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포장된 한과 꾸러미김규환
일찌감치 튀밥을 먼저 튀겨 놓고
겨울철이 되면 엿장수 아저씨 "찰칵찰칵" 가위를 흔들며 시골마을로 온다. 대장장이도 농한기를 이용하여 연모를 수리하러 온다. 여기에 한 달에 두 번은 튀밥 튀기는 할아버지도 죄다 오르막길인 우리 동네로 손수레를 끌고 지쳐서 올라온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린 엿장수, 대장장이, 튀밥 할아버지 뒤를 따라다니며 돕기도 하고 구경하고 즐겼다.
집집마다 잘 말린 튈 재료를 준비해와 아이에게 떠맡기고는 어머니들은 때가 되면 돈을 치르러 나오기만 할뿐이다. 강냉이와 말려 둔 떡을 섞어 튀고 보리쌀도 튀기고 쌀도 따로 분리해 튀겨 놓는다.
바짝 옆에 붙어 있다가 "저리들 비켜라"하면 잠시 뒷걸음질쳐서 귀를 막고 있다가 "펑!" 소리와 함께 일제히 아이들은 기계 옆으로 달려든다. 그때 할아버지보다는 튀밥의 주인인 할머니들이 "야 이놈들아 저리 안 비껴!" 하고는 아이들을 물리치지만 빙그르르 돌아 주위로 몰려와 한 개라도 주워 먹기 바쁘다.
제일 먼저 떡을 튀긴 손바닥만한 걸 먹고 다음으로 강냉이를 먹는다. 떡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없어진다. 튀겨도 잔존물(殘存物)이 이(齒) 사이에 끼는 옥수수는 오늘은 별로 인기가 없다. 옥수수는 심심할 때 주전부리로 적당하다. 보리쌀은 씹히는 맛이 최고다. 쌀로 튄 튀밥은 크기가 다섯 배는 너끈하게 커져있다.
마침 우리 것이 다 되어 잘 튀겨진 쌀 튀밥을 양손에 한 움큼씩 들고 있다가 입에 쑤셔 넣고 어머니 뒤를 쫄래쫄래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 쌀 튀밥을 비닐 봉지에 잘 싸매 뒀다가 설 무렵 들깨, 검정 깨, 검은콩, 해바라기 씨를 볶아 그 달디단 조청에 버무려 종류별로 '오꼬시(강정의 일본말)'를 만들어 주실 것이다. 그 때까지도 '뽀빠이' 한 봉지보다 물리지 않고 제일 맛있게 먹던 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