게 사회에 발언하는 것은 아직은 멀었다"면서 세상사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무성한 고구마 잎과 개구리들이 살고 있는 작은 연못에 나타난 뱀이야기로 변죽만 있고 실속은 없는, 인간의 욕심에 대해 꾸짖었다.

"텃밭에 기르던 고구마 잎이 무성해서 뿌리도 풍성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캤더니 뿌리는 부실했다. 이것이 허장성세의 이치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그는 정치권이 말을 앞세우거나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속이 없어 금방 쇠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유했다. 이어서 그는 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은 연못을 만들어놓았더니 개구리들이 와서 살았다. 언젠가 뱀이 한 마리 나타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외로 개구리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 사람과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소식주의자인 것 같다. 자신이 취할 만큼만 취하면서 작은 연못에서 이뤄지는 먹이사슬이라는 생태계는 파괴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크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연신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게을려짐을 꾸짓고 거짓말 하지 않는 땅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거처하는 방에 호미를 걸어두고 살 갈것이라는 그가 밭을 가꾸듯 잊혀지거나 잃어버린 역사의 진실을 많이 캐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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