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대학 시절 여름 방학을 시작하던 날이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남한산성에 올랐습니다. 제가 올라간 곳은 미사일 기지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요, 전시에 사망자들을 옮기는 성곽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곳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칡을 캐러 다니던 곳이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한 겨울에도 겨울 등반을 한다고 동굴 같은 곳에서 친구들과 1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힘이 들 때면 차로 휙 올라가 성벽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내려오기도 하던 저의 휴식처였습니다.
그 해 여름, 나리꽃이 엄청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와, 예쁘다!"
그런데 한 송이를 꺾어 든 순간 나리꽃의 역겨운 냄새에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요, 향기까지 좋았으면 수난을 많이 당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 않아도 꽃이 아닌 이파리 아래에서 열매를 맺는 것도 서러운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