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입당 검토했으나 유권자 배신 못해"

[4.15 총선에 나선 사람들 28] 정오규 민주당 부산서구위원장

등록 2004.02.09 03:05수정 2004.02.25 13:50
0
원고료로 응원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부산 서구 정오규(43) 위원장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20년 동안 변함없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정치활동을 벌인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다. 본인 설명으로는 'DJ당'이라는 "주변의 수군거림" 때문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84년 12월 연청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정 위원장은 'DJ당'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정 위원장은 이 이력이 "자신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 때문인지 정 위원장과 현재 민주당에 남아있는 중진 의원들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지난 2002년 1월, 41살의 나이로 늦깎이 결혼을 할 때는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한화갑 전 대표 부부가 양부모 역할을 맡아 참석하기도 했다. 이 때는 당이 갈라지기 전이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길, 김기재 전 장관도 결혼식에 참석했으며, 이태일 전 열린우리당 공동상임의장은 주례까지 맡아 줬다.

그러나 민주당이 분당되면서, 정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가고 싶었지만, 선량한 유권자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줄줄이 공천 신청을 내고 있는 영남지역 저명인사들을 향해서는 "신지역주의에 편승"했다며 거침없이 비판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서 20년동안 민주당 간판 내걸어

말로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당선이 어느 정도 보장된 당을 찾아 공천 신청을 하는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얘기다.

현재 민주당 부산시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정 위원장의 지역구인 서구에는 정문화 한나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정 위원장은 지난 수십 년간 한 석도 얻지 못한 민주당이 서구에서 원내 진출을 이루게 된다면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평가될 만큼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은 정오규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안 시장의 죽음이 이번 총선에서 부산지역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정치적 파장이 클 것 같다. 일단 일반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부인하더라도 대통령 당선 뒤와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의 지금까지의 정황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죽음이라는데 대해 '애도심'이라는 전통적 정서가 있지 않나.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시장의 죽음 자체를 가지고 총선 전략과 전술로 내세우려는 의도를 자제해야 한다. 교도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잘잘못을 개선,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한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올 수 있다."

- 부산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이고 열린우리당도 이번 총선에서 사활을 건 지역으로 꼽고 있다. 특히 경남권에서 김혁규 전 지사를 영입하고 김정길 전 장관과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을 배치해 부산지역에 '올인'하는 분위긴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부패원조, 수구세력이라며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창당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공천 받아 광역자치단체장까지 된 사람을 영입했다. 열린우리당에 가지 않으면 계속 부패원조, 수구냉전세력으로 몰리게 될 사람이 열린우리당으로 가면 이전의 원죄는 없어지고 개혁세력 된다. 이건 이중적 잣대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대상 선정에는 문제가 있다. 김혁규 전 지사나 이부영 의원 등 한나라당에서 건너간 5명에 대해서는 총선연대에서 바르게 평가해줘야 한다. 바로 평가되지 않으니까 언론과 야권에서 말이 많은 것 아닌가."

-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운동이 잘못됐다고 보는 것인가.
"총선연대의 활동이 유권자의 알권리 확보,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명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확실하게 유권자들로부터 정당성과 도덕성, 공정성, 형평성을 확보 받으려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차떼기 한 돈으로 공천 받고 지역주의 정서를 볼모로 경남도지사가 된 사람이 한나라당에 그대로 있으면 수구냉전세력이고, 열린우리당 가면 과거의 정치 행적이 모두 백지화 돼버리는 것은 이중적 잣대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후보 경쟁력 있지만... 국민들 불안하게 본다"

- 과거야 어쨌든, 부산지역에 거물급, 장관급 인사들을 대거 투입한다면 힘든 싸움이 되지 않나.
"부산경남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못지 않게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행위를 해 나가는 기본적인 방법과 절차, 명분이 너무 급진적이고 일방적으로 가니까 아무리 좋은 후보, 아무리 장관, 차관 출신들이 간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하게 본다.

물론 장, 차관도 총선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행정고시 패스해서 공무원으로 시작, 장, 차관까지 되려면 20, 30년 걸린다. 그 곳에 투자되는 국민적 역량이 도대체 얼마냐. 그런데 그런 인적 자원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고, 그들이 특정 정당의 총선 승리 위한 전략, 수단으로 매몰된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운영에 큰 마이너스다. 민생과 경제회생에 불합리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비판하는 것이다."

- 열린우리당은 장차관급의 배치, 외부인사 영입 등이 궁극적으로 의회 권력을 획득해 지역주의를 타파할 목적이라고 하는데.
"당이 분열하기 전, 내가 소위 천-신-정이라 불리는 신기남, 천정배, 정동영 등에게 당 정치특위에서 얘기한게 있다. 진정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싶다면 천-신-정 당신들이 지금의 기득권을 버리고 영남권에 먼저 지역구 옮기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했다. 그 다음에 통합신당, 개혁신당을 하자고 얘기하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면 당원들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걸 안 하더라. 만약 그렇게 됐다면 민주당은 분열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 결국 열린우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지역주의 타파 구호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인가.
"부산지역에만 보더라도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공천 신청자가 많다. 이는 또 다른 지역구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오히려 고착화시키는 행위다. 적어도 부산에서 경력 등 명분 있는 사람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공천을 신청하려면 차라리 민주노동당이라든지, 민주당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영남권 경선 신청자들을 보면 모두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 이는 원내 진입할 당선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덕망 있고 경쟁력 있는 후보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많이 몰리는 이유는 (한나라당의 경우) 무임승차, 또 다른 한쪽인 열린우리당의 경우에는 신지역주의를 발판으로 한 것일 뿐이다."

- 지난 번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을 부산에 내려보내라고 당에 요청한 적이 있는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또 이번 총선에서 부산을 공략할 구체적 전략은 뭔가.
"김영환 의원 말고도 여러 사람 이름을 얘기했다. 당의 비공식적 창구를 통해 한 전 대표가 부산으로 내려온다면 조 대표가 대구에 출마하는 살신성인의 자세 못지 않은 결단이라고 판단한 적도 있다. 또 부산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김영환 상임중앙위원, 추미애 의원도 얘기를 꺼냈다. 김민석 의원도 아직 나이도 젊고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권유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분들이 부산에 내려올 가능성이 없다."

- 민주당이 이제껏 부산에서 1석도 건지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좀 어렵지 않겠나.
"그래서 내가 정개특위에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서 일본식 석패율제도 함께 도입하자는 얘기를 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석패율제까지 가미한다면 선거제도와 법의 틀 속에서 최소한의 지역구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이를 도입하자는데 한나라당이 싫다고 한다. 부산경남이나 대구경북에서 열린우리당이 의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다. 이 정도의 정치적 도량도 없다면, 당사나 연수원 팔아서 뭘 한다고 하는 말을 절대 믿을 수 없다."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열린우리당 사람들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 왜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았나.
"처음에는 노 대통령을 안 따라가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너 옛날 김대중 대통령 있을 때도 또라이더니만 지금도 노 대통령 안 따라가고 왜 그러냐'고 하더라. 그래서 갈등 많이 했다. 고등학교 동기들도 모두 가라고 했다. 나도 신당 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총선에서 나를 찍어준 1만명 가까운 선량한 지역 유권자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나도 흔히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 못지 않게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뛰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열린우리당을 택하지 않은 것은 권력을 포기하고 국민의 양심, 정치적 도의와 소신, 정도를 택했다고 본다. 국민의 정부에서 행자부장관 했던 김정길씨나 김기재, 이근식씨 모두 우리당으로 갔다. 또 참여정부에서 초대 행자부장관이었던 김두관씨도 우리당으로 갔다.

이 사람들 모두 국민의 정부 아래서 민주당에 표를 달라고 했던 사람들 아니냐. 그런데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누렸던 권력의 향수를 잊을 수 없어 우리당에 따라 간 것이다. 조 대표나 나는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권력을 맛보지도 않았고, 맛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부산시민이 평가해 줄 것이다."

"악수하고 돌아서면 'DJ당' 수근수근,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 부산 서구에서는 정치활동을 얼마나 했나.
"올해로 내가 민주당에서 정치활동 한 것이 딱 20년이다. 84년 12월에 제대해 85년 2.12 총선부터 활동했으니까. 당시 내가 연청 서구·사하구 초대회장이었는데, 중앙연청 회장이 문희상 비서실장이었다. 평민당,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거치면서 시의원 2번, 국회의원 3번 출마했다. 모두 떨어졌지만..."

-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20년씩이나 정치활동을 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지난 총선 때 내가 시장에 가서 기호 2번 정오규라고,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면 면전에서는 젊은 사람이 똑똑하더라고 하더라. 그런데 악수하고 두 발만 돌아서면 '저거 민주당이다, 김대중이 당이다'라고 수근댔다. 그 때 그 소리 들으면서 얼마나 눈물 많이 흘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8000명이라는 유권자들 있다고 자신하면서 살아왔고, 그 20년이 내 삶의 보람이자 긍지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결국 DJ도 대통령이 안 된다고 그렇게 얘기해 왔지만 대통령까지 하지 않았나."

- 개인적으로 이번 원내진입 가능성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
"일단 현역인 정문화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뒤 부산 서구에 박찬종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고 하더라. 그 외에도 시의회 출신 2명, 변호사 출신 등이 한나라당 경선을 치른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의 경우도 옛 정치인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정오규가 민주당 후보로서 부산에서 당선된다면, 정치인들이 꼭 풀어야 할 지역구도 타파라는 숙제가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것이다.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표현할 만한 성과가 될 것이다."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4. 4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5. 5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연도별 콘텐츠 보기