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교과서> 겉그림입니다.당대
<1> '반미'가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알아야 좋다
…미국의 잘못에 대해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뚜렷한 비판의 뜻을 밝힌 것은 이 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촛불시위)이었다. 그리고 '반미'를 '반체제'나 '자주성'의 발현으로 보지 않는다면, 미국의 잘못에 대한 비판이야말로 '반미'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7쪽, 머리말>
<반미 교과서>라는 책은 머리말 이 대목을 보고 집었습니다. 왜 '반미'를 말하고, 왜 반미를 해야 하며, 반미가 지닌 뜻이 무엇인가를 보는 가장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미국이 우리 나라와 우방이든 이웃 나라이든 어떻든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우방이나 이웃 나라였던 나라가 우리 나라로 쳐들어온다면? 그때도 우방이 쳐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 말 않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니까요.
우리 나라 어느 신문은 한강에 독극물을 몰래 버린 주한미군에게 징역 6월이라는 형량을 준 일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이런 일이 자칫하면 '한미우호'를 해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방이든 뭐든 잘못을 했으면 그에 걸맞게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해야 옳아요. 미국이 우리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듯, 우리가 미국 땅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럴 때에 미국은 우리가 우방이기 때문에 저지른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고 하던가요?
<2> 우리를 슬프게 하는 주한미군
<반미 교과서>를 읽으며 이 책은 '미국을 무턱대고 반대하는' 책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책을 널리 읽어야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리와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사이이며,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미국을 바라보아야 좋은지를 보여 주거든요.
<반미 교과서>를 지은 홍성태씨는 우리에게 미국이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을 거스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힙니다. 우리가 미국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역사와 지금 삶을 차분하게 보여주면서요. 미국이 우리를 돕거나 원조를 한다고 했을 때, 참말로 우리를 도운 까닭과 보내준 원조란 무엇인지, 우방이나 혈맹이 속으로는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반미운동을 정작 당사자인 미국보다 더 싫어하는 세력이 우리 나라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반미운동에 큰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반미운동 자체를 악마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힘을 빌려 호가호위했던 독재세력은 반미운동의 확산은 곧 자신의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반미운동 자체를 악마시했다. 그들은 '반독재'를 '반국가'와 같은 것으로 여기도록 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반미운동을 원천적으로 진압하려 했다… <25~26쪽>
여기 또 중요한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반대한다고 하는 이유는 미국이 보여 주는 여러 가지 잘못되고 안 좋은 모습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잘못과 문제를 꼼꼼하게 짚어서 살펴야 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안타깝고 슬프더군요. 이처럼 누가 보아도 또렷하게 잘못된 '한미 우호(?) 관계'이자 소파(SOFA)라고 하는 불평등조약이거든요. 주한미군이 이 땅에서 저지른 잘못과 범죄는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그런데 그런 잘못과 불평등 이야기 앞에서는 눈 감고 귀 닫는 언론 매체에 우리들이 참 오랫동안 길들여졌습니다. 더구나 우리 스스로도 우방, 혈맹이란 말을 앞세워서 국익이라는 말까지 꺼냅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우리가 얻어야 할 국익이란 어떤 모습으로 얻는 이익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안타깝고 슬프더군요.
① 주한미군은 전국에서 7300만 평의 땅을 이용하고 있다. 언제 돌려준다는 기약도 없이 한푼의 임대료도 내지 않은 채…
② 주한미군은 이 나라의 곳곳을 멋대로 파괴하고 있다. 화성의 매향리 앞바다는 반세기가 넘도록 미군의 폭격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울의 용산 미군기지는 기름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③ 주한미군은 이 나라의 곳곳에서 한국인들을 살상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기지 주변의 주민들과 약하기만 한 기지촌 여성들이다…
④ 주한미군은 이 나라의 곳곳에서 각종 공과금이며 벌칙금을 떼어먹는 파렴치범들이기도 하다…
⑤ 주한미군은 미군의 무기를 우리에게 강매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의 무기를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이는 나라이다… <126~127쪽>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또 이런 이야기들을 실제로 몸으로 겪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고치려 하지 않는 우리 정부와 우리 나라 국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슬프지 않을 수 없어요.
<3> 상식을 지키고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미국이라는 나라 본질이나 속살을 많이 알고 헤아린 분들에게 <반미 교과서>라는 책은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를 담지 못하지 않겠냐 싶습니다. 다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주는 길잡이책이라고 보여집니다. 더불어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는 것만 받아들인 분들이라든지, 미국과 미국군이 우리 나라를 얼마나 병들게 했는지 온몸으로 느끼고픈 분들이라면 기꺼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연말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의 요구사항은 한마디로 "상식을 지켜라"라는 것이다. 잘못된 법은 바로잡고, 제정된 법은 제대로 지키며, 법을 어긴 자는 법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이 땅에서 주한미군은 초법적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많은 불법행위들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비상식이다…<182쪽>
참 힘듭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수십만, 수백만 아니 수천만 명의 목숨이 삽시간에 사라질 수도 있(31쪽)"음을 우리는 이라크 침략 전쟁에서 낱낱이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미국에게 경제 제재를 받을까 두려워 파병을 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결정됐습니다. 그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 여론조사에서도 국익을 생각해서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높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힘드니까 그냥 주저앉거나 물러서야 좋을까요? 촛불시위가 요즘은 잦아들었지만 촛불시위를 일으킨 힘은 작은 힘 하나 하나가 모여서 이룬 큰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촛불시위와 반미에 털끝만큼도 눈길을 두지 않던 대통령 후보조차 그 자리에 오려고 했었지요.
왜 지금 우리 정부나 언론이나 정치꾼들은 평등하지 못한 한미 관계를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는 걸까요. 하지만 정부나 언론이나 정치꾼이 못하거나 안한다고 우리들까지 안하거나 못한다면? 정치판을 갈아엎거나 바꾸는 힘은 바로 우리들 보통사람들 힘이고, 촛불시위를 일으킨 힘도, 지난날 1960년 4월 혁명도, 1987년 움직임도 모두 우리들 보통사람의 힘이었잖아요.
평등하지 못한 관계를 평등하게 풀고 상식을 상식대로 지키도록 하는 일 또한 우리들이 작은 힘을 모아서 큰힘으로 뭉쳐내서 이루어야지 싶습니다.
…크리스텐슨과 꽤 열을 올리며 토론했던 또 하나의 주제는 `들쥐론'이었다. 그는 위컴이 이 말을 한 것에 대해 대신 사과한다고 했다. 나는 크리스텐슨이 대신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214쪽>
길을 가던 여중생을 장갑차로 짓이기고도, 기지촌 여성이라고 폭력을 휘두르고 살인까지 저지르고, 택시 운전사를 때려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강에 독극물을 몰래 버리고, 한국 땅에서 쉰 해가 넘도록 세금도 공과금도 임대료도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교통신호조차 지키지 않는 주한미군입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과'는 하지만 말 그대로 '불평등을 바로잡거나 법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어요.
<반미 교과서>라는 책을 읽으며 지금 현실과 모습을 바르게 느끼고, 우리들이 참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책이름 : 생각하는 한국인을 위한 반미 교과서
- 지은이 : 홍성태 (글) / 노순택 (사진)
- 펴낸곳 : 당대(2003.4.2)
- 책값 : 12000원
- 이 글은 제 개인 누리집(http://hbooks.cyworld.com)에도 함께 올려놓겠습니다.
생각하는 한국인을 위한 반미교과서
홍성태 지음, 노순택 사진,
당대, 200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