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고지는 늦가을에 말립니다.김규환
시골 살림살이는 늘 한 계절을 앞서 시기마다 먹거리를 확보해 둬야 다음 철에 빠트리지 않고 먹어볼 수 있다. 장아찌가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 밖에 무말랭이, 호박쪼가리(호박고지), 토란대와 토란잎, 아주까리 잎, 실가리(시레기), 끝물고추 밀가루 범벅은 가을에 준비한다. 봄, 여름엔 각종 취나물과 가지, 콩잎 등을 마련해 둔다.
보리 파종(播種) 무렵 차가운 냇물에 담가둔 보리가 열흘 남짓 지나자 쏙쏙 싹 틔울 준비를 한다. 건져서 물기를 적당히 빼고 아랫목에 사흘 이리저리 굴리며 뒤집어 주니 파릇파릇 싹이 돋아난다. 널찍한 소쿠리에 담아 널어 말리면 뿌리와 싹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생장을 멈추니 이걸 절구에 빻아 널면 엿기름이다.
단밥 또는 단술이라 했던 식혜(食醯)를 만드는데도 몇 달 전부터 바빠도 짬을 내 재료를 준비해 둔다. 그래야 한 달에 한번 이상 있던 제사를 모시고 시제를 모시고 명절을 쇨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