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밤새 들판을 하얗게 적시고도 모자랐는지 눈이 계속 흩뿌린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도, 싸락싸락 내리는 싸락눈도 아니다. 밀가루 입자처럼 작고 고운 눈가루가 흩뿌리는 것이라 내린 눈에 비해 쌓인 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도 눈 쌓이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눈 내린 산에 오르면 참 멋있겠다." 밥상머리에서 아내가 한마디 했다. 작년에 붓글씨 배운다고 서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서실 아줌마들과 어울려 영월 주변의 산을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젠 시간만 나면 산을 찾았다. 덕분에 우리 가족도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산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산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눈 오는데 산엔 뭐하러 가?" 광수 녀석이 볼멘 소리로 한마디 했다. 눈 내리는 산에 가는 것보다는 친구 집에 가서 컴퓨터 게임이 더 하고 싶은 눈치였다. 형이 여행을 떠난 뒤부터 녀석은 집에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 그런 녀석이 안쓰러워 데리고 바람 쐬러 나가고 싶어도 정작 녀석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 오늘도 그런 경우였다. 눈 내린 겨울 산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며 달래며 멋진 사진을 찍어주겠노라고 겨우 녀석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눈이 내려 미끄러울지 몰라 등산화를 챙겨 트렁크에 싣고 갔지만 정작 차에서 내려서는 깜빡 잊고 그냥 올라갔다. 건망증이 부쩍 심해진 것 같다. 새해가 되어 나이 한 살 더 먹더니 금방 그 효험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큰사진보기 ▲산길의 눈은 녹아 있네요.이기원 눈이 녹은 산길은 진한 자주색 빛으로 녹지 않은 흰색 눈과 선연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눈이 쌓여 산길이 미끄러울까봐 걱정했지만 이정도라면 별 문제 없겠다 싶었다. 광수 녀석도 이젠 마음이 풀렸는지 눈덩이를 뭉쳐 '휙휙' 던지면서 산을 올랐다. 녀석은 소나무 줄기를 냅다 흔들어 뒤따르는 내게 눈 세례를 퍼부으며 깔깔댔다. 큰사진보기 ▲눈썰매 탄 기분이에요.이기원 땀흘리며 웃으며 올라가던 녀석은 내리막길에 이르러서는 주춤대기 시작했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럽기 때문이었다. 두 팔을 휘저으며 중심잡기에 여념없던 녀석은 몇차례 엉덩방아를 찧더니 아예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이럴 때 비료 포대 하나만 있으면 눈썰매장 안부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며 장갑이 젖는 것에는 아랑곳없이 녀석은 잘도 미끄러져 내려갔다. 큰사진보기 ▲엄마 도와주세요.이기원 나지막한 야산이라 한시간 남짓 걸려 산 하나를 넘어 내려왔다. 눈은 계속 내렸다. 산 아래 평지에 이르러서 녀석은 엄마와 하얀 눈 위에 발자국으로 꽃잎을 만들었다. 문득 궁금해서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큰사진보기 ▲발자국으로 꽃잎 만들기이기원 "광수야, 눈 내리는 날 산에 올라가는 거하고 컴퓨터 게임 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게 더 좋아?" "컴퓨터 게임이 당근 더 좋지. 그치만 오늘 처럼 산에 가는 것도 좋아." 대답을 마친 녀석은 눈내린 하얀 길 위로 저만치 달려갔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기원의 사이버스쿨(http://www.giweon.com)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 기원의 사이버스쿨(http://www.giweon.com)에도 실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이기원 (jgsu98) 내방 구독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정미의병의 격전지 양평 용문산을 가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AD AD AD 인기기사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5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눈 오는데 산엔 왜 가는 거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커지는 의심... 윤 정부가 무력충돌 위기 방치하는 진짜 이유? 한강이 겪은 황당한 일... 노벨문학상이 한국사회에 준 교훈 폐업자 6~7명은 이미 파산... 근데 반응이 왜 이럴까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