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은 떠다니는 배처럼 자유로워야"

[인터뷰] 이재용 <문화일보> 화백에게 듣는 '신문 밖의 만평'

등록 2004.01.10 22:30수정 2004.01.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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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정치는 상식과 몰상식의 OX 문제" 이재용 <문화일보> 화백

"우리 정치는 상식과 몰상식의 OX 문제" 이재용 <문화일보> 화백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화백'하면 으레 인자한 얼굴에 베레모를 쓰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거기에 중후한 파이프 담배까지 물었으면 금상첨화!

그러나 이재용 <문화일보> 화백은 그런 고정관념을 한 번에 없애버렸다. 이 화백은 서른을 막 넘긴 올해 32살의 청춘이다. 색깔이 연하게 들어간 안경알을 개성 있게 생긴 안경테에 감춰 쓴 이 화백. 이미 대학교 시절부터 학보 <연세춘추>에 만평을 그리기 시작한 이 화백은 98년 말 <부산일보>를 시작으로, 지금은 <문화일보>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뽐내며 만평과 '달팽이의 꿈'을 연재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기발함이 비단 나이 때문일까? 이미 유명한 손문상 화백이나 김용민 화백은 그래도 미술을 전공했다지만 이 화백의 전공은 놀랍게도(?) 경영학이다. 게다가 2년 동안의 학보 생활을 마감하며 광고 관련 사업을 하기도 했다. IMF 때문에 서너 달 만에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군 제대 후 공인회계사(CPA) 공부까지 한 것을 보면, IMF로 힘들었던 시절 이 화백도 처음에는 경영학에서 뭔가 길을 찾으려 했던 것일까.

그러나 마음 속에는 항상 전설적인 박재동 화백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나도 박재동이 될 수 있다'는 신입 회원 모집 카피를 따라 찾아갔던 <연세춘추>. 이어 모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출판만화 전문반을 거치며 그 꿈은 더욱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드디어 고향 부산에서 프로 만평작가로 데뷔, 지금은 아이디어 톡톡 튀는 만평평으로 매일 오후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a <문화일보> 2003년 7월15일자 이재용 화백의 만평

<문화일보> 2003년 7월15일자 이재용 화백의 만평

그가 캐릭터를 닮은 걸까? 아니면 캐릭터가 그를 닮은 걸까? 엄숙함을 자랑하는 기존의 신문 만평과는 달리 마시마로보다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의 만평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정겨운 미소를 짓게 된다.

"얼마 전에 어떤 기자가 그러더라구요. 캐릭터가 너무 귀여운 게 아니냐고. 최병렬도 너무 귀엽고. 그래서인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한테 메일이 많이 왔어요."

그러나 아무리 정감 있는 캐릭터로 만평을 그린다 한들 정치가 신문 만평의 주요 대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작 그 자신은 우리 정치를 보고 실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진보, 보수, 이념. (우리 정치의 문제는) 이런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상식과 몰상식의 OX 문제인 것 같아요."

지지하는 정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없다는 얘기는 할 게 아닌 것 같고요, 싫어하는 정당이 있긴 있는데, 이거 나가면 골치 아픈데…"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답을 건네는 이 화백.


그런데 문제는 비단 정치인들만이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는 언론, 특히 그가 몸담고 있는 만평 분야에 있어서도 적잖은 문제들이 보였다고 했다.

"비판이 아니라 너무 감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는 너 싫어' 하는 투의 감정에 비판이 따라가는 거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되는 건데, 이거는 철학적이거나 논리적인 면을 전혀 볼 수가 없잖아요."

언론인답게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이 화백은, 그러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고 '참여'를 말하는 만평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시사만화로서의 고정관념, 엄숙함이나 무게감을 이렇게 표현하면 (독자와의 거리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요. 재미있게 다가가야죠. 여기에 대해 지적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시도죠."

"무식이 뽀록 나면 어쩌나"라고 걱정하며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던 이재용 화백을, 지난 8일 저녁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재용 화백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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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통에 생수를 받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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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7일자에는 '물' 뿐만 아니라 '물그릇'도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만평이 실렸다. 물갈이가 거론되는 요즘, 진일보한 생각 같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제가 원래 물을 많이 마셔요. 그런데 물통에 물을 받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물이나 깨끗한 걸 받으려고 하고 물통은 잘 안 씻거든요. 거기에 깨끗한 생수를 받아봐야, 더러운 통에 받아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어요. 그러면 물을 아무리 갈아도 효과가 없잖아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얼마 전 <오마이뉴스>가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을 인터뷰했는데, '이제는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를 해야 할 때'라고 하더라. 그런데 만평에서 이 화백도 물갈이뿐만 아니라 '물그릇'도 바꾸자고 하더라. 혹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나?
"정당을 밝히는 건 좀 그렇죠?(웃음)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없다는 얘기는 할 게 아닌 것 같고요. 글쎄요, 싫어하는 정당이 있긴 있는데. 이거 나가면 골치 아픈데…. 싫어한다기보다는 좀 안타깝다고 해야 되나요? 제 위치를 못하고 있는 정당, 만평 그리는 시사만화 작가들이 비판할 수밖에 없는, 뭐 그런 정당은 있는 정도라고 해두죠. 그저 측은한 거죠."

- 지난 대선 당시 언론인의 지지정당 공표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혹시 그것 때문에 조심하는 것인가?
"제 생각에는 정치든 언론이든 누구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문제는 누구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게 참 문제인 것 같아요. 언론 같은 경우에도 어떤 언론사들은 DJ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안티로만 나가고 있고, 모 정당 같은 경우에도 반DJ나 지역감정에만 기대서 싫어하는 것만 계속 부추겨 왔거든요.

그게 정말 문제이지 누가 누구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공개적으로 누구를 지지하고 그런 거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되는 게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네거티브한 것에 집착하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우리 정치, 상식과 몰상식의 OX 문제"

- 어느 신문이든 만평은 주로 정치와 관련이 있다. 이 화백은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나?
"뭐 시사만화 하기 전에는 대중들하고 똑같았죠. 뭐랄까, 일반 국민들도 답답해 하고 저도 답답해 하는 정도. 그랬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관심이 좀 많아진 거죠. 휴가 가서 신문 안 보면 신경을 안 쓰니까 짜증나고 답답할 일 없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누구라도 나서서 바꿔야 하는 거고.

꼭 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이게 내 일이다 싶어요. 애증이라고 할까요? 내가 조금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도 제대로 가고 있지만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버스를 미는데 한 힘을 보탤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이랄까요. 그 정도지요."

- 오늘 정기국회가 끝났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방탄국회 소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비리 혐의 정치인들, 만평작가의 입장에서 어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국민들이 분노를 느끼지 않게 해야죠. 자기들 말대로 떳떳하다면 나가서 밝히면 되는 거죠. 그렇게 면책특권을 이용해 숨어있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 저도 국민들 입장에서 (만평을) 그릴 거고. 그건 상식이죠. 당연히 원칙대로 해야 할 문제고,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방탄국회를 연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거죠."

-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진보, 보수, 이념. (우리 정치의 문제는) 이런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상식과 몰상식의 OX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정치 쟁점들)이 이념 문제인 척 가려지는 게 큰 문제거든요. 빨갱이 운운하는 것도 이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하나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건데, 그건 분명히 OX문제에서 X거든요.

그런데 매일 세모나 그리고 있고, 야합이나 하고 있으니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물론 진보는 진보답고 보수는 보수다워야 하는 건데, 보수가 보수 답지 않으니. 상식 선에서 생각하지 않고, 이걸 이념으로 정답을 가리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보거든요. 그런걸 OX문제처럼 하나씩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OX를 분명히 하지 못하고 이념을 핑계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으로 왔던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분명히 정답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답을 찾아나가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를 하나하나 풀고 넘어가야 앞으로 같은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끌어주는 게 만평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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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만평에서는 웃음이 필수 조건인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치를 너무 희화화 시키는 것은 아닌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하는 건 아닌가?
"시사만화가가 정치를 희화화 하기 이전에 이미 국민들이 먼저 짜증, 불쾌감, 거부감을 먼저 느끼잖아요. 그때 비로소 만평이 국민들의 반응을 따라 그린다고 할까요? 그런 게 풍자이고 해학인 것 같아요. 이미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을 만화로 이렇게 다시 그려주면, 말 그대로 희화화 시켜주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응어리 뭉친 것을 풀어주듯이. 그런 면에서 희화화라는 게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닌 것 같거든요.

물론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말 그대로 '거부'로서의 희화화만 하거나,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에서 염증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제대로 된 만평이 아니죠. 저도 가끔 그런 표현을 해 가슴 아플 때도 있는 것 같은데, 희화화를 하냐 안 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희화화를 조금 더 발전적으로 긍정적으로 하게 되면, 아까 말씀 드렸듯이 한 번 (정치 때문에 응어리 졌던 것들을) 풀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 요즈음 여의도는 FTA나 유아교육법 등으로 집회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생긴다. 그 중 '이재용 만평'의 소재가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건 참 답이 안 떠오르더라구요. 내 나름대로의 기준은 뭐 내세울 만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작가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단은 흐름에 따라가는 거죠. 그때그때 사안에 대해서 독자들의 관심, 독자들을 위한 만화를 그려야 되니까. 다른 작가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독자들이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되겠죠. 관심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안을 그려야 되겠죠? 그게 일단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시사만화로서 기사와 차이가 있다면 독자들이 답답해 하고 가려워하는 데를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만평이어야 해요. 이게 아닌데 싶은 걸 한 번 더 비틀어준다든가, 그게 만화가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특징인 것 같아요."

"만평은 떠다니는 배처럼 자유로워야"

- 정치 만평을 그리다 보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내오는 독자도 있을 텐데.
"(정치인) 지지자인지 지지자를 가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항의 전화를 하시는 분들은 꼭 지지하는지 아닌지는 얘기를 안 하시거든요. 나 뭐 무슨 당 소속이니, 누구 지지자니 이런 건 말씀 안 하시잖아요. 그런 건 말씀 안 하시고 바로 '그게 뭐냐?' 이렇게 딱 나와 버리시는 거거든요? 항의 전화하시는 분들은 늘 그렇게 독자입장에서 말씀한다고 하시거든요, 다짜고짜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그러면 참 불쾌하죠. 뒤에 숨어 가지고. 근데 뭐 지금은 익숙해져서."

- 우리 사회에는 전에 말한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만평도 있지만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만평도 있는 것 같다.
"글쎄요 뭐,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입장에 있으니. 그런데 그 분 상황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상당히 많거든요? 물론 마감에 쫓기고 주변 상황에 쫓긴다면 그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끔 그런 만평을 보면 같은 시사만화 작가 입장에서 안타까울 때가 많거든요. 그래도 어렵게 만든 작품이니까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쉽고 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비판이 아니라 너무 감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판에 감정이 안 실릴 수는 없겠지만 이건 반대로 '나는 너 싫어' 하는 투의 감정에 비판이 따라가는 거죠.

만약에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되는 건데, 이거는 철학적이거나 논리적인 면을 전혀 볼 수가 없잖아요. 왜 패는가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참…. (한숨)"

- 신문에서 만평은 어떤 위치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만평이라는 것은 자유로워야 돼요. 신문에 실리지만 신문 안에서 독립적인 위치를 지니고, 떠다니는 배처럼 자유로워야 되거든요. 그게 독자들이 원하는 만평이고 기대하는 만평인데, 그 분을 보면 신문을 따라가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신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데 그걸 그대로 따라가요. 그건 만평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참 안타까워요. 만평은 나름대로 독립적인 평을 해야 하는데 그냥 휩쓸려 나가고, 어떨 때는 오히려 더 앞서 나가는 모습까지 보이니."

"일반 독자들이 보면 정말 대박 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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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만평에 유독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다양화하고 싶어서 그런 거죠. 그동안 만평에는 주로 사람만 나왔잖아요. 그러다가 배경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 거고. 물론 저도 사람을 갖고 직접 표현할 수 있겠지만, 동물을 쓰면 간접적이면서도 우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요. 괜히 살 수 있는 거부감이나 반감도 훨씬 줄어드는 것 같더라구요.

얼마 전에 어떤 기자가 그러더라구요. 캐릭터가 너무 귀여운 게 아니냐고. 최병렬도 너무 귀엽고. 동물들은 털로 덥혀 있어서 둥글둥글 하잖아요. 그래서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어요, 무섭지 않게. 저도 이렇게 살이 좀 있어서 부드러워 보이잖아요?(웃음)

그래서인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한테 메일이 많이 왔어요. 시사만화로서의 고정관념, 엄숙함이나 무게감을 이렇게 표현하면 (독자와의 거리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요. 재미있게 다가가야죠. 여기에 대해 지적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시도죠."

- 컬러나 사진을 이용해 거부감을 산 적은 없나?
"일단은 뭐 안에 담고 있는 색채를 떠나가지고 만화 내용,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시던 분들이 좀 있었거든요. 무게감 있고 중후한 만평이 일반적이었는데, 저는 가볍게 처리를 하다 보니까 너무 가벼운 게 아니냐 하는 거부감을 표현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색깔에 대한 비판은 솔직히 별 신경은 안 쓰이고. 내용, 성향에 대한 거부감을 사는 경우가 제일 힘든 거죠.

그리고 저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나이 때문에 거부감을 사기도 하죠. 일반 독자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전에 <부산일보> 있을 때 (편집)국 내부에서 일부 분이 '어린 것이…', '네가 뭐 알겠느냐'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조금은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또 하나는 이해를 잘 못하시니까. 일단 제 딴에는 편집국장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잖아요. 그러면 '이게 뭐야?' 그러시는데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진짜 일반 독자들이 보면 정말 대박 나는 건데, 여기서는 이해조차 못하고 있고. 세대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이야 젊은 국장님이라 그런 문제는 없지만요."

- 만평 소재나 주제 때문에 편집국과 마찰이 있는 경우는 없나?
"다시 그린 적은 거의 없고, 설득을 하려고 하죠. 초기에는 좀 마찰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독자의 힘인 것 같아요. 제 생각대로 그릴 수 있는 건 독자의 힘인 것 같거든요. 많이 부족해도 제 만평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에겐 힘이 되는 거죠. 그 독자들 반응을 보고 편집국장도 믿게 되는 거고, 그러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도 믿음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농담조로 '이 만평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편집자주를 달아야 하지 않느냐는 선배도 있었어요.(웃음)

만일 제가 독자들한테도 뭐 인정을 못 받고 그러면 못 버티는 거죠. 아니 버티는 것도 아니고 그건 고집이나 아집밖에 안 되는 건데, 그나마 독자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저도 그 관심에 부응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거고. 위에 계신 분들도 인정을 해주시는 거고. 그렇게 믿고 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면 마찰도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작가분들 참 힘들었잖아요. 2개 3개 그려서 그 중 하나 선택 받았다고 그러고. 그럴 시간에 하나에 더 충실하면 되는 거고. 그렇게 해서 완성도가 더 높은 작품이 나오면 독자분들이 더 좋아해주는 거고. 그러면 신문한테도 좋은 거고 서로에게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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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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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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