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으로 나서는 투우사의 문처럼 긴장된 순간도 없겠죠?조미영
문은 시작과 끝입니다. 마주하고 있으면 시작을, 그 문을 나와 뒤돌아서면 끝을 의미하지요. 그래서 연재의 첫 주제를 '문(門)'으로 정했습니다. 미지의 문을 들어서기 전, 갖게되는 호기심과 떨림, 각오는 시작을 위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 줍니다.
여행을 나서며 만나는 문에는 이 긴장감의 강도가 배가됩니다. 특히 해외여행의 첫 관문인 입국심사대에선 간단한 말조차 '웅웅거림'으로밖에 들리지 않으니 긴장의 강도 조절은 항시 필요합니다. 여기에 무뚝뚝하고 쌀쌀맞기까지 한 심사관을 만나면 여행의 시작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이왕 나선 길이니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지요.
이렇게 내디딘 낯선 도시에는 또 다른 문들이 기다립니다. 숙소를 구할 때나 식사를 위해 찾아 나선 길, 많은 문들 앞에서 종종 망설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행 책자를 참고할 때가 많지만, 가끔은 눈길을 잡아끄는 곳이 있어 멈춰 섭니다. 아담한 창문에 햇빛이라도 소담스레 들어앉으면 창가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픈 충동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