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태지 "사회문제 관심많다"

3년 4개월만에 새 음반 들고 귀국한 서태지

등록 2004.01.25 21:07수정 2004.01.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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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귀국 기자회견을 가진 서태지씨.
25일 귀국 기자회견을 가진 서태지씨.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은 여성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부당한 삶을 살아오셨다고 느꼈다"

3년 4개월만에 새 음반을 들고 지난 24일 귀국한 서태지씨가 이번 음반에서 성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지적과 함께 사회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다음주 있을 새 음반 발표와 'Live wire' 공연을 위해 일시 귀국한 서태지씨가 25일 서울 남산 하이얏 호텔 로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남녀 평등이 빨리 와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서씨는 또 '덕수궁 터 미대사관 건립 반대 운동 등 사회운동'에 대해 "일본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되는 장면을 보면서 화도 냈다. (사회문제에 적극 활동하는 일은)앞으로도 정말 해야되는 일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싶다"고 사회운동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검정 재킷 안에 하얀색 블라우스(여성성이 강한 셔츠), 그 위에 검정과 하얀색 바둑판 모양 무늬 스카프와 청바지 차림으로 회견장에 등장한 서씨는 "구정 연휴인데 많이 찾아줘서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떨린다"는 인사말과 함께 회견을 시작했다.

120여명의 취재진의 열띤 취재 경쟁 속에 펼쳐진 이날 회견에서 서씨는 최근 논란이 됐던 미국 영주권 포기와 관련,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 문제' 때문에 화가 났다는 보도는 말도 안 된다"라고 전제한 뒤, "1년 이상 타국에 나가있으면 영주권 소멸되는데 작년 말쯤에 1년이 경과했는데 연장신청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해 정치적 문제 때문에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날 서태지 컴퍼니(괴수대백과사전) 측은 기자회견 직전 새로운 음반 수록곡 중 7곡을 취재진들에게 들려줬는데 대부분 묵직하고 거친 사운드에 멜로디가 돋보이는 '멜로딕, 이모코어' 스타일의 곡들로, 이런 음악들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록음악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씨는 이번 음반에 대해 "보통 사람의 아픔들을 많이 표현하고 있는 감성코어 음악"이라고 설명 한 뒤, "음반 작업 도중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듣고 나면 언젠가의 추억이 회상되기도 하고,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서씨는 "내가 느끼는 세상이나 나 자신을 가사로 표현했다"며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말하기 힘들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감성들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이자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새 음반 발표 때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이번 음반도 '기존에 미국 등에서는 유행하는 스타일을 모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씨가 주장하는 '감성코어' 역시 이미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서씨는 회견 말미에 "서태지 돌풍 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고 MP3 논란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을 거쳐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음악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50분 가량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서씨는 처음에는 본인의 말대로 긴장된 표정이었으나 회견이 도중 특유의 미소와 여유를 찾으며 질문에 대답해 나갔다. 회견이 끝난 뒤 5분 여간 촬영 포즈를 취하기도 한 서씨는 곧바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서씨는 27일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있고 29일엔 콘과 피어팩토리와 'Live Wire'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다음은 서태지씨와의 일문일답 내용.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 일본 음악 개방과 한국 대중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음악 개방은 예전부터 찬성해왔다. 어느 나라 음악이든 좋은 음악이 못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일본음악들이 들어오면서 타격을 예상할 수 있지만 그건 과도기 때나 가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음악을 듣는 계기 될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서는 외국에 오래 있어서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6집 때만 해도 불황이다 그런 이야기 많았다. 그때부터 실감했지만 지금은 더 안 좋다고 들었다. MP3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간단히 말해 많은 뮤지션들이 더 좋은 음악 만든다면 음반 시장이 더 나아질 거라고 본다."

- 이번 음반이 멜로디가 강한데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갑자기 변신한 배경을 듣고 싶다.
"특별한 배경이 있었다기 보다는 하드코어를 하면서 좋았고 다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시켜보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멜로디와의 결합이 된 거다. 멜로디코어, 이모코어, 하드코어가 섞여 있는데 밴드 멤버끼리 '감성코어'라고 부른다."

- 서태지와 아이들 재결합 설에 대한 것에 대해 설명해달라.
"재결합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건 오래됐다. 은퇴 이후로 세 명이 전화통화에서 오가는 말로 '우리 언제 무대 설 수 있을까' 회상하면서 얘기를 나누곤 했다. 최근 이야기가 잦아진 건 사실이다. 양군(양현석)이 일본에 왔다가 이 이야기를 깊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보도처럼 재결합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팬들이랑 옛날 모습을 되살리고 싶은 꿈이 있어 공연 등에서 함께 서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회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번쯤 함께 공연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공연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진짜 재결합해 음반을 내는 등 정식 활동하는 것은 느낌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이유는?
"그것도 보도된 것과는 다르다.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 문제' 때문에 화가 났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실제로 그 문제와는 별개다.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포기한 건 말도 안된다. 처음에 미국에서 체류해야하니까 영주권 있어야 했다. 그 뒤 3년간 일본에 있었는데 가끔 미국에 가서 녹음도 했는데 1년 이상 타국에 나가있으면 영주권 소멸된다고 했다. 작년 말쯤에 1년이 경과했는데 연장신청을 하지 않았다. 특별히 미국에 갈 일도 없고 다음 음반 작업을 어느 나라에서 할지 모르는 상태라 포기했다. 미국에 간다고 해도 공연비자로 가면 된다."

- 덕수궁 터 문제 등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회문제에는 관심이 많다. 일본에서 문제되는 장면을 보면서 화도 냈다. (사회문제에 적극 활동하는 일은)앞으로도 정말 해야되는 일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특별한 계획은 없다."

- 이번 음반에 대해 설명해달라.
"사람의 아픔들을 많이 표현하고 있는 감성코어다. 음반 전체가 하나의 곡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 인트로, 브리지 등을 많이 사용했다. 또 전체 음반을 4개의 코드로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 코드는 주로 80년대 중반에 쓰이던 것들이다. 그래서 음반 자체가 향수를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가사는 내가 느끼는 세상이나 나 자신을 표현했다.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감상인데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말하기 힘들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감성들이다. 따라서 내 이야기이자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음반 작업 뒤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면 언젠가의 추억이 회상되기도 하고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웃음)

- 이번 음반을 대표할 수 있는 곡을 꼽는다면.
"'로보트'가 이 음반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태지식 곡이다. 'heffy end'란 곡은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스토커가 바라본 상대방과 세상이 대한 이야기다."

- 'F.M. Business'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일컫는 것인가.
"이 곡은 '엉망진창 뮤직 비지니스'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오랫동안 음악생활을 해오면서 성의껏 혼을 다해 만든 음악을 돈을 주고 거래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 하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음을 표현했다. 이런 음악비지니스계를 떠난 적도 있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는데 이런 가운데 내 정체성을 찾기 힘들었다는 내용이다."

- 'Victim'이란 곡이 여성 권익의 심각성을 되짚었다는데, 이 곡을 만든 특별한 배경이 있나.
"이 곡 역시 개인적인 느낌을 전한 이야기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은 여성문제의 심각성 못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부당한 삶을 살아오셨다고 느꼈다. 남자인 나 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남녀 평등이 빨리 와야한다는 생각 또한 간절하다. 여성이 억압받는 것이 남성에게도 좋지 않다고 본다. 평등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 2002년 가을 ETPFEST 공연 때 한물 갔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번 입국 때 비행편명과 시간을 공개한 것은 위기감 때문은 아닌지.
"예전과 지금이 다르다는 것은 이전부터 느끼고 있었다.인기가 떨어졌다는 위기의식은 없어진 지 꽤 오래됐다. 편명을 알린 것은 2002년에 입국할 때 팬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웃는 모습으로 손이라도 흔들어 보고 싶어서였다."

- 같이 공연하게 된 콘과 피어 팩토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콘은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즐겨 듣고 좋아하는 밴드다. 메탈리카 이후에 신선한 충격으로 선을 그은 밴드다. 피어 팩토리는 과격하고 직설적인 스타일의 밴드다. 이들과 멋진 공연을 만들고 싶다."

- 방송활동도 하겠다고 했는데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지금도 어려운 숙제다. 방송에서 직접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많았지만 전작 음반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사전 녹화란 방법을 선택하는 정도였다. 7집은 6집보다 좀 더 자유롭고 내추럴한 모습이기 때문에 노래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면 많이 출연하고 싶다. 음향장비는 갖고 들어가서 무대에 서면 된다."

- 직접 제작하고 있는 넬과 피아에 대한 평가와 이후 인디 밴드 발탁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달라.
"제작자 입장에서보다 뮤지션 입장에서 해야 할 것 같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여러분과 같은 감동을 받았다. 넬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굉장히 뛰어난 뮤지션이다. 어리지만 내가 갖지 않은 감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피아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퀄리티 높은 음악을 뽑아 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코어매거진이나 디아블로의 음반도 준비하고 있으며 제작자로서 그룹이나 개인에 관계없이 뛰어난 뮤지션을 지금도 찾고 있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르에 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정신이 강하다. 그러나 겨우 이번 음반을 완성했기 때문에 다음 음악이 어떤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MP3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MP3 자체는 좋아한다. 또 새로운 형태의 매체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네티즌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 때문에 뮤지션들이 많이 위축되는 것은 문제다. 이에 관해 많은 토론을 거쳐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 이번 음반 발표와 공연에서 서태지 돌풍이 다시 불꺼라고 보나.
"내 입으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불었으면 좋겠다. 이번 음악이 대중들의 관점에서 볼 때 어려운 건 사실이다. 6집 보단 멜로디성이 강하지만 역시 반주는 헤비하다. 음반 낼 때마다 내가 느꼈던 감동을 팬들이 똑같이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하드코어의 제왕 콘과 서태지가 벌이는 Live wire 공연

▲ 하드코어 밴드 '콘'

세계 최고의 하드코어 밴드 '콘(Korn)'이 1월 29일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날 공연은 서태지 밴드와 인더스트리얼 데스 메틀 밴드인 피어 팩토리(Fear Factory)도 함께 참여한다.

이 공연은 '서태지 컴백 스페셜 '04 Live Wire'라는 타이틀로 31일, 2월 1일 삼일에 걸쳐 벌어지는 공연의 첫째날 순서로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날 공연을 펼치는 콘은 1990년대 하드코어계의 대부로 세계적으로 수만의 추종자들, 특히 'Children of Korn'이라고 불리는 숱한 밴드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 'Take a look in the mirror'라는 음반을 발표해 버림받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증오와 분노를 노래했다.

또한 피어팩토리는 데스메틀에 강한 컴퓨터 음이 배가된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이 더해져 강함의 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밴드다. 서씨는 이날 공연에서 7집 음반에 실린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첫날 공연에 이어 둘째날과 셋째 날에는 서태지 밴드와 피아, 넬이 함께 한겨울 록음악의 진수를 선보인다. / 강이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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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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