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이수현을 생각하며

1월 26일 3주기를 앞두고

등록 2004.01.24 14:06수정 2004.01.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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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이면 의인 이수현이 전철사고로 세상을 버린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일본과 한국 언론에 보도된 기사는 다음과 같다.

한국인 유학생이 전철역에서 철로로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2001년 1월26일 저녁 7시18분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JR 야마노테선 신오오쿠보 역에서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 등 2명이 철로에 떨어진 사카모토 세이코(37)를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3명이 모두 숨졌다.

전동차를 기다리던 이씨는 사카모토가 동료와 함께 플랫폼에서 술을 마시다 발이 미끄러져 철로에 떨어진 것을 보고 다른 일본인 사진작가 세키네시로(47)와 함께 철로로 내려갔다가 때마침 달려온 전철에 치여 변을 당하였다.


일본과 한국의 신문들은 27일 일제히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살신성인'이라며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했고 방송들도 속보로 사고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신문들은 또 이씨의 행동이 개인주의 성향의 일본인들이 상실했던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씨는 부산 출신으로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가을께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겠다"며 휴학한 뒤 2000년 1월 일본에 건너와 도쿄도 아라카와구에 있는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에 다니고 있었으며 2001년 여름 귀국해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이날 신오오쿠보역 부근 인터넷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벌써 의인 이수현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나간 신오오쿠보역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고 직후 안전요원 두 사람이 배치되어 홈을 오가며 안전관리를 하던 모습은 언제부터인지 사라지고 없었다.

전철사고 후에도 한동안 신오오쿠보 근처를 갈 일이 없었지만 2002년 1년간 신주쿠에 사무실을 구하는 바람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신오오쿠보역을 이용하게 되면서 늘 그의 이름이 담긴 추모동판을 봐야 했고 사고 현장을 지나야 했다.


또 집 근처에 그가 다닌 아카몬카이 일본어 학교가 있고 나도 그 학교 출신이라 가끔 지나면서 새롭게 조형물이 마련된 것을 보았고 그의 얼굴상이 만들어져 벽에 설치된 것도 보았다.

가끔씩 아카몬카이의 전 교장인 이시다 선생과도 만나 이수현과 그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를 소개한 기사와 홈페이지를 보면서 자랑스러운 모습에 숙연해지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이수현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새롭고 또 힘이 된다. 다가오는 26일 추도식에는 꼭 시간을 내어 신오오쿠보역에 나가볼 생각이다.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생각과 아무 것도 한 일없이 서른 일곱 살이 된 나를 되돌아 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a 의인 이수현 공식 홈페이지에서

의인 이수현 공식 홈페이지에서 ⓒ 이수현 홈페이지

a 아마노테선 신오오쿠보역

아마노테선 신오오쿠보역 ⓒ 김수종

a 이수현을 추모하는 내용이 담긴 신오오쿠보역에 설치된 동판

이수현을 추모하는 내용이 담긴 신오오쿠보역에 설치된 동판 ⓒ 김수종

a 사고 현장

사고 현장 ⓒ 김수종

a 안전 요원이 사라진 홈

안전 요원이 사라진 홈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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