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빵을 훔치게 둘 것인가?

청년실업 40만 시대, 정부는 히든 카드 언제 뽑나

등록 2004.01.29 16:27수정 2004.01.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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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고양시 인구만큼 일자리 없어 전전긍긍

청년실업자가 다시 40만명을 넘어 섰다. 노무현 정부의 최우선 선결과제로 대두된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의 실속 없는 대책 등 공무원들의 책상머리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3.6%를 기록해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12월 중 전체 실업자 수는 전월에 비해 3만3000명이 늘어나 82만5000명으로 2003년 중 가장 많은 실업자 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증가한 것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구직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전년 동기를 비교하면 실업률은 3.1%에서 0.5% 상승한 3.6%, 실업자 수는 70만2000명에서 12만3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1년만에 충북 청원군 인구(12만명)만큼 실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는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12월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11월대비 2.3% 증가했다. 상승을 견인한 것은 바로 청년실업자들의 구직단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중 구직단념자는 11월에 비해 10.2%나 늘어난 10만8000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에 3만9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8배 늘어난 것으로 현재 우리 고용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 상황으로 인해 일자리를 포기한 사람으로 지난 1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자를 말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0·40대 실업률은 하락하거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반면 15∼29세에 달하는 청년실업은 전체 실업률 보다 2.4배나 높았다.


12월 현재 청년 실업자 수는 42만6000명으로 3월 40만6000명 이후 9개월만에 다시 4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98년 IMF외환 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2003년 전체로 볼 때 2002년에 비해 일자리수는 3만개가, 청년층 일자리는 19만개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문제는 2004년에도 경제성장은 그리 높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믿거나 말거나?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공공 부분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연두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한 체감경기 부진과 청년실업 증가 문제 대응이 미흡한 정책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재정 조기집행 등 적극적 거시정책과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올 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투자 활성화 조치가 기업들에게 먹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경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정치자금 수사가 기업심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업투자를 활성화 시켜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29일에는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영남대에서 대구·경북지역 16개 대학 취업담당자 등과 청년실업대책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올해 14만여명의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훈련기회를, 대학 졸업예정자 5만여명에게 연수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층 일자리 제공을 위해 '청소년 취업지원실'을 설치하고 '인적자원종합 정보망 구축'등 고용안정 인프라를 확충키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일용직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연설부터 재경부 연두보고, 권 장관의 발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정부 대책을 믿어야 할지 청년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용불량이 실업자를 양산한다?

한편, 신용불량자가 지난해 말 기준 370만명을 넘어섰다. 성인 인구 10명당 2명 꼴은 신용불량자라는 뜻이다.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취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으로 따진다면 이들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함께 반드시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신용불량자의 재취업 완화와 카드 빚의 분활상환 등의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배가 고픈 나머지 편의점에서 빵을 훔치다 걸린 한 여대생은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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