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투쟁 이주노동자 '표적 연행' 논란

출입국관리소, 집회 참석 이주노동자 2명 강제 연행

등록 2004.01.08 16:20수정 2004.01.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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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강제추방을 규탄하는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이주노동자들이 또다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 의해 강제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는 7일 오후 1시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서 한국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된 이주노동자 비두와 자말을 한국체류 당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제적 범죄자'로 규정, 구금한 방글라데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한국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에 맞서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들머리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농성투쟁단' 8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명동성당 농성투쟁단이 이날 규탄집회를 마치고 명동성당으로 돌아오던 중인 오후 2시 30분경 대사관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전경 100여명이 집회 참가자 80여명을 에워쌌고, 이 사이에 출입국관리소 직원 50여명이 들어와 두 명의 이주노동자를 연행해 갔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평등노조 관계자는 "경찰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폭력을 방어하는 한국인들에 대해 병력을 사용하여 이주노동자 연행을 도왔고 수십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이날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 의해 연행된 이주노동자는 깨비(34·네팔)와 헉(41·방글라데시)인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 화성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된 상태다. 그러나 통상적인 법 절차에 따르면 조사를 통해 해당 이주노동자가 추방 대상인지 보호 대상인지를 확인한 뒤 외국인 보호소로 이송해야 하는데 이들은 조사도 없이 바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져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서선영 평등노조 선전국장은 "지난 12월 31일 출입국 관리소 앞 집회에서도 폭력을 행사하며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이날은 50여명의 직원이 차량을 동원하고, 용산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농성중인 이주노동자를 표적 연행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하게 명동성당에서 강제추방에 맞선 투쟁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표적 침탈이고 노동운동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추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지난 12월 30일 한국에서 강제 추방된 비두와 자말이 방글라데시에 도착, 본국 정부로부터 범죄자로 몰려 경찰기관에 억류된 것을 항의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에 의해 '국제적 범죄자'로 구금된 비두, 자말은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전국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 참석,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노동탄압 분쇄를 촉구하다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 이들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감금되었다가 본국으로 추방되었다.

서선영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선전국장은 "비두와 자말 추방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방글라데시 외무부와 법무부에 압력을 넣어 본인 사인도 없는 신분증 만들어 본국으로 추방했다"며 "이들은 지난해 10월 26일 연행되는 과정에서 폭행 등 인권침해로 국가인권위 조사 및 형사소송이 진행중이었다"고 말했다.

서 선전국장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의해 본국으로 추방된 자말, 비두는 홍콩을 경유 1월 2일 본국인 방글라데시에 도착했다. 한국 정부는 방글라데시 정부에 이들을 "국제 범죄자로 취급해 달라"고 요청해 경찰기관에 5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현재 이들은 보석으로 가석방된 상황이지만 법적인 과정이 진행 중이다.

평등노조가 방글라데시에 요청해 팩스로 전달받은 구금사유에 따르면 이들이 △한국에서 이주노동조합 활동 △ 불법집회 참석 △ 방글라데시 규탄 집회 참석 △이로 인한 방글라데시 국가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농성투쟁단은 명동성당 들머리에 54일째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고 비두, 자말와 관련해 방글라데시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아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출입국관리소 직원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법무부 체류심사과로 떠밀었다. 윤중석(동향조사담당) 법무부 체류심사과 계장은 "폭행 사실이 없다"며 "그들(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이 운동을 국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동영상을 보면 확실히 알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없이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낸 것에 대해 윤 계장은 "서울에서 단속했다 하더라도 서울에서 보유하고 있는 보호실에 수용이 곤란한 경우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추방된 비두, 자말씨에 대해 방글라데시 정부에 '국제적 범죄자로 취급해달라'고 했다는 이주노동자지부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강제추방된 사람이고 한국내 문제로 신문지상에 거론되었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정부에서 말그대로 자국민들이 대한민국의 법을 위반해 자국의 국가이미지를 실추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시민의 신문(www.ngotimes.net)

덧붙이는 글 시민의 신문(www.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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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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